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번외편 - 지속가능한 올림픽을 위한 두 가지 수단
작성자 지구별시골쥐
나의 환경이야기
#6 번외편 - 지속가능한 올림픽을 위한 두 가지 수단
오해하지 마시라. 나는 올림픽을 사랑한다.
올림픽은 전세계 스포츠인의 축제의 장인 한편 도시 개발을 이끄는 마중물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마라톤 황영조 선수가 금메달을 땄던, 1992년 올림픽 개최지인 바르셀로나를 여행한 적 있다. 가우디 건축물을 비롯해 많은 볼거리와 공공 인프라 시설로 좋은 인상을 받았다. 한편 현지 가이드는 원래 바르셀로나는 불결하고 위험하며 낙후된 도시였단다. 그는 올림픽 개최권을 따낸 후 정부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비로서 관광객을 맞이할 수준의 도시 정비가 이뤄졌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도시 인프라 구축 측면에서 88 서울올림픽과 2002 월드컵 덕을 톡톡히 본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제 올림픽을 개최하는 도시는 더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기후변화로 뜨겁게 달궈진 지구에서의 올림픽은 동계, 하계 스포츠 할 것 없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의 폭염 사태는 예견됐다. 설상가상 동계 올림픽은 아예 한철 장사다. 올림픽 열기가 식은 후 스포츠 활성화 및 경기장 사후관리에 있어서도 동계의 기후·환경조건은 절대적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소요됐다는 13조8671억원+α라는 막대한 비용에 대한 혜택이 적어도 다음 세대까지 이어져야 수지타산이 맞다. 총사업비 1095억여원이 소요되는 가리왕산 알파인 스키장은 올림픽 후 일반인들은 사용조차 할 수 없는 난코스다.
하지만 현 기후변화 추세라면 강원도의 동계스포츠는 앞으로 반철 장사가 될 공산이 크다. 실제 동계올림픽 유치 희망 도시 수도 줄고 있다. 아시아 동계올림픽을 강설량이 많고, 눈질이 우수한 알래스카나 스칸디나비아 정도의 고위도 도시가 아니고서는 동계올림픽 유치는 독이 든 성배일 수 있다.
돈 먹는 하마 올림픽에서 돈 아끼는 법 : 탄소중립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은 1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인천 시민에게 안겼다고 한다. 경비절감 노력에 사후 활용방안까지 꼼꼼히 검토했다던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조차 적자를 면치 못했다. 평창 올림픽에는 대한민국 1년 정부 예산인 386조원의 3% 이상의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었다. 이번 파리 올림픽은 아예 작정하고 탄소중립이란 기치하에 새 건물 만들지 않고 기존 구조물을 대거 활용 중이다. 정말 환경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예산 절감을 위해서였을까. 진실은 프랑스 파리만이 알고 있을 게다.
2024년 올림픽을 준비하던 이탈리아 로마는 1960년 로마올림픽의 빚이 아직도 남아 있다며, 당시 로마시장의 선거공약이던 2024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포기했다. 64년이 흘러도 메우기 힘든 적자 행보에 이탈리아인들의 자존심은 상했을지언정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파리올림픽의 탄소중립 시도: 그린워싱인가, 의미 있는 진보인가?
2024년 파리올림픽은 탄소중립을 핵심 목표로 내세우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가 그린워싱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그린워싱은 기업이나 기관이 실제로는 환경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서, 마치 친환경적인 행보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벌이는 일종의 ‘위장’ 행위로 정의된다. 그렇다면, 파리올림픽의 탄소중립 시도는 단순한 그린워싱에 불과한 것인가? 아니면 지금 시점에서 의미 있는 진보로 볼 수 있을까?
지속가능한 올림픽 수단 두 가지
차라리 RE100과 상쇄(offset)라는 개념을 사용했더라면..
에어컨 없는 버스, 비건 식단 등 프랑스 파리가 계획한 친환경 노력은 국제 스포츠 무대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선수들에게 외면받고 탄소중립 개념은 SNS상에서 희화됐다. 기후변화로 인해 유럽의 여름은 더 이상 선선하지 않다. 하물며 컨디션 관리가 매우 중요한 선수들에게 탄소중립을 위해 냉방기 없는 찜통 버스를 대절하다니, 촌극이 따로 없다.
올림픽같은 국제적인 스포츠 경기 특성상 탄소배출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깔끔하게 이를 인정하고 선수들에게 필요한 냉방기를 구비하되 그 전력을 재생에너지를 통해 공급했다면 어땠을지. 또 그 외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 과거 프랑스가 식민지배 했던 아프리카 대륙에서 사막화 방지 조림 및 숲 복원을 통한 탄소 상쇄를 시도했다면 어땠을지. 미국 대표팀이 자비로 빌린 버스와 파리 선수촌 버스의 실내온도 차이 해결할 수 없는 탄소중립이라면 선수뿐만 아니라 대중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럼에도 친환경적으로 선방한 파리올림픽
그럼에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올림픽이라는 시도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요즘 시대에 가장 무서운 것은 무관심! 올림픽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행사에서 친환경과 탄소중립이 핵심 이슈로 부각될 때, 많은 사람들이 환경 문제를 좋으나 싫으나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이후의 국제 행사들이 환경에 대한 책임을 무시할 수 없도록 하고, 또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 갈 여지를 제공한다.
개인적으로 파리올림픽이 새로운 경기장을 짓지 않고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노력은 환경적 측면에서 중요한 진전을 보여줬다고 본다. 비록 일부에서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명목상의 친환경 정책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속내야 어떻든 경기장을 새로 짓지 않고 기존의 것을 활용하거나 주요 관광지를 경기장으로 활용한 시도는, 건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었다. 지속가능한 올림픽 개최도시 모델로서 유의미 스타트를 끊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