프로야구 2030세대를 사로잡은 비결, 마케팅에 있다?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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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2030세대를 사로잡은 비결, 마케팅에 있다? ⚾

올해 3월은 봄의 계절임에도 유독 추웠지만, KBO 리그(프로야구)의 인기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어요. 시범경기(정규시즌 시작 전 연습 경기)임에도 관중 수는 작년 대비 평균 54%나 증가한 32만 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죠. 이런 인기는 정규시즌에서도 이어져 이틀 동안 이어진 개막시리즈(22~23일)의 모든 경기가 역대 최초로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사실 3~4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프로야구의 이런 폭발적인 인기는 예상하기 어려웠어요. 국제 대회에서 대표팀의 부진으로 야구 종목 자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졌고, 코로나19 당시 응원 금지 등의 규제로 크게 줄었던 관중 수는 코로나19가 끝난 뒤에도 좀처럼 회복되지 못했죠. 2022년 현 한국야구위원회(KBO) 허구연 총재가 취임하면서 “9회말 1사 만루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서 올라온 구원투수의 심정”이라고 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았어요. 하지만 KBO 리그는 1982년 출범 이후 요즘 가장 빛나는 시절을 보내고 있어요. 어떤 요소들이 이런 극적인 변화를 만들었을까요?
프로야구 부활의 시작 📺

위기설이 돌던 KBO 리그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연도는 2024년입니다. 이는 정확히 국내 OTT 티빙(TVING)이 온라인(인터넷·모바일)에서 KBO 리그 중계를 시작한 시점이에요. 티빙의 모회사 CJ ENM은 무려 연평균 450억 원을 베팅하며 압도적인 격차로 통신·포털 등 경쟁사들을 제치고 2024~2026 시즌 KBO 리그 뉴미디어 중계방송권을 따냈습니다.
처음에는 티빙의 중계권 확보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많았어요. 그동안 온라인 중계권을 갖고 있던 네이버·카카오 같은 포털이나 통신사 플랫폼에서는 경기를 무료로 볼 수 있었던 반면, 티빙은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유료 플랫폼이기 때문이죠. 새로운 팬층의 유입이 감소하고 있던 KBO 리그이기에, 유료화는 오히려 진입장벽을 높이는 요소라는 비판도 많았어요. 하지만 기존 중계권자와는 다르게 티빙이 허용한 이 조건 덕분에, KBO 리그는 온라인 중계 유료화라는 허들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건 바로 ‘중계 영상 2차 재가공’입니다.
이전에 중계권을 갖고 있던 포털·통신사들은 영상 저작권 보호를 명목으로 그 어떤 2차 재가공도 허용하지 않았어요. 2021년 5월부터는 ‘48시간 내 영상을 삭제하지 않을 경우 5월부터 법적 조처를 할 수 있다’라는 경고 메시지도 발표했죠. 그 결과 KBO 리그 팬을 물론, 각 구단 유튜브 공식 채널에서도 경기 영상은 한 장면도 쓸 수 없었습니다. 저작권을 위한 것이지만 팬이 가장 중요한 산업에서 자유로운 소통과 공유를 가로막는 행동이었죠.
티빙과 KBO는 새로 중계권 계약을 맺으면서 40초 미만 분량의 경기 영상 재가공을 허용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곧바로 인기 상승으로 이어졌죠. 팬들과 구단들은 마치 한풀이라도 하듯이 경기 영상을 재가공하여 수많은 콘텐츠를 만들었고, 몇몇 영상은 유튜브 전체 인기 급상승 영상에도 올라갔어요. 그리고 이는 새로운 팬층, 20대 여성 유입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2024 KBO 리그 온·오프라인 팬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보다 KBO 리그에 관심이 증가했다는 응답이 전체의 64.3%였던 것에 비해 20대 여성은 그보다 13.6%p 높은 77.9%의 관심 증가율을 보였어요. 이들이 유입된 경로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경기 영상 재가공 콘텐츠가 있는 곳이었죠. 즉, 2차 재가공 콘텐츠라는 시식 코너가 메인 디시인 KBO 리그로의 유입을 이끌어 낸 것입니다.
프로야구, 가장 핫한 마케팅 창구가 되다 🔥

젊은 세대가 유입되자 여러 기업이 KBO 리그에 더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2030 세대를 한곳에 모으는 메가 플랫폼이 과거에 비해 적어진 상황에서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이들을 모을 수 있는 막강한 마케팅 채널로 KBO 리그가 떠오른 거죠.
롯데 자이언츠의 모기업인 롯데는 2030이 메인 타겟인 자사의 신상 맥주 ‘크러시’ 마케팅에 야구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요. 구단에서 매년 만원 관중을 기록하는 ‘바다페스티벌’에 크러시가 메인 스폰서로 나섰고, 크러시 모델인 에스파의 카리나를 홈 경기 시구자로 선정했죠. “크러시(KRUSH)와 함께 시원한 경기 관람 되셨으면 좋겠다”는 멘트가 담긴 해당 시구의 공식 영상 조회수가 무려 55만 회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롯데는 구단을 활용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린 셈입니다.
이런 모기업 마케팅뿐만 아니라 구단과 리그 IP를 활용한 외부 기업의 콜라보 마케팅도 매우 많았어요. ‘두산 베어스’는 인기 캐릭터 ‘망그러진곰’과 콜라보해서 만든 포토카드, 잠옷 유니폼, 담요 등의 굿즈를 팝업스토어에서 판매해 일주일 만에 무려 7억 3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SPC 삼립이 KBO와 콜라보를 통해 출시한 ‘크보(KBO)빵’은 사흘 만에 100만 봉이 팔렸습니다. 이는 ‘포켓몬빵’을 넘어 SPC삼립이 역대 출시한 제품 중 최단기간에 100만 봉을 돌파한 거예요. 이 외에도 아이앱(IAB) 스튜디오와 기아 타이거즈의 콜라보 유니폼, LG 트윈스와 웹툰 ‘마루는 강쥐’ 콜라보 굿즈 제작 등의 사례에서 보듯 여러 기업은 KBO를 적극 활용하여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마케팅 활동들은 또 다른 ‘2차 재가공’의 산물입니다. 쇼츠가 KBO 입문을 이끌었던 것처럼 카리나 시구, 망곰 콜라보 굿즈, 크보빵의 인기를 통해 KBO 리그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죠. 사실 기업 입자에서 콜라보 제품 자체가 돈을 벌어다 주는 건 아니에요. KBO 관련 협업을 진행한 KBOP(KBO 마케팅 자회사)관계자는 “콜라보는 라이선스 형식으로, 제품 수익이 운영비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미미한 수준이며 수익 창출보다 대중들에게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고 말했죠. 기업들은 콜라보 제품 자체에서 나오는 수익보다는 KBO 협업에서 파생되는 마케팅 효과에 주목하고 있는 거예요.
모두가 함께 만든 프로야구의 인기 🏟️
사실 미디어, 기업 그리고 각 구단들이 이렇게 열심일 수 있는 배경은 KBO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입니다. 유료 중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도 티빙(TVING)을 뉴미디어 중계권자로 선정한 것도, 리그 차원에서의 콜라보 제품을 적극적으로 진행한 것도 협회에서 ‘리그의 부흥’이라는 한가지 목표를 향해 같이 달렸기 때문이죠.
KBO는 새로 유입된 팬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경기의 재미를 반감할 수 있는 요소를 없애고자 제도를 손질하기도 했어요. 프로 스포츠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세계 최초로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을 도입했고, 불필요한 시간 지연을 최소화하여 집중도를 높일 수 있도록 시간제한 규정인 피치클락도 도입했습니다. 실제로 2024 팬 조사에서 새로운 제도 도입이 경기 관람을 유인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이 86.4%를 기록했어요.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격언처럼 KBO 리그를 부활시킨 것은 누구 하나만의 노력이 아니라 미디어, 기업, 구단과 협회 모두의 노력 덕분입니다. 만약 미디어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2차 재가공을 계속해서 금지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인기는 있을 수 없었겠죠. 프로야구를 어릴 때부터 즐겨봤던 한 팬으로서, 이런 노력이 끝까지 같은 방향을 바라보길 기대해 봅니다 🙂.
* 이 콘텐츠는 ‘디깅빌보’ 에디터가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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