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의 막말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 대통령의 막말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작성자 allreview

금주의 한-탄

☠️ 대통령의 막말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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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둘째 주]

이제는 언론에서 대통령 대국민 담화를 팩트체크 하고 있으니, 전 다른 결로 얘기 해야겠습니다. '갑갑한 마음'으로 '당연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이야기입니다.

👄 명대사 퍼레이드!?


이번 주 퇴근 후엔 영화 3개를 봤습니다. <1987>(723만 명), <남산의 부장들>(475만 명), <서울의 봄>(1,312만 명). OTT에서 사람들이 하도 많이 찾아보니, 'TOP10에 오른 알고리즘 탓'이었다고 변명하겠습니다. 이 3개 영화의 평균 관객 수는 834만 명입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봤다는 뜻일 텐데요. 우리는 왜, 지금 이 영화들에 '열광'할까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때와 지금이 겹쳐지는 기시감 때문일 수도, 당시를 다시 공부하기 위한 역사적 책임감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론 부족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자연스럽게 영화별 명대사를 떠올렸습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스틸컷
출처 : 네이버 영화 스틸컷

출처 : 네이버 영화 스틸컷

일종의 카타르시스(배설)랄까요. '내가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하는 말'들을 영화가 대신 말해줍니다. 그러니까 이건 '최종적인 양심'입니다. 차마 마음속 찔림을 외면하지 않는 겁니다.

🥤 유감없이 발휘하는 대통령의 진정성..


출처 : 연합뉴스

그런데 어제 윤석열 대통령이 30분간 읽어 내린 '4차 대국민 담화문'*은 정반대 편에 있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바를 유감없이 풀어냈습니다.

그동안 대통령이 쓰는 과격한 언어는 매번 지적받기 일쑤였습니다. 지적이라는 건 손가락질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은 그 손가락질을 거리끼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대통령의 막말은 '고질병'처럼 단숨에 고치지도 못하고, 다만 애써 외면되어 왔습니다(20240116 한겨레發 <[뉴스룸에서] 조롱·배제의 수단이 된 권력자의 언어>).

한숨을 쉬거나 외면하니, 거칠 것 없는 대통령이 더 강한 막말을 쏟아냅니다. 악순환입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우리나라 대통령은 가면 갈수록 더 강한 언어를 고집해 왔습니다. 실제로 연구결과(김영준,김경일. <대한민국 대통령의 언어스타일: 연설문에 나타난 언어적 특성과 심리적 특성>(2019))가 그렇습니다. 

이 연구결과를 쉽게 요약하자면, '대통령의 언어가 우경화하고 있다'는 겁니다.

진보 성향 대통령은 '고민한 흔적'을, 보수 성향 대통령은 '대통령다움과 그 진정성'을 중심으로 연설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들이 점차 '나는 대통령이다', '나를 믿어달라', '내 말이 맞다'는 식으로 '충직하고 대통령스러운' 연설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반면 '어렵다, 고민한다'는 '인지적 복잡성이 높은' 말은 줄이고 있고요. 즉, 대한민국 대통령이 점차 '우파적인 연설'을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과격하다고 평가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언어는 극우적입니다. 이번 담화문에서 그 실상이 낱낱이 드러났습니다. '광란의 칼춤', '의회 독재', '입법 폭거', '망국적 국헌 문란 세력',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괴물', '간첩이 활개 치고, 마약이 미래세대를 망가뜨리고, 조폭이 설치는, 그런 나라'.

'바이든 날리면'에서 시작한 나비의 날갯짓이 도착한 곳이 여기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더 깊숙한 진실이 또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참담합니다. 도대체 어디가 바닥인지 알 수 없어서, 그게 절망적입니다.

📢 역대 대통령의 언어.zip


역대 대통령의 언어는 어땠을까요. 어떤 말을 해왔을까요. 비교해보면 지금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비교해볼 수 있겠죠. 순전히 제 기준, 역대 대통령 어록을 살펴봤습니다(이건 나중에 특집으로 따뤄 다뤄야 할만큼 많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출처 : 연합뉴스
출처 : 뉴시스
출처 : 노컷뉴스
출처 : 뉴스프리존

숨이 막히고, 기가 막힙니다. 막히는 틈을 비집고, 김정희원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의 말을 전하겠습니다(20240119 한겨레發 <대통령의 막말과 증식하는 폭력>).

💣 당연한 건 진짜 없다


제가 대학교 1학년 땐 2017년이었습니다. 국정농단 탄핵 심판 피고인 박근혜가 대통령에서 파면되던 2017년 3월, 대학은 '민주주의'로 가득했습니다. 수업마다 민주주의 얘기를 했습니다(물론 철학과라서 그런 탓도 있습니다). 한 수업에서 제가 손을 들고 교수님께 물었습니다.

국정 농단 상황에서 '넌씨눈(넌 씨x 눈치도 없냐)'이라지만, 전 진심이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지금 우리가 당연히 누리는 이 민주주의는, 혹여 우리가 그릇된 정치 체제를 선택할 위험성마저 제거해 준 소중한 경험의 발로"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어려운 말이라서 꼭꼭 씹어 먹었는데 소화가 잘 되지 않더군요.

7년이 지난 지금은 알 것 같습니다. 땀과 눈물과 피로 산 민주주의가 일상표현이 됐죠. 마치 미국의 'man'처럼요.

마크 포사이스<그림과 함께 걸어다니는 어원 사전> 中

출처 : 비디오머그

그렇습니다. 당연한 건 없습니다. 대통령의 과격한 언어도 당연한 게 아닙니다. 착각하지 맙시다.

약 5개월 전, "'부정적인 말의 승수효과'는 분명히 어딘가에서 끊어져야 한다."고 썼습니다. 그리고 이 칼럼(20240722 동아일보發 <[동아광장/박원호]허상을 현실로 만든 한 발의 총탄>)을 인용했죠.

그때는 막연한 질문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참... 별꼴이야..'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다릅니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됩니다. '부정적인 말의 승수효과'가 비상계엄까지 동원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와버렸으니까요.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말이 칼이 될 때>라는 책에서 “‘저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가 ‘반대한다’가 되고 결국 ‘박멸하자’가 되는 건 순식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 김주혜 작가가 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에서 말한 이 문장이 진짜 현실에서 되살아났습니다.

그러니 하루빨리 스스로 송경원 씨네21 편집장의 말(20241022 씨네21發 <[편집장의 opening] 곧은 말, 너른 삶. 굽은 말, 부박한 생>)을 마음속으로 다짐합니다.

영화는 영화대로 남겨 놓겠습니다.

최태성 선생님이 <다시, 역사의 쓸모>에서 말했던 것처럼 "기울어진 세상은 결국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무너져 내리고 말 테니까"요.

 미셸 오바마가 말했던 것처럼, '그들은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가야 하니까(When they go Low, We go High)'요.


"꿈꾸지 말고 정신차려(<1987>), 이 뇌가 썩어 빠져 문드러진 인간아(<서울의 봄>). 사람은 인격이라는 게 있고, 국가는 국격이라는 게 있어. 버러지 같은 새끼를 옆에 두고 정치를 하니까 나라가 이 모양 이 꼴(<남산의 부장들>)"이라고 말하지 않으려고요(이렇게 쓰고 보니 다 말한 것 같기도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