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서 오히려 좋아 🥰 요즘 뜨는 당일치기 여행 트렌드의 모든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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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짧아서 오히려 좋아 🥰 요즘 뜨는 당일치기 여행 트렌드의 모든 것 🚅🍰

고슴이의비트
고슴이의비트
@gosum_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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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어디로든 떠나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나를 낯설고 새로운 환경에 데려다 놓는 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되는 법이니까요. 여행지에서는 고민과 걱정도 잠시 내려놓을 수 있고요. 근데 그거 알고 있나요? 언젠가부터 MZ세대 사이에서 당일치기 여행이 뜨고 있다는 사실.

“여행은 길게 가야 제맛이지!”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당일치기 여행 트렌드가 낯설지도 몰라요. “적어도 1박은 해야 여유 있게 구경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충분히 일리가 있고요. 하지만 당일치기 여행은 아예 다른 종류의 여행이라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사람들이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는 이유, 자세히 살펴봤어요. 


훑어보기 👀: ‘OO 당일치기 타래’ 공유합니다 🍜🥐

X(트위터) 타임라인에서 자주 보이는 유형의 포스트가 하나 있어요. ‘OO(지역) 당일치기 타래’인데요. 국내 도시나 여행지를 당일치기로 다녀온 뒤, 방문했던 곳의 사진과 간단한 후기를 타래로 남기는 거예요. 그 지역의 식당이나 카페는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게 특징이고, 소품샵이나 빈티지 옷 가게, 전시회, 베이커리 등도 흔히 등장해요.

이런 당일치기 여행 타래는 지역을 가리지 않아요. 수도권에서 가깝거나 KTX가 닿는 인천, 수원, 대전, 부산, 목포, 속초 등이 인기 여행지로 꼽히지만, 천안이나 울산처럼 관광지로는 잘 언급되지 않는 도시들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거든요.

당일치기 여행은 흔히 ‘퀵턴 여행’이라고도 부르는데요. 원래 ‘퀵턴(quick turn)’은 항공사에서 많이 쓰는 용어예요. 비행기의 대기 시간을 줄여 운항 횟수를 늘리기 위해 목적지에 도착한 후 오래 머무르지 않고 바로 승객을 태워서 돌아오는 것. 당일치기 여행은 목적지를 ‘찍고’ 서둘러 돌아온다는 점에서 퀵턴과 닮은 구석이 있고요.

퀵턴 여행은 2024년 초 일본 엔화 가치가 쭉쭉 하락하면서 유행을 탔어요. 비행기를 타고 일본 등지로 떠나는 ‘위스키 퀵턴 여행’이 인기를 모은 것. 공항 면세점이나 현지에서 위스키를 저렴한 가격에 사 오면 왕복 비행기표 값 정도는 뽑고도 남는다는 말에 너도나도 위스키를 사겠다는 하나의 목적으로 퀵턴 여행에 나섰던 거예요.

엔저 현상이 막을 내리며 이런 위스키 퀵턴 여행 열풍은 가라앉았지만, 국내 당일치기 여행의 인기는 여전해요. ‘빵지순례’ 퀵턴 여행의 성지로 떠오른 대전이 대표적인데요. ‘노잼도시’로 알려졌던 대전이 ‘빵의 도시’로 재조명되며 요즘은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KTX와 고속버스를 타고 대전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대전만 있는 건 아니에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당일치기 여행 코스·상품을 개발하는 데 여념이 없고, 기차와 버스를 활용당일치기 여행 코스추천해주는 콘텐츠도 부쩍 늘었어요. 한국관광공사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당일치기 여행지를 추천하는 데 진심이고요.

이미 눈치챘을지도 모르지만, 당일치기 여행은 그동안 우리가 생각해왔던 여행과 달라요. 때로는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다녀오는 게 특징이거든요. 예전에는 대전에 간 김에 숙박을 하면서 성심당에 가서 빵도 사고 인근의 다른 관광지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게 보통이었다면, 지금은 성심당 빵 하나를 위해 대전에 가는 것. 

여행은 ‘간 김에’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거라고 알고 있던 저에게, 당일치기 여행은 조금 낯선 트렌드인데요. 왜 사람들은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는 걸까요?


자세히 보기 🔎: 여행 트렌드의 변화가 말해주는 것 🗺️📍

당일치기 여행이 트렌드로 떠오른 이유 중 가장 먼저 언급되는 건 교통이에요. 그중에서도 KTX는 첫손으로 꼽을 만하고요. KTX는 2004년 경부선(서울~부산)·호남선(용산~목포) 등 2개 노선 20개 역으로 운행을 시작했는데요. 이후 꾸준히 노선을 늘리며 2024년 기준 8개 노선 69개 역에 운행하고 있어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2017년 강릉선(서울~강릉)이 개통되며 수도권에서 동해안이 획기적으로 가까워졌고, 여수로 가는 전라선과 충주로 향하는 중부내륙선 등도 새로 개통됐어요. KTX로 전국 어디든 반나절 만에 갈 수 있게 된 것. 

전국 각지를 거미줄처럼 잇는 고속도로도 쉴 새 없이 새로 생겨나고 있어요. 차를 몰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저도 언젠가부터는 고속도로 이름을 외우는 걸 포기했을 정도로 정말 많은 고속도로가 새로 생겼는데요. 자가용이나 버스를 이용해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기도 그만큼 훨씬 수월해진 거예요.

코로나19가 여행 트렌드를 바꿨다는 분석도 있어요. 2021년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발간한 ‘코로나19 이후 MZ세대 여행 트렌드’ 자료에 따르면, 그해 상반기 여행 경험을 묻는 질문에 당일치기 여행이라는 응답이 29.8%로 가장 많았어요. 일상을 완전히 벗어나기보다는 안전하게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서 그런 거라는 분석이 나왔고요.

여행 트렌드의 변화는 분명 주목할 현상이에요. 한국관광공사는 빅데이터와 설문 등을 바탕으로 작성한 ‘2022 국내관광 트렌드’ 보고서는 코로나19로 바뀐 여행 문화를 요약했는데요. 그중 눈에 띄는 키워드 중 하나는 ‘개별화·다양화’였어요. 각자의 취향이나 선호도에 따라 여행 기간이나 숙소 형태, 여행 목적 등이 예전보다 훨씬 다양해졌다는 거예요. 당일치기 여행도 이전 조사 때보다 14% 늘었는데, 이 역시 이런 개인화 여행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라고.

개인화 여행 트렌드는 확실한 목표 하나를 정하고 떠나는 당일치기 여행과 잘 어울려요. 빵을 좋아하는 사람이 오로지 성심당 빵을 사러 대전에 가고, 궁을 좋아하는 사람은 서울로 ‘궁 투어’를 떠나는 것처럼, 각자 자기 관심사와 취향에 따라 부담 없이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는 것. (그러고 보니 해산물을 좋아하는 저는 물회를 먹기 위해 당일치기로 속초에 다녀온 적이 있답니다 😂.)

당일치기 여행은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MZ세대를 사로잡았다는 해석도 주목할 만해요. 당일치기 여행은 비교적 예산을 적게 잡아도 되고, 연차나 반차만 쓰고 훌쩍 떠날 수 있는데요. 여행 기간은 짧지만 확실히 기분을 전환할 수 있어서 의외로 ‘가성비’ 좋은 여행법이라고. 하루를 꽉 채워 볼거리와 먹거리를 즐기고 오는 걸로도 충분히 여행의 효용을 얻을 수 있기 때문. 여행의 목적이 분명한 만큼 실패할 확률이 낮고, 설령 실패하더라도 잃는 게 많지 않고요.

특별한 여행 대신 ‘일상 속 여행’을 추구하는 MZ세대의 특성에서 당일치기 여행이 뜨는 이유를 찾는 사람도 있어요. 오랫동안 준비해서 거창한 여행을 떠나는 게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잠깐의 특별한 순간을 즐긴다는 거예요. 다른 지역으로 떠나지 않더라도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카페 투어’나 ‘맛집 투어’, ‘팝업 투어’를 떠나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고요. 이처럼 ‘여행하듯 살고, 살듯 여행하는’ 건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MZ세대가 공유하는 여행법이라고.

사실 저는 ‘안 해본 것 많이 해보기’를 새해 목표로 세웠는데요.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고 버거울 때면 낯선 지역으로 더 자주 떠나보려고 해요. 지도 앱에 저장해둔 식당, 카페, 미술관, 사찰, 해변 등 가보고 싶은 곳은 정말 많거든요. 당장 다음 주에라도 반차를 내고 호로록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볼까 생각 중이에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평소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다면 부담은 좀 내려놓고 가볍게 떠나보는 거 어떨까요?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대단한 일탈이나 ‘탈출’이 아니라 신선한 공기와 적당히 낯선 환경, 그리고 아주 잠깐의 쉼일지도 모르니까요.


[비욘드 트렌드] 에디터의 관점을 담아 지금 우리의 심장을 뛰게하는 트렌드를 소개해요. 나와 가까운 트렌드부터 낯선 분야의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비욘드 트렌드에서 트렌드 너머의 세상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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