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이 왔다. 그러면 카페는 딸기를 팔아야지
작성자 부기
커피회사 마케터는 무슨 일을 할까?☕
2월이 왔다. 그러면 카페는 딸기를 팔아야지


2월이 왔다. 그러면 카페는 딸기를 팔아야지
“당신이 1월을 어떻게 보냈는지 듣고 싶어요.”
설 연휴를 즐겁게 보내고, 회사에 출근해 일력을 뜯으니 1월 31일의 일력에는 이런 문구가 나왔다. 어느덧 1월이 가버렸다. 올해가 된 건 금방인데 시간이 빠르다. 창문 밖으로 쏟아져 내리는 눈이 게으르고 무방비했던 1월을 덮어주는 듯이 위로가 된다. '좀 못 지냈어도 어때? 괜찮아 2월을 잘 지내면 되니까.' 다이어트라는 결심이 무방하게 설 연휴 동안 늘어난 뱃살을 만지작거리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혼자 감상에 빠져 있는데 옆에 있는 파마 대리님이 감상을 깨고 한 마디 했다.
"1월에 매출이 안 나왔으면, 2월에 팔아야죠? 2월에 우리가 팔아야 할 건 뭔 줄 알죠?”
사람들이 새해에 계획을 세우고, 구정에도 계획을 세우듯이. 각 브랜드는 올해 채워야 할 목표 매출이 있다. 그리고 목표 매출을 채우기 위해 시즌별로 어떤 신메뉴를 낼지 생각해 본다. 2월의 카페는 뭘 팔아야 할까? 나는 그전에는 잘 몰랐지만, 이제는 모를 리가 없다. 2월이 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메뉴가 있다. 재료라고도 말할 수 있는데. 바로 ‘딸기’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지나면 겨울의 여왕인 딸기가 슬슬 프랜차이즈 메뉴에서 보이기 시작한다. 빨간색 핑크색 홍보물들이 싱긋해 보이는 딸기 사진과 함께 매장에 보인다. '딸기 라떼', '딸기 주스' 이름만 들어도 상큼하다. 딸기는 대중적이고 호불호가 없는 과일이다. 그래서 많은 프랜차이즈에서는 11월~2월 사이에 겨울 제철과일인 딸기를 활용해 메뉴를 낸다. 나와 대리님은 딸기 메뉴를 출시하기 위해 홍보물을 제작하고, 네이밍을 생각하고, SNS게시물을 올리려 애썼다. 이번 딸기 전쟁에는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여름은 빙수, 겨울은 딸기
카페 프랜차이즈에는 각 계절과 시즌에 어울리는 메뉴들이 있다. 계절별로는 아래 메뉴들이 대표적이다.
겨울 – 딸기
여름 - 빙수 / 에이드
가을 - 차
크리스마스 – 케이크
크게 보면 이런 메뉴들로 구성이 되어있고, 밸런타인데이 시즌, 수능 시즌, 신학기와 봄소풍, 벚꽃 시즌 등에 따라 어울리는 메뉴나 이벤트들이 나오기도 한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커다란 국가적 축제가 있을 때도 맞추어 메뉴가 출시된다. 사업계획을 세울 때도 크게 저 시즌 메뉴들을 기반으로 어떤 형식으로 메뉴를 만들지 변경하여 구성이 된다.
어떤 프랜차이즈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카페는 여름에 매출이 많이 나온다. 더우니 다들 카페로 피신한다. 객단가가 높은 빙수메뉴와 여름 메뉴는 꽤나 중요하다.

계절을 앞당겨 사는 사람들
그러면 제품 출시는 언제부터 준비할까? 짧으면 3개월, 길게는 6개월도 걸린다. 출시 순서는 아래와 같다.
시장조사→제품 기획→제품 개발 →개발을 하며 원재료, 원재료 업체 서칭 (음료라면 휘핑크림, 들어가는 딸기 등 원재료 업체 서칭)→ 제품 가격 산정 → 제품 보고 → 출시 결정 → 홍보물 제작 → 원재료, 홍보물 등 물류, 매장 입고 → 제품 출시 → 바이럴-홍보-프로모션 진행 → 매출 확인 및 판매 독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여러 팀에서 함께 협업하여 진행한다. 엔젤 대리님이 속한 알앤디에서 메뉴를 만들고, 원재료를 구매하는 일은 구매팀에서도 함께한다. 홍보물은 디자인 팀에서 만든다. 이 중 마케터가 하는 일은 아래와 같다. (상품기획인 경우, 메뉴 기획도 업무에 들어간다.)

때문에 지금은 겨울이지만, 우리는 여름을 산다고 말하기도 한다. 지금부터 여름 신메뉴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계절을 앞당겨 살아간다.
제품을 준비하려 6개월을 앞당겨 사는 셈이다. 여름에 크리스마스를 생각하고, 겨울에 빙수를 떠올린다. 계절을 앞당겨 먹을 것만 생각하며 사는 인생!
상품 기획자들의 자리에 가보면 겨울에도 인스타그램에서 열심히 빙수를 검색해보고 있다. 각종 계절과일을 찾아보고 있기도 하다. 많이 먹을수록 잘 만들고 아이디어도 잘 나오니 참 행복한 것도 같지만, 사람들의 취향을 고려하는건 괴로운 일이기도 하다. 그들은 타임머신이 있다면 계절을 앞질러 가서 요즘 뭐가 유행하는지 보고 오고 싶은 심경이라고 했다.
2월의 첫 날 우리의 딸기 메뉴들이 잘 팔리길 기도하며, 오 사원은 시간대별로 딸기 메뉴가 몇 개나 팔렸는지 확인했다. 설날도 지났다.1월이 지난 아쉬움을 뒤로하고 2월은 더 알차야 한다. 딸기메뉴의 흥행으로 매출이 더 달콤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