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반려동물은 어떤 의미인가요?'- 6년차 고양이 집사의 소회

'당신에게 반려동물은 어떤 의미인가요?'- 6년차 고양이 집사의 소회

작성자 파우치

반려의 시간

'당신에게 반려동물은 어떤 의미인가요?'- 6년차 고양이 집사의 소회

파우치
파우치
@user_08e67onktr
읽음 1,815
이 뉴니커를 응원하고 싶다면?
앱에서 응원 카드 보내기

몇 달 전부터 반려동물 대학보내기 시리즈를 연재하며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반려동물 건강을 지키는 법을 더 쉽게, 흥미롭게 알려드릴까? 란 생각으로 많은 고민을 한 것 같습니다. 오늘은 다시 한 번 근원으로 돌아가, 제가 왜 이런 아티클을 연재하고 싶었는지에 관해 되돌아보고 초심을 다잡아 보려 합니다. 사진은 저희 집 고양이 6살 칠칠 & 팔팔 이에요. 더울 땐 서로 같은 공간에 잘 있지도 않더니 날이 쌀쌀해지니 어느새 많고 많은 스크래처 중 저기에 하필 둘이 꼭 붙어있네요.

우리 고양이가 아닌, 다른 고양이와 친해지다

저의 직장 근처에 사는 대학교 후배가 있어요. 원래 고양이를 키우지 않다가 시골집에서 고양이랑 친해진 후 길냥이를 입양한 친구예요. 후배가 최근 좀 길게 여행을 가며 제가 고양이 시터를 3일간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직장 근처니까 점심시간에 잠시 가서 물이랑 습식, 약을 챙겨주고 화장실도 갈아주고 좀 놀아주는 시터를 하고 오는 거죠. 저희 집 턱시도 칠칠이 처럼 후배네 고양이도 턱시도라 더 친근감이 들었어요. 이름은 하비. 첫 만남은 얼굴을 못 보진 않았지만 코인사 정도만 하고 저의 동태를 살피는 하비의 모습만 관찰할 수 있었죠. 부지런히 물그릇을 씻고, 습식에 약을 타서 주고, 화장실을 정리하고 남은 모래를 청소한 뒤 장난감으로 좀 놀아주다 트릿을 군데군데 숨겨두고 퇴청했습니다. 다음날 방문했을 때, 저는 깜짝 놀랐는데요! 이유는 하비가 현관 앞에 나와있다가 저를 보고 호다닥 들어갔기 때문이에요. 후배네 집엔 중문이 없었는데, 만약 집 안이 아닌 바깥쪽으로 하비가 튀어나갔다면 어떡하지? 란 생각이 드니 아찔했습니다. 그러나저러나 저에게 좀 익숙해진 하비는 저의 냄새를 맡고, 제가 화장실 치우는 뒷모습을 보고, 제가 습식을 주고 가만히 거실 소파에 앉아 그루밍 빗을 들고 있자 스멀스멀 다가오더군요. 얼굴에 뭔가를 묻힌 채여서 으레 모래겠거니 하며 닦으려는데 손에 누런 콧물이 묻더라고요. 허피스를 앓고 있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사람 콧물 같은 콧물이 고양이에게서 나오는 건 처음 봤어요. 말끔하게 닦아주니 기분이 좋은지 손에 머리를 치대더군요. 빗을 좋아한다고 했던 터라 열심히 빗질을 해주었더니 골골송도 불러주었어요. 이틀 만에 마음을 열어준 하비가 고맙기도 했지만 그만큼 외로운가 싶어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저희 둘은 조금 친해졌어요.

남의 고양이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막상 좀 친해지고 나니 후배네 집에 여러 가지 걱정 포인트들이 보이더라고요. 첫 번째는 중문이었습니다. 저도 신혼집에서는 방묘문을 설치해 중문을 대신했었고, 이사 온 이후엔 사람 중문이 자동 방묘문이 되어주고 있는데 간혹 문틈이 벌어지면 손을 넣고 현관에 저희 고양이들도 종종 나가더라고요. 그럴 때 현관문을 열면 큰일 날 수도 있으니 항상 주의해서 꼭 닫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후배네도 겁이 많은 하비가 혹시나 뛰쳐나갈 위험이 있지 않을까 걱정되더라고요. 또 약을 먹고 있는데도 계속 지속되는 쇳소리가 걸리는 숨소리, 콧물도 걱정되었어요. 고양이 방의 창고 문도 잘 안 잠겼는데 해충약등이 설치되어 있는 것 같아 그것도 걱정되었답니다. 그래서 여행가 있는 후배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던 것 같아요. 이런 건 이렇게 하는 게 어때? 하고요. 사연을 들어보니 다 이유가 있는 것들이었고 그 중 제일 슬픈 건 하비는 선천적으로 숨 쉬는 기관이 좀 덜 자라 늘 그렇게 약으로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후배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던 제가 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또한 그러는 난? 우리 집 고양이들에게 어떤 케어를 얼마큼 해주고 있을까? 하는 스스로에 대한 의문도 함께 들었어요.

나도, 고양이도 이젠 중년에 가까워진

20대일 땐 마냥 항상 내가 젊을 것만 같았지만, 아이를 낳고 되돌아보니 제 나이는 어느새 "많은"편에 속하는 나이더라고요. 저희 고양이들도 저에겐 처음 입양했을 때 길에서 데리고 온 400g짜리 2개월 길냥이 같은데 어느새 만 5세가 넘어가는 청장년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아직은 건강한 편이지만 지난 아티클에서도 일부 얘기한 적 있듯이 첫 스케일링을 해야 했고, 앞으로 건강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나이가 되긴 했죠. 그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올해는 그 동안 건강검진에서 생략했던 대장 내시경을 처음으로 받아보려고 합니다. 인스턴트 음식도 줄이고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좀 더 많이 먹는 식습관을 쌓으려 노력 중이에요.

반려동물 대학보내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요

죽음이란 것을 수치화 하여 생각해 보는 것이 썩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평균 수명, 요즘 말로 기대 수명이란 것이 있습니다. 현재의 연령별 사망 수준이 지속된다는 가정 하에, 올해 태어난 출생아가 향후 몇 세까지 살 것인가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한 해 동안 사망한 사람의 평균 연령과는 다른 말이죠. 우리나라 사람의 기대 수명이 약 80세 정도라면 반려동물의 기대 수명은 약 15세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20세에 입학하는 대학 보내기는 어찌 보면 쉽지 않은 목표입니다. 노화와 질병을 마주치지 않는 생명이란 없죠. 모든 생명은 그 과정을 거치지만, 주어진 시간 속에서 최대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려 노력한다 생각합니다. 사람도, 반려동물도요. 사람은 보다 능동적으로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지만, 반려동물은 많은 부분을 사람에게 의존하고 있죠. 사람보다 평균 수명 또한 짧기도 하고요. 하지만 반려동물의 보호자분들도 반려동물과 가족처럼 일상을 살다 보면 원하지 않아도 놓치는 부분이 있기 마련입니다. 제가 쓰는 이 시리즈는 그런 부분에서 반려동물의 보호자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글들의 모음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좋은 집사가 되기 위한 매일의 다짐

제가 처음 고양이들과 살게 되었을 때는 아이도 없고 집도 지금보다 좁았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은 좀 더 넓은 집에 고양이들만의 방도 생겼고 작은 아이 집사도 생겼죠. 많은 환경이 변화했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들도 있어요. 아이를 재우고 나와 평화로운 저녁시간을 즐기다 보면 어느샌가 제 옆에 머리를 박치기 하고 있는 저희 집 고양이들이 있거든요? 저한테는 그 순간이 저의 하루 중 손에 꼽을 만큼 행복한 순간입니다.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나누고 감정을 소통하며 너와 내가 많은 시간을 보내진 못해도 서로 사랑하고 연결되어 있다는 교감을 하는 시간이요. 그 시간들이 저의 남은 인생의 시간에서 최대한 길어질 수 있도록 오늘도 무얼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봅니다. 아침에 깜박하고 나온 양치질도 퇴근하면 얼른 가서 해줄 거고요. 매일 먹이는 것을 깜박하는 영양제도 오늘은 깜박하지 않아보려 노력합니다. 앞으로도 반려동물의 건강 수명을 늘이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의 소개도 더 열심히 해볼게요. 파우치의 15번 째 글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