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가득한, 가을 밤하늘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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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우주애호박

우주가 궁금한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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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애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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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zucch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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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9월 한낮에도 폭염 경보를 받을 만큼 여름은 끝나지 않을 것 같았지만, 밤하늘에선 착실히 가을철 별자리들이 스멀스멀 세력을 넓히고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면 더위도 영원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걸 알 수 있었죠. 이제는 정말 완연한 가을입니다! 가을철 별자리는 말 그대로 가을철 저녁 8~9시 경 동쪽에서 보이는 별자리들을 말해요(별들은 1시간에 15도씩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합니다). 다른 계절의 별자리와는 달리, 가을철 별자리엔 그다지 밝은 별이 없어요. 도심에서 별자리를 그려보긴 어렵죠. 그래도 가을 밤하늘은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답니다! 오늘은 가을철 별자리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릴게요.

작년 가을, 제주에서 만난 가을 별자리들✨

✨카시오페이아자리

더블유(W) 모양으로 유명한 별자리죠. 그리스 • 로마 신화 속 에티오피아 왕국의 카시오페이아 왕비가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입니다. 지난 글에서도 소개해 드렸지만, 카시오페이아자리는 북극성을 찾는 데 쓰이기 때문에 이름이 잘 알려져 있어요. 요즘은 북극성을 찾을 일이 없어서 그런지 모르는 분들도 많지만요.

카시오페이아자리와 올빼미성단

카시오페이아의 무릎 근처엔 작고 귀여운 새 한 마리가 있답니다. 두 개의 큰 눈과 몸통, 날개가 보이시나요?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바로 올빼미 성단(또는 NGC 457)이란 이름의 산개성단입니다. 별들이 우연히 우리가 아는 모습으로 모여있다는 건 언제 봐도 신기한 일이에요.

올빼미 성단(이미지: 위키백과)

✨안드로메다자리

안드로메다자리와 안드로메다은하

카시오페이아자리 옆에는 그녀의 딸, 안드로메다 공주가 있습니다. 카시오페이아의 오만함이 불러온 재앙을 해결하기 위해 안드로메다는 바다 괴물의 제물이 되는 길을 택했는데요, 바위섬에 묶여 바다 괴물을 기다리는 모습을 별자리로 만들었어요. 안드로메다자리 살짝 위에는 우리의 이웃 은하인 안드로메다은하(또는 M31)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안드로메다자리 영역에 있는 은하라 그렇게 부르는 것이죠. 천문학자는 별자리를 몰라도 상관없지만, 천체의 이름을 지을 땐 별자리의 도움을 받기도 해요. 별자리는 밤하늘의 주소 역할을 하니까요.

안드로메다은하(이미지: NASA/JPL)


✨페르세우스자리

어느 날 페르세우스는 왕으로부터 메두사의 목을 잘라 오라는 명령을 받게 됩니다. 메두사는 머리카락이 모두 실뱀으로 되어 있고, 눈을 마주치면 돌로 만들어버리는 능력이 있어서 누구도 처리하지 못하는 무시무시한 괴물이었어요. 제우스의 아들이었던 페르세우스는 신들에게서 날개 달린 신발, 방패, 투구, 마법 주머니 등 다양한 무기를 선물 받게 돼요. 그리고 재치 있는 방법으로 메두사를 처치했죠. 

페르세우스자리와 이중 성단

페르세우스자리는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의 머리를 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메두사의 머리에 ‘알골’이라는 이름의 별이 있어요. 악마란 뜻이죠. 이 별은 약 2~3일 간격으로 어두워졌다가 밝아지기를 반복해요. 별의 밝기가 변하는 이유를 몰랐을 땐, 악마가 별을 삼켰다가 뱉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대요. 알골은 사실 세 개의 별이 서로를 돌고 있는데, 그중 한 별이 가장 밝은 별 앞을 지나치면서 밝기가 감소하는 거랍니다. 마치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것처럼요! 알골을 보다가 돌이 될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아요.

페르세우스 이중 성단(이미지: 위키백과)

또한 페르세우스 머리 위에는 두 개의 산개성단을 망원경으로 동시에 볼 수 있습니다. 페르세우스 이중 성단이라고 부르는 이 성단은 실제로 붙어있는 건 아니고요, 두 성단이 우연히 같은 방향에서 보이는 거예요. 가을 밤하늘의 볼거리 중 하나입니다.


✨페가수스자리

페가수스를 아시나요? 운동화 말고요, 그리스 •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날개 달린 백마 말이에요. 메두사의 잘린 목에서 흐른 피가 바닷물과 닿자, 거품이 일더니 그 안에서 페가수스가 등장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페가수스를 타고 하늘을 날아 바다를 건너던 페르세우스는 바위섬에 묶인 안드로메다 공주를 만났고, 그녀를 구출하는 데 성공해요. 

페가수스자리와 페가수스 구상성단

페가수스자리는 안드로메다자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페가수스의 몸통을 이루는 별 중 세 개는 페가수스자리에 속하고, 하나는 안드로메다자리의 별이에요. 이 네 개의 별은 ‘가을철 대사각형’을 이뤄요. 다른 별자리를 찾는 데 쓰인답니다.

페가수스 구상성단 (M15; 이미지: NASA)

페가수스의 머리 앞에는 10만 개 이상의 별들이 공처럼 모인 ‘페가수스 구상성단(또는 M15)’이 있어요. 별이 워낙 많으니, 지구에서도 밝게 보일 것 같지만, 지구와 무려 3만 광년 이상 떨어져 있어서(그래도 우리은하 안에 있답니다) 큰 망원경을 사용해도 화려한 모습을 보기는 어렵습니다. 구상성단을 이루는 별들은 대체로 나이가 많아요. 페가수스 구상성단 속 별들도 120억 살 정도 먹었답니다. 우주 역사의 목격자라 할 수 있어요.


이 외에도 안드로메다의 아버지 세페우스자리, 황도 12궁으로 잘 알려진 물병자리물고기자리, 양자리가 있어요. 도마뱀자리고래자리, 기린자리도 있고요. 하지만 이들은 앞서 설명한 네 개의 별자리보다 훨씬 어두워서 도심에선 전혀 보이지 않을 겁니다. 가을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은 뭘까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남쪽물고기자리’‘포말하우트’라는 별입니다. 가을 밤하늘의 유일한 1등성이에요. 원래는 하얀색 별이지만 우리나라에선 지평선 근처에서 보이기 때문에 약간 붉게 보이는데요, 남쪽물고기자리 위에 있는 물병자리에서 쏟아져 나오는 술로 인해 물고기 눈이 벌겋게 된 거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어요. 물병자리는 신들에게 술을 따르던 청년 가니메데를 별자리로 만든 거거든요.

가을밤은 언뜻 보면 시시해 보일 수 있지만 볼거리와 이야깃거리가 풍부하답니다. 더 추워지기 전에 가까운 천문대에 들러 하늘을 들여다보세요. 어쩌면 그 어떤 별보다도 밝게 빛나고, 어떤 이야기보다도 재미있을 여러분만의 추억이, 가을 밤하늘에 자리 잡게 될지도 몰라요. 만약 별을 보고 온 분이 계신다면 댓글로 후기도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