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대학 시절 야푸를 전공했단 사실~: 야구팬의 야푸4대강령🤤
작성자 공놀이
야구, 좋아하세요?
난 대학 시절 야푸를 전공했단 사실~: 야구팬의 야푸4대강령🤤


(한국인들 밥 너무 먹는 거 아녜요? /▲출처: 레딧)
얼마 전 국내 커뮤니티에서는 '한국드라마 주인공들은 언제나 먹고 있다'는 내용의 해외 게시물이 소소한 화제가 됐습니다. 우리에겐 당연해보이는 '먹는' 일상이 해외 시청자 눈에는 관광청의 홍보 전략으로 의심될 정도로 이질적으로 느껴졌나 봅니다.

(밥은 먹어야지 /▲출처: tvN 비밀의 숲)
정치 스릴러 드라마 <비밀의 숲>을 보는 국내 시청자는 긴박한 스토리 전개에도 주인공 황시목 검사의 끼니를 걱정하기에 바쁩니다. '밥은 먹고 하자', '국물도 없을 줄 알아라'... 먹는 것에서 비롯된 관용 표현이 일상 표현으로 쓰이는 한국입니다. '금강산도 식후경'만큼이나 한국인을 잘 표현하는 말이 있을까요?




(먹짱 야구단 /▲출처: BEARS TV)
금강산도 식후경 법칙은 야구계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아예 먹부림으로 유명한 팀도 있습니다. 🐻일명 먹산, 베뚜기로 불리는 두산 베어스 팬들의 음식 사랑은 구단 측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마케팅 요소입니다. 실제로도 먹성이 대단해서 두산 경기 날에는 상대 팬들의 증언(?)과 매진된 야구장 가게 사진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옵니다. 두산과의 경기가 있는 날에는 사장님들이 재료를 더 넉넉히 준비한다는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야구장도 식후경 /▲출처:2023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조사 프로야구 보고서)
이러나저러나 베어스를 예로 들었지만, 사실 두산 베어스 뿐만 아니라 먹부림은 야구 관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요식업계도 야구장 입점에 두 팔을 걷고 나서고 있죠.
이렇게 공들인 야구장 음식, 경험 안 해볼 수가 없겠죠? 오늘은🍕 슬기롭게 식후경하는 야구팬의 기본강령을 공개(?)✨합니다.
첫째, 맛있는 음식은 야구장 밖에 있다🏃♂️
먹음직스러운 야푸(야구푸드) 인증샷 속 음식의 절반 이상은 외부 음식입니다. 그런 때깔의 음식은 야구장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매점에서 파는 완제품이나 주전부리 정도는 사먹을 만하지만, 메인 음식만큼은 외부 음식이 훨씬 나아요.🥲 아무리 유명한 프랜차이즈라도 야구장에 입점한 음식 퀄리티는 야구단 바깥 지점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포장이나 배달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비용도 절약하고 맛도 보장되는 길입니다.

(최신유행 잔루 비빔밥 /▲출처: 우상단)
물품 반입 기준만 준수하면 뭐든 들여올 수 있으니 어떤 음식을 먹어도 상관 없습니다. 대체로 반입이 제한되는 물품들은 다음과 같아요.
유리병, 총량 1L 초과 페트병: 실질적으로 소주/맥주병을 제한하는 규정입니다. 소주는 지양하는 분위기.
휴대용 의자, 간이테이블, 돗자리(일부 피크닉존은 허용): 관람객 이동 동선 방해 물품들
컵라면: 구장에 따라 다르지만, 화상과 화장실 위생을 이유로 금지하는 구장이 많아요

(스포츠경기가 있는 날엔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그 빵집' /▲출처: 성심당 인스타그램)
다른 지역으로 야구 원정을 갔다면 해당 지역 유명 음식을 포장해가는 걸 추천해요. 지역의 특별 음식을 먹으며 야구까지 본다고? 완전 럭키야빠잔앙🍀

(하지만 맛있었죠? /▲출처: KBO)
조금만 검색하면 구장별로 야구팬들이 추천하는 배달맛집 or 포장맛집 리스트가 있습니다. 그거 보고 음식 시키면 되겠습니다.

(야구선수도 먹는 걸로 뻥 안친다; /▲출처: Giants TV)
음식하니 배달 음식은 아니지만 경기 끝난 후 야구장 주변 맛집 찾는 법 하나 더 적어볼게요. 유튜브든 검색창이든 '야구선수 맛집추천' 검색하면 온갖 맛집이 다 나옵니다. 저도 한두 곳 찾아가서 먹어봤는데 야구 선수들은 진짜... 음식으로는 거짓말 안하더라고요...🐱선수들도 종종 와요. 다만 웨이팅은 감수해야 합니다.
둘째, 시그니처 푸드는 검증된 것만 먹기✔️

( 크림새우 /▲출처: 빅이슈)
첫번째 방법이 베스트이지만, 그래도 야구장 음식에서 낭만을 찾아보도록 합시다. 현 시점에서 제일 유명한 야푸는 크림새우일텐데요. 크림새우는 남다른 새우 크기와 맛있는 크림의 조합으로 유명해졌습니다. 고척돔 크림새우가 가장 유명하지만, 사실 크림새우를 가장 먼저 선보인 곳은 인천랜더스필드입니다. 지금은 인천, 고척을 넘어 광주, 창원, 대구 야구장에도 새로 지점을 오픈해 전국에서 크림새우를 즐길 수 있습니다. 🍤
크림새우말고도 먹을만한 야푸 어디 없냐고요? 그래서 제가 짜내왔습니다😣. 호불호 크게 안 갈리는 시그니처로만 추려서 뻔합니다. 하지만 후회를 덜 할 수 있는 선택지죠. 일찍 입장하거나 경기 중 잠깐 빠져나오지 않는 이상 대부분 줄 서야 합니다.
잠실종합운동장(LG,두산) : 통밥 김말국, 이가네 떡볶이, 갑또리 닭강정 (배달 추천)
고척스카이돔(키움): 스테이션 크림새우 (건너편 먹자골목 포장 추천)
★인천랜더스필드(SSG): 새우사총사(칠리/크림/마라/뿌링새우), 스타벅스 레드 파워 스매시 블렌디드 - 푸드코트 시설 제일 괜찮아요
★KT위즈파크(KT): 보영만두/쫄면, 진미통닭
한화생명이글스파크(한화): 농심가락국수 떡볶이
챔피언스필드(KIA): 인크커피 빵/알콜 슬러시
부산사직종합운동장사직야구장(롯데): 앞에 맛집거리 가주세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삼성): 자몽맥주 (배달 추천)
창원NC파크(NC): 코아양과 (배달 추천)

여름 직관 시 피서용으로 편의점 쿨샷+사이다or맥주 조합 강력 추천 드리는 바입니다.
셋째, 개쩌는 식당 아니 자리 예약하기 💸

(경기 중인 선수들이 김치 굽는 냄새에 홀린다는 이마트바비큐 존 /▲출처: SSG Landers)

(조리 가능한 kt 위즈파크 캠핑 존 /▲출처: kt 위즈)
이왕 돈 쓰는 김에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구장에 따라 조리가 가능한 스페셜 좌석을 이용하는 것도 식후경을 즐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물론 표 구하기는 좀 빡세요🥲) 랜더스필드의 바비큐존, KT위즈파크의 캠핑존이 대표적입니다.
마지막, 마무리는 always 깔끔하게!🧹

(바선생들의 트리마제 등.장. /▲출처: Giants TV)
즐거운 관람 후 야구장을 나오면서 우리는 엄청난 쓰레기 더미를 마주하게 됩니다. 제가 바퀴벌레라면 바보가 아닌 이상 야구장까지 기어가서 입주할겁니다ㅋ🐛
2017년 환경부의 제5차 전국폐기물통계조사에 따르면 전국 스포츠시설에서 발생한 폐기물 중 35.7%가 야구장에서 발생했습니다. 인기 종목인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수치죠. 문제는 이 중 90%이상이 재활용 불가라는 점입니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KT위즈는 가장 먼저 홈구장에 다회용기를 도입했습니다. 가장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는 잠실 야구장(마찬가지로 인기구장이기 때문에 쓰레기가 가장 많이 나옵니다)또한 이번 4월부터 다회용기를 사용합니다.

(잠실구장 분홍색 다회용기 /▲출처: 서울시)
잠실구장 다회용기 제도는 이미 작년 8월에서 9월까지 잠실구장에서 한 달간 시범 운영된 적 있어요. 이 기간동안 총 35번의 경기가 있었는데요. 녹색연합에 따르면 다회용기 사용을 통해 경기당 127kg의 쓰레기가 줄어들었다고 해요.
문제는 위생 기준보다 10배 높은 수치로 세척을 하고 있는데도, 다회용기를 찜찜해하는 관객이 있다는 점입니다.😓 아예 다회용기를 쓰레기 봉투에 투척하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해요.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우르르 빠져나가는 야구장 특성을 고려해 다회용기 회수 구역을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잘못된 인식 개선과 다른 구장들의 참여를 촉구하기 위해 다회용기 제도를 더욱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다행히 시에 따르면 잠실야구장 다회용기 도입 첫 주 회수율은 누적 기준 60%, 둘째 주 회수율은 70%로 회수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해요. 야구장 미화원에 말에 따르면 쓰레기 배출양도 줄어든 것 같습니다. 이전보다 50봉지 정도의 쓰레기가 줄어들었다고 하네요.
사실 테이블석이나 피크닉존같은 넓은 좌석 외에 야구장 취식은 꽤 불편합니다. 좌석 간격이 대체로 협소하기 때문에 편하게 음식을 먹을 수가 없어요. 응원석에 갔다면 밥 먹는 도중에도 응원을 위해 일어서야 하고요. (응원단장들 단골 멘트: "자, 식사 다 하셨죠? 일어나시죠! 뛰어봅시다!!!🤤")
우리는 어떤 문화를 즐기려 할 때 자신도 모르게 실패하지 않을 확률을 계산하게 됩니다. '영화값 비싼데 재미없으면 어떡하지?', '공연이 실망스러우면 어떡하지?' 문화 제공자는 고민하는 소비자들의 환심을 사려고 아등바등 노력합니다. 각종 이벤트나 최신 편의시설 도입같은 보조적 요소를 통해 관객들을 붙잡으려 하죠.
야구장의 먹부림 문화도 같은 맥락에서 발생했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1990년대 노점표 마른 오징어와 소주로 시작한 야푸는 본격적 마케팅 수단으로 진화했어요. 마른안주는 2000년대 치맥으로 이어져 오늘날에는 족발, 삼겹살, 피자같은 다양한 메인푸드와 디저트로까지 그 범위를 확장했습니다.
야푸는 이제 야구장 직관과 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습니다. 즐겁게 즐긴 만큼 올바른 먹부림문화가 자리잡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