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지는 아름다움이 전부라고? ‘K팝’과 ‘K-뷰티’의 연결고리 🎤💋

보여지는 아름다움이 전부라고? ‘K팝’과 ‘K-뷰티’의 연결고리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보여지는 아름다움이 전부라고? ‘K팝’과 ‘K-뷰티’의 연결고리 🎤💋

고슴이의비트
고슴이의비트
@gosum_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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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연출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넷플릭스 서바이벌 예능 ‘더 인플루언서’. 높은 순위권에 올랐던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배는 “제 소신을 지키는 인플루언서가 되겠습니다”라는 포부와 함께 자신이 가진 콘텐츠로 승부를 하고 많은 팬들의 지지를 얻었죠. 그런가 하면 그는 “이 행복이 정말 4500원?”이라는 명언을 남기며, 생애 첫 덕질 대상인 스트레이키즈 필릭스의 버블을 구독중이라고 밝힌 적이 있는데요. 드디어 지난달, 이사배의 유튜브 채널에 스트레이키즈 필릭스가 출연해 최애와 덕후의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뷰티 크리에이터와 K팝 아이돌은 둘 다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직업이잖아요. 그들은 상대적으로 세상이 정의하는 미적 기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처럼 보이고요. 정말 그럴까요? 오늘 비욘드 트렌드는 아름다움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는 요즘, K팝과 K-뷰티의 연결고리에 대해 살펴봅니다.


‘얼빡’에서 셀 수 없이 다양한 아름다움으로

K팝의 역사는 유구한 얼빡주의와 함께합니다. 1세대 아이돌이 인터뷰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에는 마치 ‘메인 보컬’, ‘메인 댄서’처럼 ‘비주얼 담당’임을 소개하는 멤버가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이러한 기조는, KBS 뮤직뱅크의 ‘얼빡직캠’, SBS 인기가요의 ‘페이스캠’처럼 최근 주요 음악방송사가 본방 후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하는 무대 콘텐츠 영상으로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카메라가 최애의 얼굴에 초근접한 순간, 팬들이 할 일은 최애의 헤메코(헤어, 메이크업, 코디) 삼박자를 디테일하게 뜯어보는 것입니다. 팬들은 “1년 치 헤메코 비용을 하루에 몰아 쓴”, “진짜 헤메코가 고트한” 등의 표현을 통해 내 최애가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에 찬사를 보내죠. 그렇기 때문에, 최애의 장점이 돋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샵을 교체하거나 헤메코 담당자를 바꾸라는 등의 온라인 시위를 벌이기도 하고요.

메이크업을 하고, 지우는 게 일과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아이돌이 뷰티 브랜드와 광고 모델 계약을 맺어오는 건 당연한 순리처럼 보여요. 그런데, 최초로 버추얼 아이돌에게 손을 내민 뷰티 브랜드가 있습니다. 2024년 4월, 코스메틱 브랜드 ‘메디힐’이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를 자사 모델로 선정하면서, 메디힐의 신규 매장이 플레이브 세계관의 중심인 ‘아스테룸(Asterum, 신비한 중간계)’에 오픈한다는 과감한 소식을 전한 겁니다. 이후 플레이브 멤버들이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메디힐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이 공개됐는데요. 꾸준히 ‘덮머(덮은머리)’만을 선보였던 플레이브 멤버들이 팩 시연 과정을 선보이기 위해 데뷔 이후 처음으로 이마를 공개했고, 팬잘알 브랜드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어요. 

그럼 메디힐 담당자는 수많은 아이돌 중에서도 왜 플레이브를 광고 모델로 선정한 것일까요? 이와 관련해서는 메디힐과 플레이브의 만남이 모델 리스크에 민감한 소비재 시장에서의 모델 선정 판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흥미로운 의견이 있었습니다. 버추얼 아이돌의 특성상 이들이 범죄를 저지르거나 논란에 휘말리며 언론의 사회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적다는 점에 주목한 거였죠. 

그런가 하면 자신의 경험을 녹여 직접 뷰티 브랜드 론칭 및 제품 제작에 참여하는 아이돌도 있어요. ‘나 혼자 산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세안에 진심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샤이니 키는 뷰티 브랜드 ‘유리프(youlief)’와 콜라보해 클렌징 제품 ‘키 페이스(KEY:FACE)’를 만들었어요. 키는 이 제품의 기획, 디자인, 네이밍 등 기획 전반에 참여하는 ‘오리지네이터’로 크레딧에 올랐습니다. 전소미는 글로벌 뷰티 플랫폼 ‘뷰블(Beaubble)’과 협업해서 ‘글맆(GLYF)’을 론칭했는데요. 그는 브랜드 소개에서 “이 일을 통해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팬들을 만나다 보면,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엔 셀 수 없이 다양한 아름다움과 도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깨닫게 된다”며, 아름다움이 정형화된 개념에 속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즉, 기존의 뷰티 브랜드와 K팝 아이돌의 만남에서 비포&애프터 간의 드라마틱한 변화가 강조됐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에 걸친 아름다움이 이야기되고 있는 걸 볼 수 있어요.

물론, 본업인 음악을 통해 기존의 아름다움의 개념에 균열을 내는 이들도 있습니다. (여자)아이들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극중 전소연 캐릭터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할 것'을 깨닫는 서사를 연작 뮤직 드라마 형식의 ‘알러지’ MV와 ‘퀸카' MV를 통해 풀어냈고요. 르세라핌 허윤진은 자작곡 ‘I ≠ DOLL’ 에서, “난 이쁜이 / 얼굴밖에 못 해 싸가지 / 없어 보이고 싶기도 해 / I’m more than just your pretty face”라며 보여지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노래하기도 했습니다.


글로벌 K팝 팬덤이 요즘 한국에서 노는 법

한국의 뷰티 시장은 그간 스킨케어 제품군에서 두각을 보여왔어요. 달리 말하면, 다인종의 피부톤을 커버해야 하는 색조 부문에서는 비교적 선전하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2019년 설립된 국내 뷰티 브랜드 ‘티르티르(TIRTIR)’의 행보는 조금 다릅니다. 이들은 먼저 일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후 미국 시장에서의 철저한 소비자 조사와 빠른 피드백을 통해 2024년 6월, 미국 아마존 뷰티 카테고리에서 1위에 등극했어요.

특히 흑인 뷰티 크리에이터 ‘달시’가 “한국 파운데이션 중 가장 어두운 컬러”라는 제목으로 티르티르의 쿠션 제품을 발라보면서 아쉬움을 표현한 쇼츠를 업로드했을 때 티르티르의 대응이 인상적인데요. 이들이 약 한 달 만에 달시의 피부 톤에 맞는 쿠션을 개발해 선물했기 때문이에요. “K-뷰티 업계가 비판을 수용하고 제품을 개선 했다니 멋지다”는 글로벌 네티즌의 반응이 줄을 이은 건 온당한 결과였죠.

쇼츠 하면 또 댄스 챌린지를 빼놓을 수가 없잖아요. 2023년을 기점으로 원밀리언 스튜디오, YGX 아카데미 등에서 열리는 K팝 댄스 클래스에 참여하는 외국인 수강생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데요. 이들은 아이돌이 이용하는 미용실을 미리 예약해 헤어 스타일 뿐 아니라 메이크업까지 K팝 아이돌처럼 스타일링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K팝을 사랑하는 해외 팬이 MV에 등장한 장소에 성지순례를 하는 식으로 여행 코스를 짜는 건 옛말입니다. 이들의 여정에 K-뷰티가 은은하게 스며들었다는 점이 주목할만한데요. 2024 한국관광 명예홍보대사로 위촉된 뉴진스 또한 지난 7월에 공개된 영상에서 “요즘 한국에선 어떻게 노는지 알려줄까? 한국에선 아이돌이 되어 볼 수도, 인생 컬러를 찾을 수도 있지”라며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새로운 한국 사용법을 알려주는데요. 최애의 퍼스널 컬러 콘텐츠를 예습한 후, 자신의 퍼스널 컬러까지 파악하는 테스트에 참여하는 체험 콘텐츠의 인기 또한 뜨겁고요.

그런 점에서 올리브영이 올해 8월부터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인천공항부터 명동까지 시범 운행을 시작한 ‘올영 익스프레스' 역시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2024년 상반기에 올리브영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총 400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해요. 명동점은 국내 올리브영 지점 중 약 300평에 달하는 최대 규모의 매장이고, 종종 외국인 손님 인파로 오픈런이 벌어질 정도인데요. 이 버스는 명동점 바로 앞에 정차하지는 않는다고 해요. 그보다는 명동으로 대표되는 K-뷰티, K-패션, K팝, K-푸드의 장을 경험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 추세를 고려해 도입된 서비스라고 보는 게 더 좋겠죠.

얼마 전 올리브영이 명동점보다 더 큰 규모로 800평에 달하는 성수동 매장을 연내에 열 계획을 밝혔잖아요. 머잖아 우리는 지하철에서 “이번 역은 ‘성수(올리브영)역’입니다” 라는 괴상한 안내방송을 듣게 될지도 모르는데요. K-뷰티 역을 경유한 K팝 열차는 우리를 어디로 데려다 놓을까요?

by. 서해인, 대중문화 뉴스레터 ‘콘텐츠 로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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