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에도 PPL이 있다고요? 요즘 뜨는 최신 광고 트렌드 📺✨

OTT에도 PPL이 있다고요? 요즘 뜨는 최신 광고 트렌드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OTT에도 PPL이 있다고요? 요즘 뜨는 최신 광고 트렌드 📺✨

고슴이의비트
고슴이의비트
@gosum_beat
읽음 10,741

올해 들어 뉴니커가 가장 재밌게 본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저는 넷플릭스 콘텐츠를 많이 봤어요. ‘오징어게임 2’, ‘중증외상센터’, ‘솔로지옥 4’까지, 제 주말은 모두 넷플릭스가 가져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넷플릭스 콘텐츠가 재밌는 이유는 스케일도 스케일이지만,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적기 때문인 것 같아요. 중증외상센터의 경우 “러브 라인이 없어 좋았다”는 평이 많고, 오징어게임도 “국내 방송 프로그램이었다면 나눠주는 음식을 PPL로 홍보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죠. 

그런데 사실 넷플릭스 콘텐츠에도 일종의 PPL이 들어가 있다는 걸 알고 있나요? 중증외상센터 수술실의 수술 기구들은 협찬 제품이었고, 솔로지옥 4의 천국도는 반얀트리서울에서 촬영했죠. ‘광고 청정 구역’이었던 OTT에도 점점 광고가 늘고 있는 이유, 조금 더 자세히 살펴봤어요.


PPL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

PPL은 ‘Product Placement’의 약자로, 원래 영화 소품담당자들이 영화에 사용하는 소품을 배치하는 업무를 이르는 말이었어요. 소품을 확보하기 위해 담당자들이 기업에 협찬을 요청하던 게 점차 광고 형식으로 바뀌며 간접광고의 한 형태로 자리 잡은 것이죠. PPL이 본격적인 광고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된 계기는 바로 1982년 영화 ‘E.T.’입니다.

E.T.의 제작사는 극중에서 소년이 E.T.를 유인하는 핵심 소품으로 등장하는 초콜릿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당시 가장 인기 있던 초콜릿 M&M’s을 만드는 기업 ‘마즈(MARS)’에 협찬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습니다. 당시 경쟁사였던 허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Reese’s pieces’라는 초콜릿 캔디 제품과 소정의 자금을 협찬했어요. 해당 제품 매출은 영화 개봉 3개월 만에 66% 상승하며 PPL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전 세계에 알렸습니다. 이후 PPL이 중요한 마케팅 기법으로 자리 잡으며 본격적인 PPL 시대가 열리게 됐고요. 방송사들도 앞다투어 PPL을 도입하기 시작했죠.

초창기 PPL은 제품과 소정의 제작비 정도만 지원하는 형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콘텐츠 시장이 성장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며 제작비 부담도 급증하자 방송사들은 PPL 수익 극대화에 나서기 시작했어요. 여기에는 방송 산업을 둘러싼 구조적 이유가 있습니다. 

광고·협찬은 방송사 전체 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데요. 방송광고 시장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아요. 전체 광고 시장의 파이는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모바일광고가 방송광고 시장을 집어삼키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거든요. 2019년 6조 5000억 원 수준이었던 온라인 광고 시장이 2023년 9조 3600억 원으로 커지는 동안 방송광고 시장은 2023년 3조 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죠. 

제작비는 점점 치솟고 일반 방송광고는 줄어드는 상황에서 방송사들이 돌파구로 찾은 게 바로 PPL이었습니다. 콘텐츠를 제작해 방송사에 납품하는 외주사들 사이에서는 PPL 없이는 콘텐츠를 못 만든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죠. 방송사가 지급하는 제작비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협찬이나 PPL로 제작비를 충당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국내에서 PPL은 2009년 방송법 개정으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왔어요. 하지만 그전에도 방송사들은 ‘제작협찬’이라는 이름으로 PPL을 편법으로 도입했죠. 브랜드 로고 등의 노출이 금지되어 있었지만 로고를 약간 변형하거나 모자이크 처리하는 식으로 규제를 피해 간 거예요. 뉴스·시사프로그램을 제외한 오락·교양 프로그램에 ‘간접광고’라는 이름으로 PPL이 허용되자 방송사들의 PPL 매출은 빠르게 늘었죠. 2024 광고산업조사에 따르면 국내 PPL 시장 규모는 무려 1964억 원에 달하는데, 이는 2010년에 비해 무려 6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방송사들이 PPL을 늘리면서 시청자들의 불만도 커졌어요. PPL 제품의 장점을 부각하는 과정에서 어색한 장면이나 대사가 끼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주요 인물을 추적하던 국가정보원 요원이 갑자기 동료에게 건강기능식품을 건네며 “미리미리 챙겨 먹어야 다음 일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하는 장면이 느닷없이 등장하는 식인데요. 이렇게 몰입도를 해칠 정도로 노골적이고 부자연스러운 PPL은 광고주의 입김 때문인 경우가 많아요. PPL을 통한 매출이 절박한 방송사와 외주사 입장에서는 광고주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받아들일 수밖에 없거든요.

PPL에 대한 규제가 없는 건 아닙니다. 관련 법(방송법 시행령 제59조의 3)에 따르면 PPL이 노출되는 시간은 해당 프로그램 시간의 7%를 넘길 수 없고, 광고의 크기가 화면의 4분의 1을 초과해서도 안 되죠. “간접광고가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내용이나 구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거나 “시청 흐름이 방해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도 있지만, 해석의 여지가 있다 보니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단골 제재 대상 중 하나가 바로 과도한 PPL이죠. 


광고 없다던 OTT가 광고를 시작한 이유 🍿

OTT는 상황이 방송사와 완전히 달라요. OTT는 월 구독료를 받는 구조이기에 광고 매출 없이도 제작비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죠. 넷플릭스의 경우 외주 제작사가 PPL로 제작비를 충당하지 않아도 되도록 이후 수익을 나눠 갖는 조건으로 제작비를 전부 지원합니다. OTT 업체들은 ‘광고 없는 콘텐츠 무한 제공’을 어필하며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넷플릭스 CEO는 2019년 “광고로 수익을 창출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하며 기존 방송사와는 다르다는 점을 어필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더 이상 OTT도 광고 청정지역이 아닙니다. 넷플릭스는 2022년부터 광고 요금제를 도입했죠. 구독료를 낮춘 대신 콘텐츠 재생 도중 광고를 노출하는 방식인데요. 초반의 우려와는 달리 구독자 수가 늘고 매출이 증가하는 등 대성공을 거두며 ‘신의 한 수’라는 평가를 받았죠. 이제 광고 요금제를 도입하지 않은 OTT를 찾기 어려울 정도가 됐습니다.

PPL도 마찬가지예요. 월스트리트저널이 애플tv+ 오리지널 콘텐츠 4개를 분석한 결과 1분당 1.24번꼴로 애플 제품이 등장했어요. 디즈니+도 핵심 드라마인 로키(Loki)에 맥도날드 매장과 제품을 등장시키고, 이를 콜라보한 소스까지 출시하며 적극적으로 PPL을 펼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조금 다른 방식을 채택했어요. 유료 PPL을 하지 않고, 브랜드와 협업 형태로 진행하고 있죠. 서로의 채널에서 브랜드와 콘텐츠를 같이 노출하는 식이에요. ‘기묘한 이야기’에 코카콜라가 수없이 자주 등장하지만, 광고비를 받은 건 아니에요. 대신 광고, 제품 라벨링 등 코카콜라의 모든 홍보 채널에 ‘기묘한 이야기’가 노출되죠. 다만 넷플릭스도 언젠가는 PPL을 도입하게 될 거라는 전망도 많아요. 넷플릭스가 PPL을 통한 매년 80~140억 달러에 달하는 걸로 예상되는 추가 수익을 무시할 수 없을 거라고 보는 거죠.

광고에 부정적이던 OTT 업계가 변하게 된 이유는 역시나 급등하는 제작비 때문입니다. OTT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작비 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제작비가 치솟자 방송사는 물론, OTT도 압박에 시달리기 시작했어요. 출연료 등 돈이 많이 드는 드라마 대신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저렴한 예능·스포츠 콘텐츠에 힘을 쏟는 흐름도 나타나고요. 수익성을 개선하라는 주주들의 압박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PPL은 앞으로 더 늘어나게 될까? 👀 

PPL이 OTT와 만나 새롭게 진화할 거라는 말도 나와요. 요즘 주목받는 것 중 하나가 바로 VPP(Virtual Product Placement)입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특정 장면에 광고를 후편집으로 삽입하는 건데요. OTT가 가지고 있는 이용자 데이터(취향, 관심 분야 등)를 활용해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제품을 자동 생성해 해당 장면에 노출해요. 이용자 맞춤형 광고라, 광고 효과는 훨씬 높을 걸로 예상되죠. 아마존은 2022년 자사 OTT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VPP 베타 버전을 도입했어요. 앞으로 VPP가 전통적인 PPL을 대체할 거라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로 최근 몇 년 사이 주목받는 광고 기법입니다.

제대로 활용되기만 하면 PPL이 오히려 콘텐츠의 몰입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기도 해요. tvN이 2014년 방영한 드라마 ‘미생’은 성공적인 PPL 사례로 자주 언급됩니다. 사무실을 배경으로 평범한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인데요. 인스턴트 커피믹스, 복사용지 등 우리 회사 사무실에 진짜로 있을 법한 소품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했기 때문이죠.

이처럼 PPL은 때로는 제작비를 지원하고 몰입도를 높이는 소중한 도우미가 되기도, 때로는 극의 흐름을 방해하는 방해꾼이 되기도 합니다. “광고는 절대 없다”라고 말했던 넷플릭스도 광고를 적극 도입하고 있는 걸 보면, 결국 콘텐츠와 광고는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앞으로 PPL은 어디까지 진화하게 될까요?

* 이 콘텐츠는 ‘디깅빌보’ 에디터가 작성한 글입니다.

더 많은 마케팅 인사이트를 얻고 싶다면? 👉 ‘디깅빌보’ 구경하러 가기


[비욘드 트렌드] 에디터의 관점을 담아 지금 우리의 심장을 뛰게하는 트렌드를 소개해요. 나와 가까운 트렌드부터 낯선 분야의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비욘드 트렌드에서 트렌드 너머의 세상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 매주 금요일 12시 ‘고슴이의 비트’ 레터 받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