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랑 같이 공연하고 데뷔까지 했다고요? ‘나이비스’로 보는 버추얼 아이돌의 세계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에스파랑 같이 공연하고 데뷔까지 했다고요? ‘나이비스’로 보는 버추얼 아이돌의 세계 👩🎤
지난 9월 10일, 케이팝 무대에 새로운 아티스트가 나타났어요. 바로 SM엔터테인먼트의 나이비스(nævis)인데요. 에스파(aespa) 1집 ‘블랙 맘바(Black Mamba)’ 뮤비에서 세계관을 안내하는 조력자로 처음 등장한 후, 다른 콘텐츠에서도 꾸준히 언급되며 팬들의 주목을 받아왔어요. 하지만 직접 모습을 드러낸 적은 거의 없었는데요. 한동안 소식이 없다가 데뷔 소식을 발표해 더 큰 화제가 됐어요. 나이비스 티저에는 “SM이 이렇게까지 세계관에 진심일 줄 몰랐다” 같은 댓글들이 달렸죠.
데뷔 전 콘텐츠들도 반응이 좋았어요. 실제 가수처럼 촬영 현장을 모니터하고, 팬들을 위한 분장실 셀카를 찍는 등 ‘인간적인' 면을 보여줬거든요. 지난 6월에는 에스파 월드 투어에서 깜짝 공연도 선보였어요. 나이비스의 이야기를 담은 웹툰도 공개해 세계관을 모르는 사람도 관심을 가지게 유도했고요. 이제 사람들은 나이비스가 어떻게 활동하고 팬들과 소통할지 궁금해하고 있어요.
지금은 나이비스 이외에도 다양한 버추얼 아티스트들이 활동 중이에요. 유명 인터넷 방송인 우왁굳이 런칭한 ‘이세계아이돌’(이세돌)이 대표적이죠. 작년 빌보드 코리아 3위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팬덤이 탄탄해요. 버추얼 5인조 보이그룹 ‘플레이브(PLAVE)’는 지난 4월 첫 단독 콘서트에서 3천 명이 넘는 관객과 만났고요. 왜 사람들은 지금, 디지털 세상 속 아이돌에 열광하는 걸까요?
훑어보기 👀: 90년대 사이버 가수들, 스마트폰과 유튜브라는 날개를 달고 돌아오다
한국 최초의 버추얼 아티스트는 1998년 데뷔한 ‘아담'이었습니다. 당시 음반 판매량 20만 장을 기록하고, ‘레모니아’ 음료수의 광고 모델을 맡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어요. 같은 해에 류시아(Lucia), 사이다(CYDA)도 데뷔하면서 사이버 가수가 새로운 트렌드가 될 거라는 예측도 많았죠.
하지만 사이버 가수들이 계속 활동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어요. 캐릭터를 만드는 데 막대한 돈과 인력이 필요했거든요. 팬 사인회나 예능 프로그램 출연 같은 활동도 힘들었고요. ‘사람 같은 느낌'을 주는 게 어려웠던 거죠. 이런 문제들 때문에 아담 같은 사이버 가수들은 하나둘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면서 사이버 가수라는 개념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혔죠.
가상의 캐릭터가 다시 주목받게 된 계기는 유튜브였어요. 일본에서 2D 아바타를 내세운 유튜버, 키즈나 아이(Kizuna AI)가 큰 호응을 얻었거든요. 2016년 11월 채널을 개설해 단 3달 만에 구독자 10만 명, 1년 만에 100만 명을 돌파했죠. 2019년 8월에는 세계 3대 록 페스티벌인 ‘섬머소닉’에도 참여하면서, 버추얼 아티스트의 가능성을 보여줬어요. 실시간으로 팬들과 소통할 수 있고, 아바타의 표정과 몸짓이 자연스러워진 점도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거죠. 기존 크리에이터들과 기업들도 이런 변화에 주목하기 시작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이세계아이돌이 버추얼 아이돌계의 선구자로 인정받고 있어요. 서류 심사부터 3번의 오디션, 최종 멤버 발표까지 모든 과정을 가상현실 플랫폼에서 생중계했는데요. 프로젝트를 기획한 우왁굳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세계아이돌 멤버들과 팬들이 함께 교류하는 자체 세계관도 만들었어요. 내가 응원하는 아티스트의 발전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함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롭다는 평이 많았죠.
이후 인공지능을 결합한 ‘이터니티(IITERNITI)’, 넷마블과 카카오가 합작해 기획한 ‘메이브(MAVE:)’ 등이 등장하며 버츄얼 아티스트 시장은 빠르게 활성화되고 있어요. 처음엔 거부감을 느낀 대중들도 다양한 매체로 이들을 접하며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는 거예요. 하지만 ‘가상의 캐릭터가 어떤 매력이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진 사람들도 많은데요. 버추얼 아이돌의 팬이 된 사람들은 어떤 점에 빠져들게 된 걸까요?
자세히 보기 🔎: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디지털 세계 속 아이돌들의 매력
버추얼 아이돌이 인기를 얻게 된 첫 번째 이유는 보다 다양해진 콘텐츠에 있어요. 이전에는 현실적 한계 때문에 미리 제작한 공연, 광고로만 대중들과 만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들며 팬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된 것. 대표적인 케이스가 K/DA인데요. 유명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속 캐릭터들이 데뷔했다는 컨셉으로, (여자)아이들의 멤버 미연과 소연, 미국 싱어송라이터들이 보컬을 맡았어요. 이런 K/DA가 2018년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대회 축하 무대를 꾸몄을 때, 목소리를 맡은 가수들과 같이 공연한 모습이 큰 화제가 됐죠. 현실과 가상이 연결된 콘서트를 실현했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반응이 좋았어요.
최근에는 이런 케이스들이 더 많아지고 있어요. 플레이브는 MBC 아이돌 라디오에 출연해 토크와 라이브 공연을 진행했어요. 20만 회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고, 팬들도 실제 아이돌을 응원하듯 댓글과 실시간 채팅으로 플레이브를 응원했죠. 올해 7월에는 ‘쇼! 음악중심 in JAPAN’ 무대에도 올랐어요. “버추얼 아티스트의 원조인 일본에서 공연한 것 자체가 새로운 기록이다”라는 호평이 많았죠.
팬들의 의견을 콘텐츠나 무대에 빠르게 반영하거나, 친구처럼 소통하는 듯한 경험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사람들이 버추얼 아이돌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예요. 메이브는 올해 1월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와 협업해 ‘챗 시우(Chat SIU:)’를 선보였는데요. 아티스트의 답변이 여러 사람에게 똑같이 공유되는 기존 팬덤 서비스에서 한발 더 나아가, AI 기술로 메이브의 리더 시우와 팬이 1:1로 대화하는 경험을 구현했죠.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 등 외국어도 지원해, 해외 케이팝 팬들에게도 다가갈 수 있었어요.
이세계아이돌은 2023년 국내 최초로 ‘버추얼’이 중심이 되는 콘서트를 열었어요. 솔로 아이돌 권은비, 뮤지션 지올팍(Zior Park), 댄스팀 프라우드먼 등이 함께했는데요. 송도 달빛축제공원 무대를 꽉 채운 버추얼 아이돌들의 모습에 팬들은 열광했고,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색다른 경험에 즐거워했어요. 언론 인터뷰도 VR 플랫폼으로 진행해 버추얼 아이돌이어서 가능한 경험을 보여줬죠.
그렇기에 버추얼 아이돌은 어떤 면에선 실제 아티스트들보다 오히려 더 인간적으로 다가오기도 해요. 아티스트가 실시간으로 팬들의 질문에 대답해주고, 온오프라인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거든요. 팬들도 신곡이나 새로운 앨범이 만들어질 때 기여할 수 있고요. 아티스트와 같이 성장하고 기쁨과 슬픔을 공유한다는 느낌, 바로 그게 사람들이 버추얼 아이돌에 빠져드는 이유가 아닐까요?
“신인 아티스트는 데뷔할 때 마치 로봇처럼 말하는 톤, 얼굴, 몸매 등을 바꾸는 ‘비주얼 세팅’을 거치며 그 사람의 본질과 멀어진다. 이세돌의 경우 아바타로 활동하고 컴퓨터 모니터 상에서만 존재하지만, 자기 자아와 가장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팬들은 바로 이 솔직한 자아와 소통하고 싶은 것이다. 오히려 디지털 세상에서 아티스트와 팬은 더 진실된 가치로 만날 수 있다.” - 김상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인간다움’은 뭘까요? 저는 ‘서로 온전히 믿고 힘들거나 서툰 면도 공유할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했는데요.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기는 참 어려워요. SNS에는 나의 좋은 모습만 보여줘야 할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 쓰이니까요. 반면 버추얼 아이돌은 어설프거나 실수하는 과정까지 투명하게 보여줘요. 그렇기에 팬들도 마음의 짐을 편하게 털어놓고, 서로 응원하면서 성장할 수 있죠. 저는 이런 모습이 사람들이 그리워하던 진정한 ‘연결’이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뉴니커들의 의견은 어떤가요? 나이비스 같은 버추얼 아이돌들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지, 케이팝이나 다른 문화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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