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3000만 명이 열광하는 13분, 슈퍼볼 하프타임 쇼의 모든 것 🏈🎤

1억 3000만 명이 열광하는 13분, 슈퍼볼 하프타임 쇼의 모든 것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1억 3000만 명이 열광하는 13분, 슈퍼볼 하프타임 쇼의 모든 것 🏈🎤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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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um_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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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뉴니커도 “Not Like Us” 챌린지 따라 해본 적 있나요? 미국 래퍼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가 지난 10일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서 선보인 무대 때문에 화제가 된 챌린지인데요. BTS의 제이홉 같은 셀러브리티들도 참여하며 우리나라에서도 빠르게 트렌드가 됐죠. NJZ 하니는 인스타그램 라이브에서 “세트도 너무 예쁘고, 안무와 연출도 멋있었다”는 하프타임 쇼 후기를 남기기도 했고요.

자연스럽게 하프타임 쇼 자체에 관한 관심도 커지고 있어요. 30초짜리 광고 하나에 700만 달러(약 94억 원)가 드는 걸로 유명한 슈퍼볼 하프타임 쇼는 왜 매년 주목받는 걸까요? 아티스트들이 하프타임 쇼 무대를 선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훑어보기 👀: 지상 최대의 쇼, 시작은 시청률 경쟁이었다

슈퍼볼(Super Bowl)은 1967년 시작된 미국 미식축구 리그(NFL)의 결승전이에요. 미국의 4대 프로스포츠(농구·아이스하키·야구·미식축구) 중 가장 많이 사랑받는 스포츠의 최종전인 만큼, 열기가 어마어마하죠. 경기 한 번으로 우승 팀이 결정된다는 점도 드라마틱하고요. 하지만 하프타임 쇼가 처음부터 지금처럼 화려했던 건 아니에요. 주로 지역 대학 치어리딩 팀이나 마칭 밴드가 공연을 맡았는데요. 지루하고 유치하다는 혹평을 받을 때도 있었어요. 그래서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하프타임 쇼는 말 그대로 ‘쉬어가는 시간’이었죠.

그러던 1992년, 미국 4대 지상파 방송국 중 하나인 폭스(FOX)가 하프타임 쇼 시청자들을 뺏어오는 일이 일어났어요. 당시 슈퍼볼 경기는 또 다른 지상파 방송사인 CBS가 중계하고 있었는데요. 경쟁사인 폭스의 회장이었던 제이미 켈너(Jamie Kellner)는 “어차피 하프타임 쇼는 아무도 관심 없으니, 그 시간에 특별 프로그램을 편성하면 시청률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어요. 레이즈(Lay’s) 감자칩으로 유명한 기업 프리토레이(Frito-Lay)를 설득해 200만 달러의 투자도 이끌어냈죠. 그렇게 방영된 폭스의 특별 코미디 프로그램은 대성공했어요. 2900만 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하프타임 쇼 시간이 되자마자 폭스로 채널을 돌렸거든요. CBS의 슈퍼볼 시청자 수는 20% 넘게 줄었고요.

발등에 불이 떨어진 NFL은 다시는 이렇게 시청자를 빼앗기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래서 1993년 하프타임 쇼를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무대로 만들기로 했죠. 그렇게 섭외한 아티스트가 바로 팝의 전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이었고요. ‘빌리 진(Billie Jean)’ 같은 히트곡들로 채워진 당시 쇼는 시청자 1억 3000만 명을 기록하며 역사에 이름을 남겼어요. 

이때를 기점으로 슈퍼볼 하프타임 쇼는 미국 대중문화의 중심이 됐어요.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부터 비욘세(Beyoncé), 브루노 마스(Bruno Mars), 레이디 가가(Lady Gaga), 더 위켄드(The Weeknd)를 거쳐 켄드릭 라마까지. 시간이 지나면서 슈퍼볼 하프타임 쇼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는 대형 이벤트가 됐어요.

경제적, 사회적 영향력도 엄청나죠. 하프타임 쇼가 열리는 날은 먹을거리 소비가 추수감사절 수준으로 늘어나요. 기업들은 1억 명 넘는 시청자들에게 자신을 알리기 위해 기꺼이 돈을 쏟아붓고요. 특히 올해에는 구글, 메타, 오픈AI가 인공지능을 앞세운 광고를 선보이며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어요. 매년 광고비가 비싸지지만, 그것보다 훨씬 큰 효과를 거둔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죠. 현대자동차도 2016년 슈퍼볼 광고로 쏠쏠한 재미를 봤고요.


자세히 보기 🔎: 휘황찬란한 쇼를 넘어 시대를 담는 무대가 되다

이처럼 보고 들을 거리가 많은 슈퍼볼 하프타임 쇼. 하지만 스트리밍이 일상이 되고, 코로나19 같은 사태까지 겪으면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데에는 조금 더 깊은 이유가 있어요. 하프타임 쇼 무대는 그 자체로 미국 사회가 주목하는 이슈, 문화적·정치적 갈등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기 때문인데요. 올해 켄드릭 라마 공연이 특히 큰 화제가 된 이유이기도 해요. 무대 설계부터 오프닝과 세트리스트, 피쳐링 아티스트까지. 갈등이 만연한 현재 미국의 상황을 제대로 꼬집었거든요. 

이번 하프타임 쇼 무대를 위에서 보면, 게임기 컨트롤러가 연상돼요.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요원들이 쓰고 나오는 가면도 생각나죠. 한때 서로의 정체성과 문화를 존중하던 ‘아메리칸 드림’이 가상현실 속 게임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고, 사람들은 플레이어로 참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풍자한 거예요. 백업 댄서들은 성조기를 상징하는 붉은색, 푸른색, 흰색 옷을 입은 채 켄드릭을 중심으로 반으로 나눠지는 안무를 선보였죠. 역시 서로에 대한 갈등으로 분열된 사회를 비판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어요. 

쇼 중간중간에 나오는 흑인 배우는 사무엘 L. 잭슨(Samuel L. Jackson)이에요. ‘어벤저스’ 시리즈에서 퓨리 국장 역을 맡은 명배우죠. 이번 하프타임 쇼 무대에서는 켄드릭을 향해 “너무 흑인답게 무대를 한다”, “‘위대한 미국’답게 노래 불러라”라는 대사를 외치는 ‘엉클 샘(Uncle Sam)’을 연기했는데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 강요하는 현재 미국의 정치권을 블랙 유머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이렇게 슈퍼볼 무대에 사회적·문화적 메시지가 담기게 된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어요. 2002년에는 록 밴드 U2가 9·11테러로 큰 슬픔에 잠긴 미국인들을 위로하는 무대를 선보였죠. 2016년 비욘세는 1960년대 미국 사회를 뒤흔든 급진·무장 흑인 단체 블랙 팬서(Black Panthers)를 연상시키는 옷차림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요.

2016년 NFL 시즌에는 콜린 캐퍼닉(Colin Kaepernick) 선수가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의미로 국가가 울려 퍼지는 동안 기립하지 않고 무릎을 꿇은 채 한 손을 치켜든 일이 있었어요. 이 ‘무릎꿇기’는 미국뿐 아니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등 다른 나라로도 퍼졌는데요. 당시 대통령이었던 트럼프는 ‘반미국주의적’이라며 비난했어요. 리한나 등 뮤지션들은 이후 NFL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캐퍼닉과 연대한다는 의미에서 2019년 슈퍼볼 참여를 거부했죠. 겨우 다른 아티스트를 섭외해 진행한 그해 하프타임 쇼는 역대 최악의 공연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어요.

이처럼 슈퍼볼 무대에 메시지를 담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관점이 있어요. “지금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는 호평부터 “끔찍하게 재미없다”, “또 다른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난까지 다양하죠. 하지만 호불호를 떠나, 슈퍼볼 하프타임 쇼가 시대정신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분위기에요. 그렇기에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슈퍼볼 무대를 챙겨보고,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거죠. 

뉴니커는 이번 하프타임 쇼 어땠나요? 요즘 “Not Like Us” 챌린지가 유행하는 현상 뒤에 이렇게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는 사실이 꽤 흥미롭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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