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콘텐츠 제작, 없었는데요 있게 만드는 마법

SNS 콘텐츠 제작, 없었는데요 있게 만드는 마법

작성자 부기

커피회사 마케터는 무슨 일을 할까?☕

SNS 콘텐츠 제작, 없었는데요 있게 만드는 마법

부기
부기
@user_c7iz2fj01a
읽음 398
이 뉴니커를 응원하고 싶다면?
앱에서 응원 카드 보내기

부기 사원의 인스타그램 콘텐츠 만들기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https://newneek.co/@user_c7iz2fj01a/article/17863


여러분! 난 이 메뉴를 먹어봤어요 (하지만 인스타를 잘하진 못해요)

    

“부기 사원님 이미 토피넛 라떼 먹어보셨죠?”

“네네!”

“그럼 직접 소개할 콘텐츠를 만들어 봅시다.”

 음 안 먹어봤어야 했나. 나는 이미 오징어 게임을 경험했던 성기훈 씨처럼, 새로 나온 토피넛 라떼를 소개하기 위해 SNS 콘텐츠 기획을 해야 했다. 내게 SNS를 하라고 지시한 건 팀장님이었지만, 이 대리님이 도와주시기로 했다. 후.. 미리 먹어봤다고 소개를 잘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사수인 이 대리님의 말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신메뉴를 홍보할 콘텐츠를 기획해 보라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메뉴 설명을 먼저 적어 보자고 했다.  들어갈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콘텐츠 기획안을 요청할 때는?

 이런 식으로 설명을 적어 우리 메뉴를 이해하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 메뉴 설명은 만약 SNS업체가 있다면, 콘텐츠 기획안을 요청하며 보내는 내용이기도 하다. 우리는 일단 업체 없이 운영해 보기로 했기에, 나 자신을 위해 만들어 봐야 했다. 우선 최초의 제품설명의 경우, 알앤디 팀의 엔젤 대리님께 설명을 받으라고 했다. 그 설명은 회사 내 보고를 하기 위한 기안 문서에 적혀 있기도 했고, 알앤디팀에 요청해서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알앤디팀의 설명은 간단했다.     

 

 

 하지만 기안에 있는 설명을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닌, SNS콘텐츠는 고객이 더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설명을 고쳐 줘야 했다. 알앤디팀의 설명은, 원물이나 재료 자체를 강조하여 쓴 설명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메뉴 출시에 대해서 윗사람에게 승인을 받기 위한 설명이다. 하지만 마케팅팀은 이를 고객이 보기 편한 언어로 고쳐주는 것이 할 일이라고 하셨다. 고객이 먹었을 때의 느낌, 그리고 최근 인기 있다는 강조점 등을 강조하여 메뉴 설명을 고치라고 하셨다. 이 대리님은 손가락을 오므렸다가 피면서 온화한 미소를 짓고 말했다.      

 

”글을 좀 더 말랑 말랑 하게 써봐요~“     

 하 그게 쉽냐고요. 이 설명은 타사의 홈페이지의 제품 설명들을 참고해도 좋다고 하셨다. 다른 브랜드의 설명을 보니 약간 감이 왔다.

 

출처: 스타벅스 홈페이지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당사자가 마셨을 때의 느낌을 떠올리며 글을 적었다. 그러고 보니 엔젤 대리님이 내게 토피넛 라떼를 타준 것은 정말 고도의 전략이었다. 이래서 마셔보고 경험해 봐야 더 잘 쓴다. 토피넛 라떼는 재작년에도 나온 메뉴였다. 그 점도 고객들에게 함께 짚어주면 좋을 것 같았다.      

 

이렇게 메뉴 설명을 쓰고서 일을 마무리 하려고 하자. 대리님이 한 가지가 남았다고 했다.

”잘했어요, 이제 이미지 레퍼런스를 찾아볼까요? “     

 

 레퍼런스는, 콘텐츠가 어떤 이미지로 나왔으면 하는지 예시 콘텐츠를 찾는 것이다. 해당 메뉴를 사진으로 찍을지, 일러스트로 표현할지, 아니면 단순히 제작된 홍보물을 인스타그램 사이즈에 맞추어 크기를 변경하여 올릴지 등을 생각해 찾으면 된다. 우리 계정에 어떤 콘텐츠를 올릴지 고민이 될 때, 처음 계정의 뼈대를 생각한 게 도움이 되었다. 대리님은 이미지를 그냥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니, 타사의 이미지도 많이 보고 레퍼런스를 찾아보라고 하셨다.  

   

“저는 핀터레스트 같은 이미지 사이트를 많이 봐요. 타사 자료도 찾아보고, 잡지나 인스타를 보는 것도 도움이 되고요.”    

나는 몇 가지 이미지 레퍼런스를 찾아서, 어떤 식으로 이미지 촬영을 진행할지 고민해봤다. 이미 음료를 먹었어도, 콘텐츠를 만드는 건 생판 낯선 일이었다. 이럴 거면 음료를 다시 뱉어낼 걸 그랬다. 아무래도 알앤디 팀과 이 대리님의 계략에 당한 것 같다. 

 


그림자가 없었는데요 있었습니다.     

 

 ‘마케팅팀 창고’라고 적혀있는 갈색 캐비닛, 비밀스러운 그 캐비닛을 열자 먼지 낀 카메라가 나왔다. DSLR이었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DSLR이 있어요.“     

 

 대리님은 조금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실무자가 직접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는 말이었다. 만약 SNS 대행사를 쓸 경우, 저렇게 메뉴에 대한 설명과 레퍼런스를 작성하여 보내면 대행사에서는 콘텐츠와 촬영 기획안을 보낸다. 그리고 업체에 가서 촬영을 하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우선 직접 계정을 운영해 보기로 했기 때문에, 디자이너와 내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기로 했다. 돈을 안 쓰려면 어떻게 하면 된다고요? 직접 찍으면 됩니다. 

 

나를 도와줄 무적의 군단으로 디자이너인 토끼씨와 음료 개발자인 엔젤 대리님을 섭외했다. 우리의 역할은 이랬다. 

 

엔젤대리님: 음료 만들기 담당 (일단 오늘은 푸드스타일리스트?)

디자이너 토끼씨: 제품 비주얼 보기 및 촬영 (오늘은 촬영 감독?)

나: 각종 보조 (오늘은 음 깍두기?)     

 

실제 메뉴를 홍보물 촬영할 때는, 푸드 스타일리스트나 촬영 감독님 등도 계시지만.. 우린 열악하니까 일단 우리가 직접 해보기로 했다. 토끼씨는 기획안을 보고 준비물을 말했다.

 

”음.. 우리 우선, 도화지랑 폼보드 사러 가요. “     

 

 메뉴를 찍을 때, 배경을 하얗게 하려면, 흰색 배경의 도화지와 폼보드지가 필요했다. 때문에  우리는 알파문고로 향해 법인카드를 의기양양하게 건네고 도화지와 폼보드 지를 구매했다. 흰 폼보드 위에 메뉴를 올려두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 동아리였다는 토끼 씨는 예리한 눈으로, 구도가 너무 안 맞다. 음료에 토피넛이 너무 예쁘지 않다 등등 의견을 냈다. 그때마다 엔젤 대리님은 예리한 눈으로 토핑 위에 올라가 있는 토피넛 위치를 조정했다. 하다 보니까 음료를 여러 잔 만들어야 했다. 엔젤 대리님은 그때마다 섬세하게 휘핑크림을 음료 위에 얹었다. 막상 사진을 찍어보니, 흰 배경에 덩그러니 제품만 있자 어색해 보였다. 그때 토끼씨가 의견을 냈다.

     

”우리 그림자를 만들어보는 게 어때요? “

”엥 그림자를... 음.. 그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해요? “     

 

토끼씨는 검은 도화지를 가져와서 창문처럼 네모 형태로 오렸다. 폼보드를 조각조각 내서 줄무니처럼 오렸다. 그리고 조명에 갖다 대니 그럴듯한 그림자가 제품 위로 비쳤다.     

출처: 뤼튼 생성 이미지

 


”오.. 대박! 이런 거 어디서 배운 거예요? “

토끼씨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유튜브“     

 

 요즘 시대는 유튜브면 다 배울 수 있나 보다. 멋진 토끼씨 덕분에 우리는 메뉴 위로 그림자가 살짝 어른거리는 제품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림자가 없었는데요, 있었습니다! 바로 평소 유튜브 중독자인 토끼씨가 만들어낸 마법이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만드는 거라 조금 힘들었지만, 그래도 우리 브랜드 메뉴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게 기뻤다. 기쁜 마음으로 사진을 보정했다. 글을 쓰는 건 그다음 문제였다. 너무 셔터를 눌렀더니 지문이 사라진 것 같았다. 맨들 해진 손가락을 쥐고 폼보드와 음료를 열심히 치우고 우리는 퇴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