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들 ‘모여서’ 뛰려고 하는 걸까? 러닝크루 트렌드 살펴보기 🏃‍♀️🏃‍♂️

왜 다들 ‘모여서’ 뛰려고 하는 걸까? 러닝크루 트렌드 살펴보기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왜 다들 ‘모여서’ 뛰려고 하는 걸까? 러닝크루 트렌드 살펴보기 🏃‍♀️🏃‍♂️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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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니커, 요즘 어떤 운동 하나요? 저는 요즘 날씨가 너무 좋아서 오랜만에 한강으로 달리기를 하러 나가봤어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뛰고 있었는데요. 특히 팀을 이뤄서 달리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많이 보였어요. 러닝크루가 정말 핫하구나 싶더라고요.

사실 여럿이서 모여 함께 달리는 모임 자체는 예전부터 있었는데요. 러닝크루는 여기에 ‘자유도’와 ‘관계’가 더해졌다고 보면 돼요. 자유롭게 시간과 장소를 정해서, 함께 재미있게 달리는 것 자체를 중요하게 보죠. 그래서 까다로운 가입 절차나 엄격한 체력 기준 등을 완화하거나 없앤 경우가 많아요. SNS 등으로 활동을 인증하면서 서로 응원하고, 소속감을 나누는 것도 특징이죠.

이제 러닝크루는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가 되어가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사람들은 나만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와중에도 왜 ‘함께’ 뛰는 걸까요?


훑어보기 👀: 러닝크루, 나름 ‘근본’ 있는 트렌드예요

알고 보면 러닝크루는 역사가 길어요. 1973년, 나이키는 ‘러닝 세계의 록스타’로 불릴 정도로 미국에서 사랑받던 육상선수 스티브 프리폰테인(Steve Prefontaine)을 후원했는데요. 매사에 자신감 있고 당당하게 달리는 그의 모습은 러닝에 관심 없던 사람들도 사로잡을 정도였어요. 그의 코치이자 나이키 원년 멤버였던 빌 바워만(Bill Bowerman)은 달리기가 하나의 문화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뉴질랜드로부터 조깅 클럽 문화를 들여와 대중에게 소개하며, ‘함께 달리는 문화’의 씨앗을 뿌렸죠. 이후 미국과 여러 나라에서 달리기는 새로운 피트니스 문화로 자리 잡기 시작했어요.

스스로를 ‘러닝크루’로 정의하는 모임은 2000년대 들어 등장했어요. 미국 뉴욕 최초의 러닝크루인 브릿지러너스(Bridgerunners)는 달리기에 재미를 붙인 마이크 사에스(Mike Saes)가 2004년 만들었는데요. 친구들에게 1주일에 한 번씩 같이 뛰자는 제안으로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도 비슷한 모임은 있었지만, 러닝 초심자도 적극 환영한다는 점이 달랐죠.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이나 엄격한 규칙을 덜어낸 러닝크루는 일상 속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을 빠르게 사로잡았어요.

러닝크루의 자유로움도 인기를 얻는 원동력이 됐어요. 초기 러닝크루 멤버들 중에는 예술과 음악, 패션 등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자연스럽게 달리기를 마친 후 파티를 하거나, 가볍게 맥주를 즐기는 게 활동의 일부가 됐죠. 다른 크루와 교류할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이처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함께 도시를 달리며 가까워지는 자유분방함은 러닝 자체를 쿨한 스포츠로 보이게 만들었죠.

그러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러닝크루가 급성장했어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도 안전하게 운동하고, 다른 사람과도 만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활동이 달리기였거든요. 한국에서는 2010년대 중반부터 러닝크루가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특히 SNS 등으로 자신의 성취를 인증할 수 있는 점이 주목받아,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죠. 자연스럽게 달리기 자체에 대한 관심도 커졌어요. 올해 5월 기준으로 무신사 내 러닝화 검색량이 작년 대비 80% 이상 증가했을 정도죠. 

한국 러닝화 시장 규모도 대폭 커졌어요. 작년에 이미 약 1조 원을 넘어섰는데, 전체 운동화 시장의 약 30%에 달해요. 프랑스 호카(Hoka), 스위스 온(On)처럼 이전에는 생소했던 브랜드들도 빠르게 유명해지고 있고요. 


자세히 보기 🔎: 같이 달리면서 알게 됐어요, 서로 응원해준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러닝크루 유행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은 복합적이에요. “가성비가 좋고 사람도 만날 수 있어서 MZ세대가 선호한다”, “골프나 캠핑처럼 한 철 유행으로 끝날 거다" 등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고 있죠. 특히 최근에는 인증샷 남기기에만 몰두하거나 통행을 방해하는 일부 러닝크루의 ‘민폐 행위’가 뉴스를 타면서 부정적인 시선이 커진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사람들이 러닝크루로 모이는 이유가 단순히 멋과 가성비만은 아니에요. 러닝크루 인터뷰 기사들을 보면 ‘꾸준함’, ‘소속감’, 그리고 ‘성취감’이 자주 언급돼요. 매일 타인과 경쟁하고, 세상의 기준에 맞춰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잊기 쉬운 가치들이죠. 그렇기에 ‘즐겁게 달린다’는 단순명료한 목표를 공유하고, ‘오늘도 운동했다’라는 작지만 소중한 성취감을 주는 러닝크루는 일상 속 색다른 경험, 삶의 활력소가 되어주고 있어요.

러닝은 러닝화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어요. 큰돈을 들여 이용권을 결제하거나 레슨을 받을 필요도 없고요. 진입장벽이 낮으니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고, 건강한 효능감을 느낄 수 있어요. 

이런 러닝의 즐거움은 러닝크루로 더 커질 수 있어요. 다 함께 달리다 보면 혼자서라면 중간에 포기했을 거리를 끝까지 뛰게 되니까요. 러닝크루의 느슨한 강제성 덕분에 목표를 달성하는 짜릿함을 경험할 수 있는 거예요. 경쟁하기 위해 만난 모임이 아니라 서로 응원과 격려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고요.

러닝크루는 부담 없이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는 계기가 되기도 해요. 2030세대는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큰데요. 여전히 개인보다 집단이 우선시되고, 은연중에 서로를 비교하는 분위기에 피로를 느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아요. 러닝크루는 그런 것들에서 벗어나 오로지 ‘달리기’라는 목표를 중심으로 모일 수 있죠. 모임 공지를 보고 시간이 맞으면 나가서 뛰고, 러닝이 끝난 뒤에는 깔끔하게 헤어지는 것. 

사실 저는 혼자 하는 운동을 좋아해서, 러닝크루를 볼 때마다 궁금했어요. ‘저렇게 모여서 뛰면 어떤 게 좋을까?’ 싶었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삶이라는 쉽지 않은 마라톤을 서로 응원해주는 이벤트가 아닐까 싶어요. 요즘은 같은 목표를 바라보며 함께하는 경험 자체가 귀하잖아요. 그렇기에 ‘러닝 크루’라는 단어는 달라질지 몰라도, ‘함께 달린다’는 행위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거라 생각해요.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외롭고, 더 인간적인 연결을 원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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