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은 줄곧 한강이었다 : 한강의 작품 6개

한강은 줄곧 한강이었다 : 한강의 작품 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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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은 줄곧 한강이었다 : 한강의 작품 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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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 Siyeon Ban


1. 『소년이 온다』 2014년 출간

5월의 광주와, 그 후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읽는 동안 피할 수 없는 고통에 어찌할 수 없는 표정으로 책장을 넘기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 장까지 읽어 넘기고서도 도무지 책을 모두 덮고 자리에서 가뿐히 일어날 수는 없었다.

계속되는 마음, 소설에서는 다름 아닌 '너'를 계속해서 부른다. 소년이었던 동호가 넋으로서 걸어오는 걸음걸이를 상상하며 소설을 썼다는 한강 작가가 가장 마지막으로 쓴 문장은 “죽지 말아요.”였다고 한다.

<소년이 온다> 중에서

아니,
언니를 만나 할 말은 하나뿐이야.
허락된다면.
부디 허락된다면.
죽지 마.
죽지 말아요.


2. 『작별하지 않는다』 2021년 출간

어느 날 꾼 꿈에서 본 장면들과, 한강 작가의 여러 경험이 한 데로 모여 붙으며 시작되었다는 이 소설은 제주 4•3 사건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설 속에서는 내내 흰 눈이 푹푹 내리고, 경하는 눈밭을 헤쳐 친구 인선의 앵무새를 구하기 위해 인선의 집으로 나아간다. 가냘프게 불어 나부끼는 촛불처럼 생과 사가 시린 눈발 사이로 흔들리는 가운데,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라는 작가의 말이 가슴께에서 뻐근하게 퍼져나간다. 작별하지 않는다.

〈작별하지 않는다〉 작가의 말 중에서

몇 년 전 누군가 '다음에 무엇을 쓸 것이냐'고 물었을 때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바란다고 대답했던 것을 기억한다. 지금의 내 마음도 같다. 이것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


3. 『채식주의자』 2007년 출간

육식을 거부하는 주인공 영혜를 둘러싼 세 화자가 이야기하는 3부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영혜의 목소리만은 들리지 않은 채로 책은 끝이 나고 만다.

견딜 수 없는 폭력들이 마구 가로지르며 영혜를 향하고, 나무가 되기를 꿈꾸는 사람으로밖에는 영혜를 알 수 없다. 폭력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어 어디서 끝날 수 있는가. 들리지 못한 목소리는 정말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채식주의자> 중에서

피와 살은 모두 소화돼 몸 구석구석으로 흩어지고, 찌꺼기는 배설됐지만 목숨들만은 끈질기게 명치에 달라붙어 있는거야. (중략) 아무도 날 도울 수 없어. 아무도 날 살릴 수 없어. 아무도 날 숨 쉬게 할 수 없어.


4. 『희랍어 시간』 2011년 출간

말을 잃은 한 여자와 빛을 잃어가는 한 남자가 언어를 초월하여 서로를 이해한다.

희랍어는 언어로서의 기능을 잃은 언어다. 아이를 잃고 모국어를 잃은 여자가, 연인을 잃고 눈을 잃어가는 남자에게 희랍어를 배운다. 결핍으로 구성된 연약한 관계가 부드러운 살갗을 맞대고 보듬는다. 눈 없이도 읽을 수 있고, 언어 없이도 들을 수 있다. 직접 다가오는 마음을 섬세히 어루만진다.

〈희랍어 시간〉 중에서

당신은 아마 짐작하지 못했을 테지만, 이따금 나는 당신과 긴 대화를 나누는 상상을 했는데.내가 말을 건네면 당신이 귀 기울여 듣고, 당신이 말을 건네면 내가 귀 기울여 듣는 상상을 했는데. 텅 빈 강의실에서 희랍어 수업의 시작을 기다리며 함께 있을 때, 그렇게 실제로 당신과 대화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는데.

하지만 고개를 들어보면 당신은 절반, 아니 삼분의 이쯤, 아니 그보다 더 부서져버린 사람처럼, 무엇인가로부터 가까스로 살아남은 벙어리 사물처럼, 무슨 잔해처럼 거기 있었는데. 그런 당신이 무서워지기도 했는데.

그 무서움을 이기고 당신에게 다가가 가까운 의자에 걸터앉았을 때, 당신도 문득 몸을 일으켜 꼭 그만큼 다가와 앉을 것 같기도 했는데


5. 『노랑무늬영원』 2012년 출간

한강이 12년간 쓴 일곱 편의 작품을 묶은 소설집이다. 한강의 굵직한 장편 소설 틈에서도 강렬하게 드러난다. 짧지만 결코 작지 않은 작품들이 담겨 있다.

〈노랑무늬영원〉 중에서

다시 그와 같은 순간이 닥친다면, 그게 언제든, 죽음의 얼굴을 마주 본 그 자리에서 나는 좀더 꿋꿋할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이대로 그 순간을 맞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살아내지 않는다면, 진실을 살아보지 않는다면, 다시 그 순간이 닥칠 때 결단코 두려움과 후회 말고는 기대할 것이 없다.

그러나 그 진실이란 무엇인가. 모든 것이 환영과 잿더미가 되어버린 뒤, 내가 움켜쥘 수 있는 진실이 무엇인가.

그게 무엇인가.


6.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2013년 출간

시인 한강을 만날 수 있는 시집이다. 빼곡한 고통이 세공된 언어에 담겨 있다. 피가 흐르고, 비가 내리고, 눈물이 찬다. 그러나 시인은 슬픔에 침수되기보다 잠수하기를 택한 것 같다. 시인을 따라 슬픔을 채워 본다.

〈어느 늦은 저녁 나는>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Outro: Heeseung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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