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이 바꿔놓을 새로운 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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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이 바꿔놓을 새로운 세계 ✨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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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니커, 요즘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잖아요. 저도 “이제 우리나라도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원어로 읽을 수 있는 나라가 됐어!” 하며 만세를 부르는 중인데요 🙌. 한강 작가는 그동안 한 번도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된 적도 없었던지라, 예상 못한 파격이라는 평가도 많아요. 그런데 알고보면 사실 그렇지만도 않다고. 한강이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이 된 사건의 배경에는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이어져온 꾸준한 흐름이 있었거든요.

오늘의 비욘드 트렌드는 한강의 노벨상 수상이라는 즐거운 사건과, 그 사건을 가능하게 한 세계 문학계의 분위기 변화를 함께 살펴볼게요. 


훑어보기 👀: 한강이 불러온 큰 강 같은 변화 🌊

지난 10일, 스웨덴 한림원에서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회가 열렸어요. 모두의 시선이 쏠린 종이가 열리고, 한참을 뜸들이던 발표자가 뱉은 말은 바로 “South Korean author, Han Kang(한국의 작가, 한 강).”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 다양한 작품을 쓴 우리나라의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된 거예요. 이는 아시아 여성 중 최초이기도 했고요.

수상 소식이 알려지자, 들불이 퍼지듯 순식간에 열광이 퍼져나가기 시작했어요. 온라인 도서 유통 서비스인 ‘알라딘’에 접속 대기 화면이 뜨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더니, 온오프라인 서점 모두에서 한강 작가의 책들이 순식간에 모두 매진됐어요. 반나절 만에 10만 부가 넘는 책이 팔렸고, 하루도 되지 않아 판매 부수는 30만 부까지 치솟았다고. 한강 작가가 운영하는 책방 ‘책방오늘’의 개점 시간에 맞춰 오픈런을 뛰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등, 그야말로 ‘한강 신드롬’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일이 연달아 일어난 거예요.

한강 신드롬은 도서 판매에서 멈추지 않았어요. 한강과 조금이라도 연관되어 있는 온갖 콘텐츠들이 덩달아 주목을 받기 시작했거든요. KBS가 타이밍 좋게 준비한 노벨문학상 수상 특집 다큐멘터리 ‘한강’이 엄청난 관심을 받았고, 몇 년 전에 한 인터뷰 영상의 조회수가 팍팍 뛰는 한편, ‘악동뮤지션’의 한 노래(‘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가 갑자기 차트를 역주행하기도 했어요. 한강 작가가 ‘작별하지 않는다’ 초고를 제출하고 난 후 이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가 공개되었기 때문.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유명 외신도 한강의 수상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어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의 관점에서 봤을 때도 이번 수상은 굉장히 의미 있는 사건이었던 것. 여기에는 그동안 국내에서 여러 번 수상 가능성이 거론됐던 남성 원로 작가가 아닌, 젊은 여성 작가가 상을 탔다는 점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했고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요?


자세히 보기 🔎: 한강 노벨상 이전과 이후의 세계

아시아 여성 작가들, 특히 우리나라의 젊은 여성 작가들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몇 년 전부터 계속 커져왔어요. 한강은 노벨상 수상 이전에도 장편소설 ‘채식주의자’로 2016년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불리는 영국의 부커상을, ‘작별하지 않는다’로 2023년 프랑스의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았거든요. ‘저주토끼’를 쓴 정보라 작가 역시 2022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까지 이름을 올리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요. 이때 번역·출판된 도서들의 외국 판매 부수도 크게 늘었다고. 

1979년 데뷔해 활동을 이어온 김혜순 시인의 작품 역시 뒤늦게 관심을 모으기도 했어요. 그의 시집 ‘날개환상통’이 올해 초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기 때문. 시는 특히 번역이 까다로운 장르라, 비영미권 작가의 작품이 국제적인 문학상 수상작에 선정되는 건 굉장히 어렵다는 말이 많은데요. 그 모든 허들을 뚫고 우리나라 작가 중 최초로 이 상을 받은 거예요. 그러자 “한국 여성 작가들의 약진이 시작됐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했어요. 젊은 여성 작가들이 문단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말은 이전부터 계속 있었지만, 최근 들어 그런 흐름이 글로벌적인 차원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에요. 올해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기도 전에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수상자는 아시아 여성 작가일 것이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거든요.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됐던 건 소설 ‘목욕탕’과 에세이집 ‘영혼 없는 작가’를 쓴 일본의 작가 다와다 요코, ‘산 위의 작은 집’, ‘황니제’ 등을 쓴 중국의 찬쉐 등이었는데요. 이들의 공통점은 여성 작가라는 점, 그리고 아시아인 혹은 이민자로서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이들이라는 점이에요.

젠더적·인종적·민족적 소수자성이 중요 키워드가 되는 작가들에게 주목하는 건 세계적인 흐름이에요. 비남성·비백인·퀴어적 정체성을 가진 작가들을 발굴하고, 세계적인 문학상을 통해 소개하려는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 실제로 외신들도 이런 관점에서 한강에 주목했고요.

“한강의 승리는 한국의 문화적 성취로 널리 축하를 받았지만, 한강과 한국의 여성 작가들이 대표하는 것은 여전히 가부장적이고 여성혐오적인 한국 문화에 대한 일종의 반항이다. (...) 그녀와 한국의 다른 여성 작가들에게 있어 글쓰기는 저항의 한 형태이다.” - 뉴욕타임스, 10월 11일

이런 흐름은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걸로 보여요. 노벨문학상 수상위원회가 2010년 이후로 수상자의 성별이 한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도록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는 말은 이미 당연한 사실이 되었고, 한강의 작품이 “역사적 트라우마를 마주 보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기 때문에 수상작으로 선정했다는 스웨덴 한림원의 말에도 이런 의도가 잘 묻어 있기 때문. 

한편으로는 한강의 이번 노벨상 수상이 촉매제가 되어 다양한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거라는 말도 나와요. 그리고 이는 기존에 ‘한국문학의 대표’로 얘기되었던 원로 작가들보단, 작품이 갖는 의의에 비해 충분한 주목을 받지 못한 젊은 작가들일 가능성이 크고요.

상을 타는 게 전부는 아니지만, 이런 개별 사건이 모여서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더 큰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그보다 기쁜 일은 없을 텐데요. 한강의 노벨상 수상이라는 사건이 바꿔놓을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면서, 오늘의 비욘드 트렌드는 여기서 마무리할게요. 다음에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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