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지브리풍 이미지’ 열풍과 저작권 논란 속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챗GPT ‘지브리풍 이미지’ 열풍과 저작권 논란 속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 🤖🎨

온 세상이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들로 가득 찼어요. 지난 3월 26일 챗GPT-4o가 업데이트되면서 원하는 이미지를 만드는 게 훨씬 쉬워졌거든요. 챗GPT를 활용해 사진을 지브리 화풍으로 바꾸는 게 하나의 놀이가 되면서, 전 세계 챗GPT 가입자 수는 5억 명을 넘어섰어요. 국내 이용자 수도 일간 120만 명을 돌파하며 신기록을 세웠고요. 오픈AI 샘 올트먼 CEO는 “GPU가 녹아내리고 있다”며 출시 이틀 만에 무료 사용을 일시적으로 제한할 정도였죠. 4월 3일부터는 특정 그림체로 이미지를 변환하는 기능이 막힌 상태예요.
이런 폭발적인 유행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어요. ‘인공지능(AI) 대중화를 이끄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며 반기는 의견도 있지만, 창작자의 노력과 저작권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오죠. 사실 이전에도 이미지를 생성하는 AI 서비스는 여럿 있었는데요. 왜 사람들은 유난히 이번 챗GPT 업데이트에 열광하는 걸까요? 우리가 이 트렌드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훑어보기 👀: 단 3년 만에 모두의 놀이가 된 ‘이미지 AI’

‘AI 이미지’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2022년이었어요. 오픈AI가 달리(DALL·E)를 발표하면서, 텍스트를 입력하면 원하는 그림을 만들 수 있는 AI 서비스가 대중화됐죠. 비슷한 시기에 일러스트에 특화된 노벨(Novel)AI 이미지 생성기, 개인 PC에 설치해 쓸 수 있는 스테이블 디퓨젼(Stable Diffusion)등 다양한 AI 모델이 등장했어요.
특히 미드저니(Midjourney)로 생성한 작품이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커졌어요. 2023년에는 포토샵으로 유명한 어도비도 파이어플라이(Firefly)라는 AI 모델을 출시하면서 ‘AI 이미지’는 빠르게 우리 일상의 일부가 됐죠.
하지만 내가 원하는 느낌의 구체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건 여전히 쉽지 않았어요. 제대로 명령을 내리는 방법부터 관련 프롬프트, 참조 이미지까지 활용할 줄 알아야 했거든요. 미드저니로 미술대회에서 우승한 제이슨 M. 앨런(Jason M. Allen)도 “원하는 작품을 만드는 데 80시간 넘게 걸렸다”고 말할 정도였죠. 사용자가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까지 그만큼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던 거예요.

이번 챗GPT 업데이트는 이런 복잡함을 확 줄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커요. ‘지브리 애니메이션 분위기로 바꿔줘’라는 문장만 입력해도 지브리 화풍을 구현할 수 있게 된 거죠. 같은 명령어를 입력해도 매번 다른 스타일의 이미지가 만들어졌던 이전과 다르게 일관성도 생겼고요. ‘명탐정처럼 모자와 안경을 쓴 고양이게 어울리는 게임 화면을 만들어 줘’라고 요청하면 사용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훨씬 정교한 이미지를 생성해줘요. 한 전문가는 “이젠 AI로 뭐가 안 될 거라고 말하기가 무서울 정도”라는 말을 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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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화풍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와요. 우선 ‘지브리’ 하면 떠오르는 따뜻하고 평화로운 느낌이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었다는 분석이 있어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스태프들이 만든 독창적인 그림체를 내 사진에 적용해보는 색다른 재미에 매력을 느꼈다는 얘기도 있고요. 지브리 작품을 잘 모르던 사람도 AI에 대한 호기심을 따라 유행에 올라탄 거라는 의견도 있죠.
하지만 비판적인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요. NHK는 “오픈AI가 저작권이 있는 작품들을 무단 스크랩했을 우려가 있다”며 무차별적인 데이터 수집을 문제로 짚었어요. 포브스는 “모든 창작 분야를 황폐화하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며 비판하기도 했죠. ‘원피스’ 애니메이션 감독을 맡은 이시타니 메구미는 “지브리가 싸구려 취급받는 걸 두고 볼 수 없다”며 분노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어요. 디자이너들, 일러스트레이터들 사이에서 일자리가 증발할 거라는 걱정도 커지고 있죠.
저는 생성형 AI 기술이 처음 나왔을 때 ‘이건 정말 차원이 다른 기술이구나’라고 생각했어요. SNS에 올라오는 AI 생성 이미지, 동영상들은 보면 볼수록 놀랍더라고요. 하지만 지브리 이미지 열풍이 불었을 때는 굳이 제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그려달라고 AI에 요청하지 않았어요. 지브리 세상 속 제 모습을 마음대로 상상할 자유가 사라지는 것 같았거든요.
AI가 ‘만능’은 아니에요. AI는 인간이 만든 작품 등의 데이터를 학습한 걸 바탕으로 이미지를 생성하는데요. AI가 학습을 위해 쓸 수 있는 데이터는 이미 바닥 난 상태죠. 일론 머스크의 표현에 따르면 “누적된 인간 지식의 총량은 AI 훈련에 다 썼다”는 거예요. 이렇게 되면 AI는 다른 AI가 만든 합성 데이터(synthetic data)를 학습에 활용하는 수밖에 없는데요.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AI가 학습하는 데이터에 AI가 생성한 데이터가 많이 섞일수록 AI 성능은 크게 떨어질 수 있어요. AI의 ‘창의력’이 그만큼 저하된다는 거예요.
다른 걸 다 떠나서, ‘창작’의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도 있어요. 창작은 세상에 없던 독창적인 무언가를 만들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새로운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일이에요. 자판기처럼 버튼을 누르면 즉각적인 결과물이 나오는 건 아니어서, 때로는 비효율적인 과정을 거쳐야 할 때도 있죠. 창작을 위한 영감을 얻기 위해 굳이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취향과 거리가 먼 콘텐츠를 감상하거나, 평소 접한 적 없는 분야의 책을 읽는 것처럼요. 이런 나름의 고뇌와 고통, 경험들이 반영된 창작물은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자신만의 창작 여정을 떠나게 이끌어주죠. 그게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진짜’ 창작일 거예요.
AI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아요. 진짜인지 아닌지 고민하지 않고 데이터를 학습해서 기계적으로 결과물을 생성하죠.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AI는 다른 AI가 만든 ‘가짜’ 창작물을 학습해 또 다른 ‘가짜’를 계속 만들어낼 거고요. 이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이 때로는 인간이 만든 것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AI가 인간의 창의력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고, 그게 결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할 수도 없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을 거예요.
AI의 등장으로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지만, 그럴수록 인간 고유의 창의성은 더 소중한 가치로 존중되어야 해요. AI는 인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결과물을 뚝딱 만들어낼 수 있죠. 하지만 AI가 인간의 창의력을 전부 대체하게 되면 결국 우리는 비슷비슷한 것만 보며 살아가게 될지도 몰라요.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고 시도하려는 인간의 의지를 AI가 꺾어버린다면 결국 세상은 단조로워지지 않을까요?
이 글을 쓰는 내내 창작과 창의성에 대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AI를 이용해 만든 결과물과 인간이 만든 창작물은 어떻게 다를까요? 인간 고유의 창의성과 AI 기술의 발전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요? ‘지브리 열풍’의 한복판에서 이런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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