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휴전 협정에 숨겨진 의도 / 목격자 없는 전쟁 만들기
작성자 주간미래소년
주간 미래소년
이스라엘 휴전 협정에 숨겨진 의도 / 목격자 없는 전쟁 만들기
휴전 협정에 숨겨진 의도
전쟁의 아픔으로 신음하던 중동에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60일 휴전에 합의했다는 소식입니다. 11월 27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 휴전안을 직접 발표했습니다. 휴전안에 따라,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에 위치한 주둔군을 철수하고, 레바논은 헤즈볼라 군사시설 위치를 이스라엘 국경으로부터 25km 이격할 예정입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하는 이유 세 가지를 언급했습니다. 첫째는 ‘선택과 집중’입니다. 확대된 전선을 축소하고 이란의 위협을 집중대응하려는 의도입니다. 둘째는 ‘전력 재정비’입니다. 지친 군인에게 휴식을 제공하고 소모된 무기를 보충하려는 의도입니다. 셋째는 ‘하마스 고립’입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헤즈볼라의 공공의 적이 되어 고전했으나, 이번 휴전으로 하마스를 고립시켜서 국면전환을 시도하려는 의도입니다.
✔️ 헤즈볼라는 레바논,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을 지역 기반으로 활동하는 무장 정파입니다.
휴전 소식 자체는 반갑지만, 그 안에는 숨겨진 의도가 있습니다. 평화보다는 전열을 다듬으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란을 향한 경고 때문입니다.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의 핵심이자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뒷배인 이란과 직접적 갈등을 야기하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또한, 하마스 고립도 심히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팔레스타인에게 가혹한 시간이 될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 이스라엘은 휴전을 논의하는 순간에도 가자지구와 시리아에 대한 폭격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사라지는 목격자들
살라 알 하우는 가자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보도하는 기자입니다. 영상《가자로부터 온 목소리(Voices from Gaza)》를 제작해 알자지라 채널에 보도했습니다. 살라 알 하우 외에도 수 많은 종군기자들이 기자이자 목격자로서 가자의 현실을 세계에 널리 알렸습니다. 문제는 이런 목격자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국제 언론단체인 언론인 보호 위원회(CPJ)는 전쟁 중에 사망한 언론인이 총 137명이며, 그중 129명이 팔레스타인인이라는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이유경 국제분쟁 전문기자는 이런 행태를 ‘목격자 없는 전쟁 만들기’라며 꼬집었습니다. 다른 전쟁과 비교하여 언론인의 사망이 현격히 높기 때문입니다. 역대 가장 많은 언론인이 사망한 시기는 2006년 이라크 전쟁(56명)이었는데, 그 시기와 비교해 이미 두 배가 넘는 사망자가 집계되었습니다.
국경 없는 기자회(RSF), 알자지라에서는 이스라엘군에 의한 살해라고 표명했습니다. 언론인임을 드러내는 복장(헬멧, 조끼)이 표적이 되어 사망한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은 2012년에 4차례에 걸쳐 언론인과 미디어 시설을 공격했고, 2018년에 팔레스타인 기자 2명을 고의로 저격했으며, 2022년 팔레스타인 기자 1명을 처형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2024년 11월, 제4회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심사위원회는 살라 알 하우를 비롯한 제작팀 4명(모하메드 사와프, 아브라힘 알 오틀라, 마르완 알 아사프)에게 ‘기로의 선 세계’상을 수여했습니다. 죽음의 위협 속에 가자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기록하고, 참혹한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연대하여 살아가는 주민의 모습을 보여주며, 기자로서 사명과 헌신을 다했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제작팀 중 마르완 알 아사프는 이 기쁜 소식을 끝내 듣지 못했습니다. 2023년 12월, 한창 공습이 이뤄진 시기에 이미 유명을 달리했기 때문입니다. 알 아사프는 2주 전에 사망한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광주 그리고 가자의 목격자
《가자로부터 온 목소리(Voices from Gaza)》는 전쟁을 온몸으로 겪고 있는 9살 소녀 엘라프(Elaf)와 그 가족이 주인공입니다. 엘라프와 가족들은 폭격을 피해 집을 떠나 임시거처로 대피했습니다. 폭격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다 마저 챙기지 못한 짐을 찾으러 집에 다녀오기로 합니다. 공포는 고요한 밤 중에도 계속됩니다. 멀리서 들리는 폭격 소리 때문입니다. 엄마와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이내 표정이 굳어집니다.
폭격이 잠시 소강된 날, 엘라프는 가족과 함께 살던 집으로 향합니다. 잔해만 남아 형체를 알 수 없는 마을에서 어렵게 찾은 엘라프의 집도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모든 짐을 다 챙겨갈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어렵게 찾은 공책과 상장 그리고 인형을 손에서 놓기가 쉽지 않습니다. 학교가 사라져 버렸기에 교복은 더 이상 필요 없습니다. 가장 기쁜 건 살아서 만난 이웃 언니의 얼굴입니다.
1980년 5월, ‘푸른 눈의 목격자’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는 광주에서 벌어진 일들을 카메라에 낱낱이 담았습니다. 그리고 이 영상을 자국 공영방송에 보도했습니다. 이 결과로 전 세계가 광주의 참상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흐른 후 시대와 장소가 달라졌지만, 우리에게 엘라프의 존재를 알려준 힌츠페터 같은 목격자들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 목격자들이 언제까지 존재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휴전이 논의되는 상황에서도 가자에 드리운 그림자는 쉽게 걷히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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