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면 서쪽 마녀, 아니 이것을 찾아봐!🌌

해가 지면 서쪽 마녀, 아니 이것을 찾아봐!🌌

작성자 우주애호박

우주가 궁금한 당신에게

해가 지면 서쪽 마녀, 아니 이것을 찾아봐!🌌

우주애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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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zucch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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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고 불빛 없이는 타인의 표정을 파악하기 어려울 때가 되면, 동쪽 하늘에서 밝은 점 하나가 유난히 밝게 빛나는 걸 볼 수 있을 겁니다. 별이라고 하기엔 너무 밝고요, 비행기 헤드라이트라고 하기엔 멈춰있는 것 같죠. 분명 가을까진 하늘에 저런 게 없었는데, 왜 갑자기 하늘에 밝은 점이 생긴 건지 궁금했던 뉴니커들이 있나요?(하루에 한 번쯤은 하늘을 올려다보세요! 기분이 좋답니다) 이번 아티클에서 밝은 점의 정체를 밝혀드릴게요.

태양계 큰 형님

이번 겨울, 동쪽 하늘의 센터를 맡은 점의 정체는 바로 목성입니다(네! 그게 목성이었어요!). 태양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무거운 행성이죠. 목성의 허리에 지구를 한 줄로 늘어세운다면 11개 정도가 들어가고요, 지구보다 300배 이상 무겁습니다. 거대한 크기 때문에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지구에서 두 번째로 밝게 보이는 행성이에요(1위는 금성). 목성을 가장 먼저 ‘망원경’으로 관찰했던 사람은 갈릴레오 갈릴레이입니다. 처음엔 목성을 살피는데 정신이 없었겠죠. 하지만 곧 목성 주변의 작은 점들이 그의 눈길을 끌기 시작했습니다. 네 개의 점이 목성 주위를 돌고 있었거든요.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당시 세상은 지구가 세계의 중심이고, 모든 것들은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고 믿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구가 아닌 것을 중심으로 도는 걸 발견한 겁니다. 세상을 뒤집을 수도, 까딱하면 반역으로 몰릴 수도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갈릴레이가 기록한 목성 주변 네 개의 천체들(이미지: The University of Mars)


그렇다고 본 걸 못 봤다고 할 순 없잖아요? 갈릴레이는 묘수를 썼습니다. 그는 피렌체의 명문가였던 메디치 가문에게 이 네 개의 천체를 바치며 ‘메디치의 별’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갈릴레이 위성’ 또는 ‘4대 위성’이라고 더 잘 알려져 있어요. 말 그대로 네 개의 점은 목성의 위성 중 가장 큰 네 개의 위성이었습니다. 갈릴레이는 목성이 주인인 지구 밖 세계를 목격한 것이었죠. 이런 발견들 통해 확신을 얻은 갈릴레이는 ‘시데레우스 눈치우스’라는 책을 쓰며 지구중심설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탐사선 선정 태양계 맛집

목성은 지구와 꽤 멀리 떨어진 행성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탐사선이 목성을 방문했답니다. 목성을 최초로 방문한 탐사선은 1973년의 파이어니어 10호예요. 우리가 지금 보는 목성 이미지와 비교하면 매우 조악하지만, 당시엔 엄청난 발견이었을 겁니다! 이후 보이저 1호(1979)와 2호(1979), 갈릴레오 탐사선(1995), 그리고 주노 탐사선(2016) 등이 목성과 목성의 위성 등을 연구했어요. 이들이 촬영한 이미지가 궁금하다면 우주애호박이 예전에 썼던 글을 참고하세요!

목성 북극 주변 소용돌이(이미지: NASA / JUNO)
목성의 남극(이미지: NASA / JUNO)

목성은 삼겹살을 닮은 줄무늬가 트레이드 마크였지만, 주노 탐사선이 촬영한 고화질 이미지 덕분에 목성엔 크고 작은 수많은 소용돌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특히 주노가 촬영한 목성의 극 지역 이미지는 충격적이면서도 아름답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600일 전에 목성으로 발사된 유럽우주국의 주스 탐사선도 있어요. 2031년에 목성에 다다를 예정이에요.

그곳의 바다엔 무슨 일이

요샌 목성보다 목성의 4대 위성 중 하나인 유로파가 대세입니다. 유로파의 표면을 감싼 얼음 아래에 ‘바다’가 있을 거로 추정되거든요. 액체 상태의 물은 생명체 탄생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과학자들은 유로파를 주목하고 있어요. NASA는 2024년 10월 24일에 ‘ ‘유로파 클리퍼’란 유로파 탐사선을 보냈고(2030년에 목성에 도착할 예정), 이후 유로파의 바다를 헤엄칠 물고기 형태의 탐사 로봇도 만들었어요. 이 로봇은 유로파 표면의 얼음을 뚫으면 탐사 로봇이 바닷속으로 투입되고 헤엄치며 바다의 온도나 압력, 산성도를 측정합니다. 하지만 아직 거쳐야 할 단계가 많아 언제 유로파에 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어요. 유로파 클리퍼를 보낸 지 얼마 안 됐기도 하고요. 그래도 망원경으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지 400년이 조금 넘은 이들이 그곳의 바다를 헤엄치는 로봇을 만들었다는 게, 같은 인간이면서도 참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목성은 동쪽에서 떠서 내년 6월까지 밤하늘을 가로지르게 됩니다. 누군가가 ‘저게 뭘까’ 궁금해한다면 자신 있게 ‘목성!’이라고 대답해 주세요. 오늘 제가 해드린 얘기를 곁들여도 좋고요. 어쩌면 목성보다 더 초롱초롱한 시선을 받게 될 수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