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에서 가장 핫한 OTT, 근데 무료라고?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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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국에서 가장 핫한 OTT, 근데 무료라고? 🔥
뉴니커, 혹시 구독하는 OTT가 있나요? 그렇다면 “오늘 뭐 볼까?” 하면서 하염없이 스크롤을 내린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거예요. 저는 눈에 띄는 TV쇼나 영화가 있으면 다짜고짜 ‘저장하기’부터 누르는 편이에요. 지금 당장 볼 마음이 드는 건 아니지만 ‘언젠가 보겠지’ 하며 저장해두는 것. 그렇게 한참 스크롤을 내리며 저장만 잔뜩 하고는 아무것도 시청하지 않은 채 OTT를 꺼버린 경우도 많아요.
“맞아, 나도 그런 적 있어!” 했다면, 오늘 준비한 ‘무료 OTT’ 소식이 흥미로울 거예요. 미국에서 구독료 없는 무료 OTT 서비스가 엄청난 인기를 모으며 기존 유료 OTT를 위협하고 있거든요. 이게 다 무슨 이야기인지, 지금부터 같이 살펴봐요.
훑어보기 👀: “뭐 볼까?” 고민 끝? 무료 OTT가 뜬다 🍿
무료 OTT 투비(Tubi)는 요즘 미국에서 가장 핫한 서비스 중 하나예요. 지난 5월 시청자 수 100만 명을 찍으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 1년 전보다 무려 46% 늘어난 수치로, 인기 유료 OTT인 디즈니+(96만 9000만 명)마저 뛰어넘었어요. 미국의 주요 OTT인 피콕(Peacock)이나 맥스(Max), 애플TV+는 가볍게 넘어섰고요.
무료 OTT는 ‘FAST(Free Advertisement-supported Streaming TV)’라고도 하는데요. 광고를 보는 대신 구독료 없이 콘텐츠를 스트리밍할 수 있는 서비스예요. 무료 OTT에는 수백 개의 채널이 있는데요. 어떤 채널은 한 TV쇼의 에피소드만 주구장창 틀어주고, 어떤 채널은 특정 장르의 영화만 끝도 없이 나오는 식이에요. 구독료가 없는 대신 중간에 삽입되는 광고로 돈을 벌고요.
무료 OTT는 보통 이미 방송 중인 채널 하나를 골라 시청을 시작하는 방식이라, 몇 화를 볼지 사용자가 직접 고를 수 없어요. 다음 화로 빨리 넘어가거나 지금 방송 중인 에피소드의 처음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요. 내가 원할 때 원하는 걸 원하는 곳에서부터 보는 기존 OTT의 ‘온 디맨드(on-demand)’ 방식과는 다른 거예요.
‘오리지널 콘텐츠’가 거의 없다는 것도 무료 OTT의 특징이에요. 거액을 투자해 오리지널 영화·TV쇼를 제작하는 다른 유료 OTT의 흐름과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래도 ‘볼 게 없다’는 말은 안 나온다고.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는 물론, 과거에 방영됐던 수많은 TV쇼와 드라마 등으로 구성된 방대한 콘텐츠 라인업을 갖추고 있기 때문. 투비의 경우 약 5만 개의 콘텐츠가 있는데, 이는 미국 넷플릭스가 보유한 전체 콘텐츠보다 8배 가까이 많은 수준이라고.
“나온 지 오래됐거나 이상한 콘텐츠만 있는 거 아냐?”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에요. 무료 OTT에는 굳이 일부러 찾아서 볼 것 같지는 않은 희귀한(?) 저예산 영화, 마치 사골을 끓이듯 오랫동안 끝없이 반복 방영돼 대사를 줄줄 읊을 정도인 TV 시리즈, 잔뜩 먼지 쌓인 고전 영화, 방영될 때는 인기가 없어서 소리 소문 없이 묻혔던 드라마가 가득하거든요. 20~30대 젊은 시청자들이 이런 오래된 콘텐츠를 발견해 푹 빠져들면서 무료 OTT 인기 순위에서 역주행하는 일도 벌어진다고.
늘 짜릿하고 새로운 볼거리가 넘쳐나는 요즘 시대에 구시대의 유물스러운(?) 이런 무료 OTT가 서비스되는 것도 모자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니, 조금은 의아하기도 해요. 대체 그 이유가 뭘까요?
자세히 보기 🔎: 맞아, TV가 원래 이런 거였지 📺
무료 OTT의 인기를 얘기하면서 ‘무료’라는 점을 빼놓을 수는 없을 거예요. 넷플릭스나 디즈니+ 같은 기존 유료 OTT들은 지난 몇 년 동안 꾸준히 가격을 올려왔어요. 가족·지인과 계정을 공유하는 걸 제한하기도 했고요. 여기에는 치열해진 OTT 경쟁과 성장 한계에 부딪힌 시장 상황이 영향을 미쳤는데요. 구독자를 모으고 유지하기 위해 각자 오리지널 콘텐츠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다 보니, 구독료를 올려 수익성을 지킬 수밖에 없게 된 거예요.
그러자 구독료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늘었어요. ‘스트리밍’과 ‘인플레이션’을 합친 ‘스트림플레이션’이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인데요. 비용 부담 없는 무료 OTT가 인기를 끄는 건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놀랍게도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기존 유료 OTT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피로감에 주목해요. 넷플릭스 등장 이후 OTT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요즘은 쉴틈없이 새로운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있잖아요. 그 어느 때보다도 볼거리가 다양해졌지만, 봐야 할 게 너무 많아서 오히려 뭘 봐야 할지 모를 때도 많아요. 저처럼 뭘 볼지 고르는 데 시간을 다 쓰다가 정작 실제로 뭘 보지는 않는 증상을 가리키는 ‘넷플릭스 증후군(Netflix Syndrome)’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선택하기 힘들어지는 상황을 뜻하는 다른 표현도 있어요. 바로 ‘FOBO(Fear of Better Options)’인데요. 더 나은 선택지가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결국 최종 선택을 미루게 되고, 선택을 하고 나서도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 하며 불안해한다는 거예요. OTT에서 어렵사리 콘텐츠를 골라 시청을 시작했다가 금방 “음, 이거 별로네” 하면서 더 재밌는 걸 찾아 또 무한 스크롤에 나섰던 경험이 있다면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OTT에서 무언가를 보는 게 숙제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요. 요즘 유행이라는 OTT 시리즈를 봐야 대화에 낄 수 있을 것만 같고, ‘정주행하기 좋은 넷플릭스 시리즈’ 같은 추천 목록을 끝없이 검색하며 ‘실패하지 않는’ 콘텐츠를 찾아 헤매다 보면 말이죠. 유행이 지난 콘텐츠는 제출 기한을 놓친 숙제처럼 의미가 없는 것 같이 느껴져, 괜히 보기 꺼려지기도 하고요.
전문가들은 OTT의 시청 경험에 지친 사람들이 무료 OTT의 매력에 빠져든 거라고 봐요. 눈에 불을 켠 채 “지금 뭘 봐야 내 시간(과 구독요금)이 아깝지 않을까!” 하며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탐색하는 대신, 무료 OTT에서는 그냥 방송 중인 걸 보면 되기 때문. 소파에 편하게 기대앉아 채널을 휙휙 돌리다가 꽂힌 게 있다면 거기서부터 그냥 보면 되는 거예요.
이미 눈치챈 뉴니커도 있겠지만, 무료 OTT는 사실 예전 케이블 TV와 비슷한 점이 많아요. 늦은 밤 리모콘으로 하릴없이 채널을 슥슥 넘기다가 눈에 띈 영화에 우연히 빠져든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맞아, TV 보는 재미가 이런 거였지?” 불현듯 깨달았다는 뉴욕타임스 칼럼을 읽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콘텐츠 홍수의 시대로 오면서, 우리는 뜻밖의 재미를 발견하는 법을 잊어버린 게 아닐까?” 채널을 돌리다가 ‘이 영화 그때 못 봤는데!’ 하면서 그 자리에서 바로 몰입하는 경험도, 그저 ‘TV에 나오길래’ 우연히 보다가 푹 빠져드는 경험도, OTT에서는 불가능할 테니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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