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작성자 방구석디제이

방구석 DJ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방구석디제이
방구석디제이
@bangkok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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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놀이 

생각해보면 거짓말은 인간만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유투브 쇼츠로 동물들 영상을 즐겨보는 편인데 동물들도 제각각의 시치미를 뗀다. 사료통을 다 부숴놓고선 안 먹은 척 하는 고양이나, 집을 몽땅 어질러놓고 엉뚱하게 다른 강아지가 혼나는 와중에도 자기가 어지른 게 아니라며 눈알을 굴리는 강아지라든가,,, 보다 보면 그 표정들이 너무 웃기고 귀여워서 발을 동동 구르게 된다. 따지고 보면 이 친구들은 모두 우리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들 세계에서 통하는 일종의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거짓말을 할 때의 그 알 수 없는 두근거림. 끝까지 아무도 내 거짓말을 모르기를 바라면서도 동시에 들켜서 마음이 편안해졌으면 하는 그 모순적인 감정. 그 두근거림은 때때로 우리가 어떤 무언가를 좋아하거나 흥분했을 때와 비슷하기에 종종 유희로 사용되기도 한다. 코로나 직후에 고등학교 동창이자 셰어하우스 룸메이트였던 R과 집에서 자주 폰으로 마피아 게임을 했다. 알지 못하는 익명의 사람들과 가상의 공간에 모여 거짓말을 주고 받는 게임! (나는 급발진을 잘하는 성격이라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밤이 찾아왔습니다’ - 마피아에 걸렸든 걸리지 않았든 그 순간 느껴지는 스릴이란! 그리고 이런 마피아나 라이어 게임과 같은 것들은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보기만 해도 충분히 재밌는데, 누구나 한 번쯤 느꼈을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거짓말을 이용한 아주 재미있는 모임들도 있다. 2017년 일본의 한 서점에서 시작한 이후 꽤 유명해진 ‘가공 독서회’. 가공 독서회란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책을 가지고 하는 독서모임이다. 그날의 ‘가공의 책’을 어떤 사람이 제목을 정해 말하면, 모두 그 존재하지 않는 책에 대해 저마다의 상상력으로 감상평을 말하는 것이라고. 이 독서모임의 규칙은 모든 책에 대한 감상들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뿐이라고 한다. 올해 언젠가는 방구석 DJ에서도 이 ‘가공 독서회’(혹은 ‘가공 영화모임’)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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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거짓말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

사실 나는 어릴 때 곧잘 거짓말을 하곤 했다. 작정하고 '누구를 속여야지' 하고 저지른 거짓말이라기보다는, 누군가가 추궁을 하는 듯한 질문을 던지면 본능적으로 그에 대해 생각도 하기 전에 NO라고 내뱉어버리는 버릇이 있었다. 그리고 이 버릇은 꼭 비탈길에서 굴러 내려오는 눈덩이처럼 점점 커져서 - 나중에는 엄청나게 일들이 뒤바뀌어 버리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결과들을 낳기도 했다. 그래서 이 사소한 거짓말들로 여러번 크게 혼나면서 겨우겨우 고치게 된 게 아닌가 싶다. (크흡) 

그리고 이런 거짓말로부터 시작되는 영화를 하나 소개하자면... 10살쯤 된 한 아이가 주인공이다. 이름은 ‘로레’. 파란색을 좋아하고 축구를 잘하며 짧은 머리가 잘 어울리는. 새로 이사를 와 동네 친구들과 친해지는 과정에서 ‘로레’는 자신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거짓말을 한다. “넌 이름이 뭐야?” “미카엘.”

순식간에 미카엘이 된 로레는 집 바깥에서는 미카엘의 삶을, 집에서는 로레라는 이름의 삶을 산다. 해맑게 웃으며 즐거운 순간 사이사이에 자신의 거짓말이 탄로날까봐 어떤 저릿함을 느끼는 한 아이의 이야기. 푸른 원피스와 함꼐 숲에 버려진 가련한 미카엘에게 우리는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유명한 ‘셀린 시아마’ 감독의 영화 <TOMBOY>로, 아이가 느끼는 어떤 섬세한 감정의 변화와 아이들 간의 관계가 잘 드러난 영화다.

이외에도 거짓말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 영화들은 정말 무궁무진하다. 개봉한지는 좀 되었으나 아직 극장에 걸려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에서도 이 거짓말이라는 것은 영화를 움직이는 큰 동력 장치가 된다. 앞서 언급했던 <톰보이>처럼 아이가 주인공이다. ‘거짓말’의 특성상 더 이상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직접 영화를 보시는 것을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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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Bing Crosby - June in January (Single Version) 

겨울이면 다른 어떤 계절들보다도 재즈풍의 노래를 많이 듣는다. 아주 유명한 영화 OST(영화 제목은 <Here is my Heart>)이기도 한 이 노래. 소개해 드리는 것은 영화에서 나왔던 버전이다. 마치 거짓말 같은 이 제목. 그러나 사랑이라는 마법 같은 감정을 느끼는 순간, 이 거짓말 같은 문장이 진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는 것을 말하는 노래! 특히 눈이 곧잘 내리는 요즘,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낭만을 즐기기에 좋은 노래라는 생각에 추천!




😎나의 까만 거짓말

오늘의 주제는 ‘거짓말’ 인데요. 거짓말을 해서 곤란해지는 소설 속 주인공을 소개해보려고했는데 그에 앞서 제 얘기로 포문을 열어보려고 해요. 저는 어릴 때 학교에서 전화 영어 회화 수업을 신청해놓고 등록을 하지 않은 적이 있어요. 일주일에 2-3번 정도, 간단한 일상 회화를 연습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요. 첫 수업을 시작하지 않으니까 자연스럽게 두 번째 강의도, 세 번째 강의도 듣지 않고 넘어갔어요. 그러다 보니 아예 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이 된 거죠!

 

그런데 세상에. 당시 저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나 6학년이었나 그랬는데, 엄마에게 혼나기 싫은 마음에 ‘사실 회화 수업을 듣고 있다’고 거짓말을 쳤어요. 엄마가 인터넷에 들어가 수강기록을 조회하기만 하면 탄로날 거짓말이었죠. 곧장 정말 크게 혼났어요. 아마 제 기억으로 제가 자라면서 가장 크게 혼났던 날인 것 같아요. 엄마는 거짓말 하는 걸 정말 싫어하시는 분이거든요.

 

그 일을 계기로 저는 웬만하면 혼나더라도 정직을 고하면서 살아가려고 한답니다. 그렇지만 하얀 거짓말이 서로에게 좋은 상황이 오면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좀 능구렁이 같이 넘어갈 줄 아는, 거짓말까진 아니고 유도리에 가까운 순간이 오기도 하고요. 굳이 따지자면 FM에 가까운 저는 누군가에게 지나치게 딱딱해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게 더 좋은 거야! 라는 가르침을 잊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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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거짓말

‘거짓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전석순 작가의 <거의 모든 거짓말>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이번 주 주제를 듣자마자 떠오른 책이기도 했고, 설정이 독특해서 푹 빠져들어 읽게 되거든요!

 

이 책 속에서 ‘거짓말’은 일종의 스펙으로 기능해요. 쉽게 말하면 거짓말을 잘 할수록, 사회에서 인정 받고 잘 살아갈 수 있어요. 그 때문에 주인공은 스펙을 갖추려 열심히 노오력(...)하는 청년들처럼 거짓말을 연마하는데요. 이 책이 소름끼치는 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건조한 어투로 사건을 진술하지만, 도대체 무엇이 진실이고 어디서부터 거짓말이 시작되는지조차 독자는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이에요. 한마디로 이 책 전체가 하나의 거짓말처럼 느껴져서 저는 흥미롭게 읽었던 책입니다!

 

이 책에서 유독 제 눈길을 끌었던 문장들이 있는데요. 같이 보면 좋을 것 같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잘 속는 사람들은 기댈 곳이 없는 사람들이다」

「진실은 수정할 수 없지만 거짓말은 언제든지 유리한 쪽으로 뜯어 고칠 수 있다」

「사랑을 유지시키는 힘은 돈도 외모도 아닌 오직 거짓말에서만 나온다. 권력과 돈과 외모는 시간이 지날수록 변하지만 거짓말은 변해 봤자 다시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언제든 시든다. (중략) 가짜라도 괜찮다. 사랑에 빠지기만 하면 가짜인 줄도 모를 테니까.」

 

이 구절들이 왜 뼈아프지 생각해보니까, 마음에 결핍이 있거나 내가 약해져있을 때는 진실이 있더라고 그걸 외면하고 싶을 때가 있어서라는 생각이 들어요. ‘흐린 눈’을 하고선 ‘아냐 내가 믿는 게 맞아’라고 나 자신에게도 거짓말을 해버릴 때가요. 특히 인간관계에서는 더더욱 그럴 때가 있더라고요. 제가 대문자 F여서 그럴 수도 있지만, (전국에 계신 모든 F여러분 공감 부탁드립니다^^) 타인 안에서 내가 싫거나 불편한 어떤 지점을 발견했을 때도, 그 사람을 안 좋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면 더더욱 그 부분을 480p정도로 보게 된다고나 할까. 

책에서도 그 지점을 직시할 수 있게끔 우리에게 냉철한 '조언'을 여럿 던져주고 있어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에 유약한 어느 날의 내가 홀라당 넘어가서 힘들지 않을 수 있도록이요. 내가 타인의 그럴 듯한 말들에 너무 말려들고 있는 것 같은데... 싶은 날! 읽는 걸 추천드립니다. 찬물 세수한 것처럼 정신차릴 수 있도록 도와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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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Imagine Dragons - Bad liar

팝송은 특히 가사 내용을 자각하지 못하고 마구잡이로 듣다가, 이런 내용이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는데요. 이 노래가 저한테는 항상 그런 곡이에요. 플레이리스트 사이에 껴 있다가 툭 튀어나오면 그 멜로디와 가사에 마음을 빼앗기고마는... liar가 제목에 들어가서도 있지만, 어쩐지 요즘따라 생각나는 곡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