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프랑스 파리를 위한 탄소중립 변명

#7 프랑스 파리를 위한 탄소중립 변명

작성자 지구별시골쥐

나의 환경이야기

#7 프랑스 파리를 위한 탄소중립 변명

지구별시골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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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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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전 글에서 프랑스 파리의 올림픽 탄소중립 대응을 너무 깐 것 같아 못 다한 이야기 : 프랑스 파리를 위한 탄소중립 변명을 준비했다.

파리올림픽 때 탄소중립을 전면에 내새운 배경은?
(부제: 돈 없다고 한 그린워싱은 아니다!)

프랑스 수도 파리는 그간 환경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프랑스 파리에 수직 정원을 보유한 베브랑리 박물관을 봐도 그렇고, 랑뷔토역에서 출퇴근 승객들의 열기를 모아 근처 공공 주택에 난방용으로 공급하는 이들은 탄소중립에 분명 진심이다. 파리 시는 정책 예산 편성에 있어서도 기후예산 접근법 (녹색예산제) 도입을 통해 ​정부 예산 시스템에서 기후 관련 지출을 식별 및 분류하고 가중치를 부여하여 기후변화 정책을 우선시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이런 연유로 프랑스 파리에서 에어컨 없는 선수용 버스가 등장한 것은 결코 재정 이슈 때문이 아니다. 내가 생각한 실상은 이렇다. 프랑스는 저번 글에서 언급했던 세계 환경협약 삼대장 중 맏형 격인 기후변화협약, 그 중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받는 '파리'협약 체결을 주도한 의장국이다. 누구보다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탄소중립을 이끌어갈 주체다. 그 무거운 왕관을 쓴 프랑스가 올림픽 개회식 때 마리 앙뚜아네뜨 목도 날렸는데 버스에 에어컨 없애는 것쯤이야.

파리협약이 뭔데?

파리협약(Paris Agreement)은 2015년 12월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채택된 국제적 기후 변화 대응 협약이다. 이 협약은 1997년에 채택된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를 대체하며, 기존 일부 선진국에만 부여했던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국가 경제적 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당사국이 자발적으로 국가별 기여(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NDC)를 설정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기후 변화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공동의 목표를 설정했다.

이게 보통 난제가 아니었다.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없는 국가에게 "야, 어차피 너네도 계속 발전할거잖아? 그러니 우리 과거 더 이상 묻지 말고 너도 줄여. 함께 지속가능 발전해야지"라고 노골적으로 반 강제 협박하며 통과시킨 협약이다. 그동안 잘못은 선진국이 했는데 개도국에게도 책임 전가하는 상황이 과연 정의롭고 공평해보이는가? 기후변화 문제가 인류 전체 생존을 위협하게 됨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 저감과 적응은 공정과 상식을 압도했다. 이게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체결된 협약의 핵심이다.

전 세계가 기후 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처음으로 보편적이고 법적 구속력을 지닌 협약을 채택한 역사적인 도시 - 프랑스 파리에서의 올림픽은 역대급 탄소중립을 위한 시도가 보일 거라 예상했다. 이게 파리협약 의장국 왕관의 무게다. 물론 대중 시선과 크게 동 떨어진, 그들만의 탄소중립 세계에 나도 적잖이 놀라긴 했지만.

기후변화 문제가 그렇게 심각해?

그렇다.

기후변화는 지구에 인류가 등장한 이래로 누구나 예외 없이 마주하고 있는 최대 위기다. 1980년대에 설립된 UN IPCC는 195개국의 수천명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기후변화 분야의 최정점에 있는 국제기구 산하기관이다. 지난 30여 년 간 1차 보고서부터 2023년 6차 종합보고서에 이르기가지 최신 과학자료를 면밀히 검토하여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 및 영향과 향후 예측 시나리오까지 전망했다.

‘지구가 더워진다’는 IPCC 1차 보고서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인류는 1992년 UN 기후변화협약을 세워 범지구적 차원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안타깝지만 역부족이었다. 가장 최근인 IPCC 6차 종합 보고서에는 인류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온난화를 야기하는데 99% 이상의 지분을 차지한다며 기후변화 대응은 우리 세대의 의무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약속이란 점을 명백히 했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인간의 거주환경을 불편하게 하는 정도가 아니다. 라젠드라 파차우리 IPCC 전 의장은 “지구상 어느 누구도 기후 변화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 가지로 예로 기후변화는 밀과 옥수수 생산량에 부정적 영향을 주며 이는 곡물가격 인상으로 이어짐과 동시에, 식량 확보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국가 간 분쟁위험이 높아지는 연쇄반응이 촉발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물론 IPCC 보고서 주저자 가운데 기후변화에 내몰린 인류의 취약성에 대해 세계의 우려가 지나치다는 리처드 폴 교수 발언처럼 기후변화 이슈가 ‘overestimated' 되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이 짧아지는 계절·환경적 변화뿐 만 아니라, 국가 안보 정책 나아가 지구촌 축제인 올림픽의 운영방침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CODE RED FOR HUMANITY (인류에 대한 적신호)”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레스가 UN IPCC(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 6차보고서 (AR6) - 파트1. 기후변화 과학 - 결과 검토 후의 발언이다. 용어 선택에 신중을 기하는 세계 각국의 대기, 해양, 환경 분야 등의 과학자들은 “It is unequivocal that human influence has warmed the atmosphere, ocean and land.” 즉, 인류가 야기한 지구(대기, 해양, 지표면)의 온난화는 명백하다고 결론지었다. 산업혁명 이래 (1850-1900) 줄곧 상승한 지구 평균 온도 중 약 1.1도가 인간 활동에 기인했기 때문이다.

보고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암울하기 짝이 없다. 인류가 어떤 노력을 하던 – 즉, 지금 당장 전 지구가 합심하여 극도로 온실가스 감축을 해도 (다른 말로 인류가 코로나 최고 단계 5단계 수준으로 문명 활동을 지속하더라도) - 향후 20 여 년 전후로(대략 2040년 추정)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이 1.5도를 넘길거란 예측이다. IPCC는 인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노력 정도에 따라 기후변화 영향이 어떤 수준이 될지 5개의 SSP (공통사회경제경로) 모델 시나리오를 준비했는데 현 상황에선 아무리 노력해도 2040년 전후하여 1.5도 상승을 맞이한단다.

원래 2100년까지 2도 상승 억제를 마지노선으로, 나아가 1.5도 상승 억제까지도 시도해보자는 것과 이를 위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 Zero) 달성하자는 것이 전 세계가 동의한 2015년에 체결된 유엔 기후변화 파리협약의 과학적 근거였다. 하지만 그 후 IPCC는 이례적으로 2018년 기후변화 1.5도 보고서(Special Report Global Warming of 1.5ºC)를 발간하여 세계에 다시 경종을 울렸다. 핵심은 2도 상승폭으로 제한하는 것조차 위험할 수 있어 2100년까지 1.5도 상승폭으로 필히 억제해야 한다는 것.

예상했다시피 보수적인 정책결정자들과 경재계 인사들은 이런 학계의 목소리를 한 귀로 흘렸다. 수 백 만년 간 일정한 주기로 간빙기, 해빙기를 반복해온 지구 생태계에서 고작 100여년, 한 세기만에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비가역적(irreversable) 파국 상황을 우리 스스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럼에도 인류는 변하지 않았고 기후변화는 심화됐다. 그래서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은 “CODE RED FOR HUMANITY (인류에 대한 적신호)”라며 기후위기 시계(1.5도 상승까지)가 2040년 시점으로 앞당겨졌다고 얼굴을 붉힌 것이다. 기존 학계의 예측보다 10여 년이나 단축된 비정한 현실에 기후변화를 부정했던 정재계 인사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됐다.

1.5도 넘어가면 어떻게 되는데?

1.5도 상승 폭을 넘어갈 경우 지구가 맞이할 운명에 대해선 이미 대한민국 기상청을 비롯해 공신력 있는 여러 기관이 밝혀왔다. 그 중 올해도 어김없이 기승 부린 폭염 (Hot temperature extremes over land)은 아직도 맛보기 단계다. 현 추세라면 매 해 전례 없는 찜통, 아니 지옥 열화 같은 폭염 사태가 더 빈번히, 더 극심해질 것이다. 많은 주민들, 특히 열악한 환경에 놓인 도시의 취약계층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

생존 문제가 걸린 기후변화 적응(adaptation)에 있어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는 낭만적 구호를 외쳤다간 마리 앙뚜아네트 신세를 면치 못할 공산이 크다. 폭염으로 치솟는 불쾌지수 앞에 인간성은 소멸될 것이다. (이미 경험한 사람들도 있을텐데) 각자가 그간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상해보면 된다. 언제나 현실이 영화보다 더 참혹하고 잔인하단 것을 염두하고 말이다.

버스 에어컨을 없앤 파리의 과격한 접근법 - 조금은 이해가 되는가?

기후변화, 아니 기후위기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동안 호위호식하며 펑펑 자원을 써온 물질문명에 대한 자기반성과 현실자각이다. 상식있는 정부는 기후변화 연구결과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각 국가의 정치, 경제, 문화 수준에 맞춰 탄소중립 달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 여파가 올림픽에도 미친거다. 2021년 도쿄올림픽 때 첫 등장하여 2024 파리 올림픽 때도 그 자태를 뽐낸 골판지 침대도 그놈의 탄소중립 (+순환경제)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도 상승폭이 1.5도를 넘어가는 시점이 2040년이 될 것으로 추정하며 RED CODE(적신호)를 알렸다. 다음 세대 문제가 아니고 당장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문제다. 안타깝지만 시간은 인류의 편이 아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파리와 같은 도시들의 선도적인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파리는 2024년 올림픽을 '가장 친환경적인 올림픽'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대중교통 확대, 재생에너지 사용 증대, 폐기물 감축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 이는 단순히 올림픽을 위한 일회성 노력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장기적인 비전이다.

파리의 이러한 노력은 다음 올림픽 개최를 준비하는 세계 도시들에게 영감을 줬을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전환, 지속가능한 도시계획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혁신과 협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이미 피할 수 없는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비하기 위해 도시 인프라를 기후 탄력적으로 개선하고,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