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의 인기 이유와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들 📚

독립서점의 인기 이유와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들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독립서점의 인기 이유와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들 📚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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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um_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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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제주 책방 소리소문, (오른쪽) 수원 딱따구리책방

언젠가부터 ‘텍스트힙’이라는 말이 유행이잖아요. 독서가 ‘힙한’ 취미가 됐다는 말은 쭉 있었고, 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이 열풍이 더 거세질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도 많은데요. 텍스트힙 트렌드와 떼어놓을 수 없는 트렌드가 하나 있어요. 바로 독립서점 유행이에요 📖.

독립서점은 전국 곳곳에 여러 서점을 운영하는 대형서점과는 달리, 책방 주인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서점을 말해요. 대형서점에 비해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지만, 책방 주인의 취향과 안목에 따라 개성 있는 책 큐레이션을 접할 수 있어요. 동네 골목에 숨어 있는 곳이 많아서 ‘동네책방’이라고 부르기도 하고요.

독립서점을 도는 ‘책방투어’를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독립서점은 어느새 ‘힙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는데요. 그 이면에는 우리가 잘 몰랐던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고.


훑어보기 👀: 바람이 분다. 독립서점에 가야겠다. 📚

트렌드에 민감한 뉴니커라면, 최근 몇 년 사이 독립서점 한 군데쯤은 가봤을 거예요. ‘뜨는 동네에는 독립서점이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독립서점 = 트렌드’라는 공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 여행지에서 그 지역의 유명한 독립서점을 찾아다니는 사람도 많고요. (저도 지도 앱에 ‘책방’ 폴더를 만들어 놓고 전국 곳곳의 독립서점을 잔뜩 저장해두었답니다 📍.)

독립서점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동네서점’이 펴낸 ‘2023 동네서점 트렌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이 업체에 등록된 전국의 독립서점은 884곳이에요. 1년 전보다 69곳 늘어난 수치로, 5년 전인 2018년(416곳)에 비하면 두 배 넘게 늘어난 거예요.

독립서점의 절반 이상은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몰려 있는데요. 독립서점의 증가세는 비수도권 지역이 더 빨라요. 2023년에 독립서점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울산(40.0% ↑), 충남(29.4% ↑), 경북(26.9% ↑), 경남(25.0% ↑), 대구(24.1% ↑), 부산(15.8% ↑) 순이었거든요.

각기 다른 개성을 자랑하는 독립서점도 늘고 있어요. 서점의 컨셉도 다양해졌고, 독특한 이벤트·프로그램으로 사람을 끌어모으는 곳도 늘어난 것. 연예인·유명인들이 차린 독립서점이 지역의 ‘핫플’이 되기도 하고, 독립서점이 그 지역뿐 아니라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기도 해요. 독립서점도 점점 다채롭게 진화하고 있는 거예요.

한편으로는 독립서점의 인기가 좀 의아한 것도 사실이에요. 책을 사는 사람도, 책을 읽는 사람도 줄고 있다는 말이 나온 지도 꽤 됐으니까요.

출판계는 위기라는 말이 더 이상 새롭지 않을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요. 2023년 문학동네·창비 같은 단행본 출판사 21곳의 영업이익은 2022년보다 40% 가까이 감소했어요. 베스트셀러의 판매 부수는 갈수록 줄고 있고, 학술·인문사회과학 등 대중적인 인기가 높지 않은 책의 경우 아예 책을 내는 걸 포기하는 출판사도 많다고.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는 말도 그냥 나온 말이 아니에요.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1년 사이 종이책·전자책·오디오북 중 1권 이상 읽은 성인의 비율(=독서율)은 2013년 72.2%에서 2023년 43.0%로 급감했어요. 성인이 2023년 한 해 동안 읽은 종이책은 1.7권, 구입한 종이책은 1.0권에 불과하고요. 종이책을 사는 데 쓴 돈은 1년에 1만 8000원이었다고.

같은 조사에 따르면, 성인들의 종이책 구입처로는 오프라인 대형서점(44.7%)이 가장 많았어요. 인터넷 서점·쇼핑몰(25.2%)까지 합하면 10명 중 7명은 대형서점이나 인터넷에서 책을 산 건데요. ‘소형서점’의 비율은 고작 8.4%에 그쳤다고. 이런 상황에서 독립서점은 어떻게 사람들을 끌어모은 걸까요? 그리고, 대체 어떻게 살아남고 있는 걸까요? 🤔


자세히 보기 🔎: 독립서점에 가면 책도 있고 북토크도 있고 술도 있고 🍸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군산 마리서사, 서울 땡스북스, 서울 유어마인드, 대구 고스트북스

독립서점을 처음 방문하면 우선 ‘새롭다’는 느낌을 가장 먼저 받을 거예요. 책을 분류하는 방법도, 진열되어 있는 책의 목록도 기존 대형서점과는 다르기 때문. 독립서점에는 책방 주인의 손길이 잔뜩 묻어있어요. 규모가 작아 모든 책을 들여놓을 수 없다 보니, 자연스레 책방 주인의 관심사나 취향, 안목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것.

대형서점과는 다른 독립서점의 매력은 또 있어요. 규모는 작아도 독립서점은 대형서점보다 훨씬 다채롭거든요. 독립서점 중에는커피나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를 겸하는 곳도 있고, 가볍게 술 한 잔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곳도 있어요. ‘북스테이’ 컨셉의 독립서점도 인기를 끌고 있고요. 대형서점에서는 보기 힘든 독립출판물도 있고, 문학이나 예술, 여행, 디자인 등 분야별로 아예 컨셉이 확실한 독립서점도 있어요. 북토크 등으로 그곳을 방문했던 작가가 남기고 간 사인본을 구입할 수 있는 것도 독립서점만의 매력이고요.

독립서점이 2030세대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어요. 무언가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젊은 세대의 사람들에게 독립서점이 매력적인 공간으로 떠오른 것. 독립서점들도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기획해 이런 기대에 부응하고 있어요. 자체 굿즈는 기본이고, 일상의 고민에 맞춰 책을 ‘처방’해주거나 나와 같은 날 태어난 작가·인물에 관한 책과 굿즈를 담은 ‘생일책’ 상품을 기획하는 식으로요.
 
독립서점이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빼놓으면 안 될 거예요. 독립서점에서는 북토크나 낭독회, 공연 등의 행사가 열려요. 같은 독립서점을 찾는 손님들끼리 독서 모임을 열거나, 저마다의 컨셉에 따라 장터·파티를 열기도 하고요. 나의 취향·관심사와 잘 맞는 독립서점에서 만난 사람들에게는 왠지 마음의 벽도 살짝 허물어지는 느낌이 들어요. 독립서점이 다른 낯선 사람들과 소통하는 공간이 되고 있는 거예요.

사실 독립서점이 책만 팔지 않는 데에는 매우 현실적인 이유가 있어요. 책만 팔아서는 절대 ‘돈’이 안 되기 때문.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한강 작가가 운영 중이라고 해서 화제가 된 독립서점 ‘책방오늘’도 마찬가지라는데요. “만성적으로 큰 폭의 적자를 내고 있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이 비이성적인 활동을 계속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고 답한 예전 인터뷰가 소환되기도 했어요.

서점은 크기와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돈을 많이 벌기 어려운 구조인데요. 독립서점은 돈을 벌기가 더 어려워요. 우선 독립서점은 대형서점보다 비싼 가격에 책을 사 오는 게 보통이에요. 1만 원짜리 책 한 권을 팔면 3000원(30%) 정도가 수익으로 남는데, 여기서 임대료와 인건비 등 운영비를 빼면 실제 남는 돈은 얼마 안 되고요. 수익성이 떨어지다 보니 문을 닫는 독립서점도 꽤 많아요. ‘2023 동네서점 트렌드’에 따르면, 독립서점의 누적 휴·폐점률은 22.1%로 집계됐어요. 5곳 중 1곳은 문을 닫은 것. 음료를 팔거나 굿즈를 만들거나 다양한 행사를 여는 건 어떻게든 수익을 올려 독립서점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라고 볼 수 있는 거예요.

올해부터는 정부 예산도 깎였어요. 지역에 있는 서점들이 모임을 열거나 작가를 초대해 북토크를 열 수 있었던 건 정부(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서점 지원 예산 덕분이었는데요. 올해부터 이 예산이 ‘0원’이 되면서 독립서점들이 혹독한 겨울을 보내는 중이에요.

개인적으로는 독립서점의 위기가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져요. 좋아하는 독립서점이 문을 닫아서 슬펐던 적이 많거든요. 독립서점에 들르면 책을 한 권이라도 꼭 사는 버릇을 들인 것도 바로 그 때문인데요. 대형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처럼 할인을 받을 수도 없고, ‘당일배송’이 되는 것도 아니지만 독립서점을 대체할 수 있는 곳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모든 유행은 활활 타올랐다가 차갑게 식으며 뜨고 지는 법이지만, 독립서점의 인기만큼은 ‘반짝 트렌드’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더 많은 사람이 독립서점의 매력에 빠질수록 우리 곁에는 각기 다른 개성을 자랑하는 독립서점이 더 많아질 테니까요. 우리는 그곳에서 새로운 책을 발견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연결되면서 더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을 거고요.


[비욘드 트렌드] 에디터의 관점을 담아 지금 우리의 심장을 뛰게하는 트렌드를 소개해요. 나와 가까운 트렌드부터 낯선 분야의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비욘트 트렌드에서 트렌드 너머의 세상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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