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괴롭히는 네이밍은 그만

고객을 괴롭히는 네이밍은 그만

작성자 부기

커피회사 마케터는 무슨 일을 할까?☕

고객을 괴롭히는 네이밍은 그만

부기
부기
@user_c7iz2fj01a
읽음 157
이 뉴니커를 응원하고 싶다면?
앱에서 응원 카드 보내기
브런치 글 이미지 1

다른 사람들은 뭐라고 하는데?


우리집 강아지 이름을 지을 때도 이렇게 고민 해 본 적이 없는데… 나는 지금 우리 회사의 겨울 신메뉴 음료 네이밍이라는 미션을 부여 받았다. 이름짓기라는 미션은 매우 막막했다. 막막할 때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찾아보는 게 최고다. 


 네이버 뉴스탭에서 기간을 설정해서 메뉴를 검색했다. 보통 겨울메뉴는 11월~1월에 출시가 된다. 네이버 뉴스탭에서 검색 시 기간옵션이 있었다. 작년 11월 ~1월에 나온 기사들만 검색할 수 있었다. 기간을 설정해두고 브랜드 이름을 치니 그 당시 출시 된 신메뉴 이름들이 나왔다. 그리고 그래도 나오지 않는 메뉴들은 홈페이지나 각 커피 브랜드사 앱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블로그를 뒤지기도 했다.  


 여러가지 제품들의 네이밍을 보니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다. 모든 제품에 '원재료'가 들어가 있었다. 우선 뭐가 들어간지, 무슨 맛인지 유추할 수 있었다. 스타벅스는 '캐모마일', 요거프레소는 '달고나' 이렇게 들어간 재료를 네이밍에 넣었다. 메뉴명에는 꼭 원재료를 넣어야 먹는 사람들이 이해하고 사 먹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반대로 특정 원재료를 먹지 않는다면 그 사람들은 피하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메뉴명들을 만드는 데에는 공통적인 점이 있었다.


부기 사원은 네이밍의 특징들을 한 번 정리해봤다. 원재료를 강조하기도 하고 느낌을 살리기도 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undefinedundefined

이런 네이밍의 법칙이 있었다. 오 사원은 좀 더 느낌을 담아서 네이밍을 해보자고 다짐하고 자리에 앉아 키보드를 천천히 두드려봤다. 


브런치 글 이미지 5

고객을 괴롭히는 네이밍은 그만 


내가 네이밍한 이름들을 찬찬히 읽어보시던 팀장님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부기 사원님 이거 한번 읽어보세요. 빠르게 3번이요.”

“부들 고소 토피넛 라떼. 부들 고소 토..퉤…토... “


팀장님이 말하지 않아도 나는 내 실수를 깨달았다. 부들고소 토피넛라떼를 3번 읽다보니 내 혀가 부들거렸다. 혀로 덤블링 하는 느낌이 힘들었다. 팀장님은 내게 고객을 괴롭혀서는 안된다고 했다. 이건 랩도 아니고 읽기가 너무 힘들다고 했다. 메뉴는 무엇보다 읽기 편해야 했다. 게다가 정신없이 바쁜 매장에서도 잘 알아들을 수 있는 이름이어야 한다고 덧붙이셨다.


"그리고 이건 너무 길어요.. 포스랑 키오스크에서 메뉴 등록할 때도 메뉴명이 다 짤리겠다..."


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네이밍을 할 때는 키오스크에서 어떻게 보일지, 고객이 어떻게 부를지, 메뉴판에는 이름이 다 들어갈지를 생각해야 했다. 보기에 그냥 멋진 이름이 아니라 현장과 고객의 입장을 생각해야 했다.


팀장님은 이번 겨울시즌 음료의 특징은 뭐냐고 하셨다. 알앤디에서도 뭐라고 했냐고 물어보셨다. 알앤디에서 나눠준 제품설명에 '이불을 덮은 듯 부드러운 치즈폼' 이라고 써있던게 생각이났다.


홍보물 컨셉과 네이밍을 맞추는것도 좋겠다며 컨셉과 이름을 함께 다시 생각해보라고 하셨다. 물론 좀 더 읽기 쉽게 말이다. 그리고 팀원들이랑 함께 이야기 해보라고 했다. 나는 대리님과 팀원들을 불러모아 회의실에 앉았다. 현재 메뉴에 대한 상황을 이야기하고 다들 네이밍 아이디어를 달라고 이야기했다.


홍보물 타이틀 : Cozy Winter Latte

제품이름 :

고소 토피넛 라떼

포근 치즈폼 라떼

상큼 캐모마일 푸루츠티


홍보물 컨셉과 이름을 따스하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맞추니 촬영 컨셉을 잡기도 좀 더 수월해졌다. 이불을 덮은듯한 컷, 구름위에 올린듯한 이미지로 사진 촬영을 하기로 했다. 이름을 짓고 나니 이미지를 어떻게 할지도 더 쉽게 연상할 수 있었다. 이름을 지으라고 하신 알앤디 매니저님은 부드러운 느낌이 들어서 좋다고 했다. 


겨울에 나올 신메뉴이지만 8월에 벌써 이런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메뉴 제작 과정은 6개월, 빠르게 진행한다면 3개월이 걸린다고 했다. 내가 이름을 생각한 메뉴가 매장에 나온다면 뿌듯해서 1일 1잔 할 것 같았다. 이름을 짓고 나니 더 애정이 생겼다. 취해 있는 내게 팀장님은 일침을 하셨다.


"신메뉴 매출도, 역량도 구름처럼 높이 오르길 바랍니다."


(그래... 매출이 우선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