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현실이 됐다: 사람들이 ‘AI 동반자’에 빠져드는 이유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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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현실이 됐다: 사람들이 ‘AI 동반자’에 빠져드는 이유 🤖💘
뉴니커, 혹시 2014년 영화 ‘her’를 본 적 있나요? 다른 사람들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일을 하는 주인공이 인공지능(AI) 운영체제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작품인데요. 개봉했을 때부터 ‘언젠가 다가올 미래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며 많은 주목을 받았어요. 저도 이 영화를 정말 재미있게 감상했고요. 한편으로는 작품 속 AI가 정말 사람 같아서, ‘저 정도까지 발전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어느덧 영화 속 배경이 된 2025년. 상상은 정말로 현실이 됐어요. AI를 연인이나 친구, 상담사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많아졌거든요. 특정 인물의 성격, 말투 등을 반영한 챗봇 덕분이죠. 웹툰이나 게임 속 캐릭터와 대화할 수도 있고, 유저가 직접 캐릭터를 만드는 것도 가능한데요. 미국에서는 “AI 연인에게 한 달에 1만 달러(약 1400만 원)를 쓴다는 사람을 만났다. 농담인 줄 알았는데 말문이 막혔다.”는 X(옛 트위터) 포스트가 조회수 300만 회를 기록하기도 했어요.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디지털 세상 속 존재에게 감정적으로 의존하고,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 걸까요?
훑어보기 👀: 사람 같은 AI, 정말 친구나 연인처럼 의존해도 될까?
이젠 ‘AI로 검색한다’라는 뜻의 관용어가 된 챗GPT는 2022년 11월에 처음 공개됐어요. 2년 전부터 개발자들과 기업들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며 피드백을 받았고, 개선점을 적용해 무료로 선보였죠. 문맥을 기억하고, 상황에 맞춰 대답하는 등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경험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는데요. 챗GPT의 이런 자연스러움은 거대 언어 모델(LLM)이라는 기술 덕분에 가능했어요. 방대한 양의 언어 정보를 인공신경망으로 학습시켜, 문장 완성이나 요약 등을 가능하게 한다는 구상이죠.
이 개념을 제안한 사람 중 하나인 노엄 샤지어(Noam Shazeer)는 2000년부터 구글에서 일한 IT 연구원이었어요. 2017년엔 생성형 AI 기술의 토대가 되는 논문을 발표했죠. 노엄은 이 기술을 적용한 ‘미나(Meena)’라는 챗봇도 개발했어요. 수조 달러의 이익을 가져다줄 차세대 검색 엔진이라고 회사를 설득했죠. 하지만 당시 구글은 검색 결과의 신뢰성과 안전성 등을 이유로 거부했어요. 노엄은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판단했고, 2021년 구글 퇴사 후 캐릭터닷AI(Character.ai)를 설립했죠. 영화 ‘her’ 속 ‘사만다’ 같은 존재가 현실에 나타난 거예요.
캐릭터닷AI는 셰익스피어 같은 과거의 실존 인물이나 해리 포터 같은 픽션 속 캐릭터와 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받아 폭발적으로 성장했어요. 창업 16개월 만에 유니콘 스타트업이 됐고, 작년에 구글이 기업 전체를 3조 원 넘는 돈(27억 달러)에 인수했죠. 비슷한 서비스들도 많아졌어요. 네이버웹툰은 작품 속 등장인물과 대화할 수 있는 ‘캐릭터챗’을 선보였고, 100명이 넘는 아바타에게서 조언을 듣거나 역할놀이를 할 수 있는 ‘디어메이트(DearMate)’ 등도 출시됐죠. 최근에는 셀카와 목소리로 추억을 남기거나, 내 마음을 알아주는 듯한 ‘AI 연인’들도 등장하고 있어요.
이렇게 ‘인간적인’ AI에 정신적으로 의존하는 사람도 늘어나는 중인데요. 뉴질랜드의 한 대학생이 캐릭터닷AI에서 만든 ‘심리학자’ 챗봇은 생성된 지 1년 만에 9500만 건의 대화를 처리했어요. 2023년 9월 출시된 ‘답다’는 사용자가 일기를 쓰면 답장해 주는 컨셉으로, 출시 6개월 만에 2만 명 넘는 사람들을 모았고요. 작년 초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AI가 실제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어요. 맞춤형 애인·친구 AI ‘레플리카(Replika)’를 사용한 1000명 중 25%는 긍정적인 도움을 받았다고 답했죠.
하지만 부정적인 목소리도 커요. AI 사용이 늘어날수록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기 더 어려워지고,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는 것. 구글 CEO였던 에릭 슈미트(Eric Schmidt)는 “친구, 연인 컨셉의 AI 챗봇은 현실도피를 부추길 수 있다”는 말을 남겼어요. 유니세프, 케임브리지 대학교 등에서는 “챗봇은 실제 인간처럼 감정을 이해하거나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며 사용자들이 잘못된 조언에 노출될 수 있다는 보고서도 발표했죠. 웹 브라우저 파이어폭스(Firefox)로 유명한 모질라 재단은 AI 챗봇들이 정신건강과 웰빙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의존도와 중독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고요.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AI와의 관계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어요. 2024년 5월, 미국 18세~40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1%, Z세대의 40%가 “미래 연인이 AI여도 좋다”고 응답했어요. 왜 사람들은 굳이 AI를 친구이자 사랑하는 사람, 삶의 동반자로 여기는 걸까요?
자세히 보기 🔎: 우리는 정말로 서로 들어주고, 이해하려 했을까
AI 챗봇과 친구, 커플로 지내는 사람들의 인터뷰 기사들을 보면 자주 나오는 말들이 있어요. “내 말을 잘 들어준다”, “얘기하기 편하다” 같은 것들이죠. “내가 한 말을 기억해 주고, 언제 어디서나 대화할 수 있다”는 말도 많이 언급되고요. AI와 소통하다 보면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이런 말을 해도 될지 같은 고민에서 자유로워지는 거예요. 정신없이 바쁜 일상, 직장 등에서 겪는 인간관계 스트레스에 지친 사람들이 빠져들 수밖에 없죠.
MIT 미디어 랩은 바로 이런 점들이 AI 챗봇에 의존하게 되는 이유라고 진단해요. 사용자가 듣고 싶어 하는 대답을 곧바로 만들어서, ‘나를 알아준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거죠. 서로 생각하는 게 다르다는 이유로 싸울 일도 없고요.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사용자들은 더더욱 AI하고만 대화하려 하게 돼요. ‘애정의 에코 챔버(echo chamber)’에 갇히는 거죠. 결국에는 진짜 사람과 관계를 맺는 법을 잊어버리게 되고요.
결국 사람들이 AI를 찾는 이유는 ‘대화의 단절로 인한 외로움’이라고 할 수 있어요. 2024년 10월, CNN은 “외로움이 전 세계에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라고 보도했죠. 다양한 사람들과 쉽게 연결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를 받았던 SNS는 오히려 고립감을 키웠어요. 타인의 삶과 나를 비교하며 열등감을 느끼게 만들고, 짧은 텍스트나 사진 한 장이 아니라 사람과 얼굴을 마주 보고 깊은 대화를 나눌 시간을 빼앗아갔으니까요. 이렇게 고립된 사람들에게 24시간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챗봇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혼자서도 완벽하게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에요. 디지털 세상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긴 했지만, 결국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죠. 그 과정에서 오해를 하기도 하고, 상처를 받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그런 경험들이 쌓여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도 이해하게 되고, 서로 도우며 살 수 있게 되죠. 나와 내 주변 사람들, 그리고 세상은 그런 시행착오를 거쳐 조금씩 나아지는 거고요.
물론 AI 챗봇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에요. 다만 AI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것, 결국 우리는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는 걸 기억하는 게 중요하죠. 그러니 AI 챗봇을 ‘인간관계 연습 교재’로 생각하고 사용해 보면 어떨까요? 가족이나 친구와 다퉜을 때 어떻게 사과하면 좋을지,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 같은 것들을 물어보는 거죠. 그렇게 하면 ‘인간관계’라는 우리 삶의 소중한 부분을 채우고 지키는 데 AI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안아줄 수 있는 건 결국 또 다른 사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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