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 땐, 밤하늘을 바라보기를🌃
작성자 우주애호박
우주가 궁금한 당신에게
길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 땐, 밤하늘을 바라보기를🌃
별이나 별자리를 잘 모르는 분이더라도 북극성이란 이름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북극성은 작은곰자리라는 작은 별자리의 가장 밝은 별이기도 하고, 공식 이름은 폴라리스예요. 밤하늘의 모든 별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북극성은 그렇게 특별한 별이 아닙니다. 게다가 북극성은 반장이나 이장,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처럼 임시직 같은 존재죠. 아, 중임이 된다는 차이가 있군요.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냐고요?
그저 그 자리에 있었을 뿐
지구는 린댄스를 추는 마이클 잭슨처럼 살짝 기울어진 채로 자전하고 있어요. 지구의 자전축은 수직선으로부터 23.5º 정도 기울어져 있죠. 가상의 자전축을 그어 위쪽으로 쭉 연장하면 우연히 별 하나와 만나게 됩니다. 그게 바로 폴라리스예요. 단지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인데, 북반구 밤하늘의 중심이란 타이틀을 얻게 된 겁니다. 북반구가 아니라 남반구는 어떨까요? 남반구 쪽으로 가상의 자전축을 길게 늘이면… 그 근처에 남십자자리 시그마 별이 있긴 한데, 어두워서 맨눈으로 보기 어려워요. 그래서 남극성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남극을 찾죠.
지구에 대한 또 다른 사실은 지구의 자전축도 회전하고 있다는 거예요. 팽이를 돌리면 팽이가 쓰러지기 전에 팽이의 회전축이 빙글빙글 돌잖아요? 지구도 아주 천천히 회전축이 회전합니다(그렇다고 지구가 쓰러진다는 건 아니에요). 이걸 세차운동이라고 해요. 세차운동을 하면 폴라리스도 같이 움직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밤하늘의 별은 그대로인 채로, 지구 자전축만 움직이게 되죠. 지구 자전축은 약 26,000년을 주기로 원을 그리며 움직입니다. 자전축을 쭉 이었을 때 어느 별과 닿게 된다면, 그 별이 다음 북극성이 되는 겁니다.
희미한 북극성 찾기
그런데 여러분, 하늘에서 북극성 본 적 있으세요? 천체 사진을 촬영하거나 밤하늘에 관심이 많은 분을 제외하면 북극성을 실제로 본 적은 별로 없을 거예요. 왜냐하면 북극성은 유명세와는 다르게 그다지 밝은 별이 아니거든요. 도심에선 별의 겉보기 등급(맨눈으로 본 별의 밝기를 등급으로 나눈 것)이 1등급 정도는 되어야 보일락 말락인데, 북극성은 2등급 정도예요. 또 북극성이 놓인 작은곰자리의 별들도 별로 밝지 않고요. 옛날 사람들은 북극성으로 방향을 가늠했다던데, 잘 보이지도 않는 별로 뭘 어떻게 찾는다는 걸까요? 방법은 북극성과 가까이 놓인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자리에 있습니다.
이렇게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자리를 이용하면 쉽게 북극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괜히 유명한 별자리가 아니라고욧!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자리는 계절에 따라 일부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북두칠성은 봄, 여름에, 카시오페이아자리는 가을, 겨울에 이용하면 좋아요.
남극 찾기
남반구는 따로 남극성이 없기 때문에 두 개의 별자리를 이용해서 남극을 찾습니다. 남십자자리 알파 별과 감마 별, 센타우루스자리의 알파 별과 베타 별을 연결한 선을 쭈욱 이으면, 두 선은 어느 지점에서 만나게 되는데요, 여기가 바로 남반구 하늘의 남극이에요. 남십자자리는 작고 평범한 별자리라 엉뚱한 별들을 남십자자리라고 오인하는 경우가 잦대요(가짜 십자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 하지만 길을 알려주는 중요한 별자리라, 호주나 뉴질랜드, 파푸아뉴기니 등 몇몇 남반구 국가의 국기엔 남십자자리가 그려져 있답니다.
9월은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가 동시에 떠있기 때문에 북극성을 찾아보기 참 좋은 계절입니다. 북극성이 뜬 방향은 북쪽이므로 나머지 방향도 자연스럽게 찾아낼 수 있죠. 요즘 시대에 누가 하늘을 보고 방향을 찾겠냐마는, 누가 아나요? 알아두면 언젠가 써먹을 때가 있을지도요. 길을 잃은 건 아니지만, 길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들 때에도 북극성을 한 번 찾아보세요. 미국의 여성 천문학자 마리아 미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삶에 별빛을 섞으십시오!'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자리가 북극성으로 가는 길을 인도해 주듯이, 어쩌면 가까이서 그 길로 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 힌트를 밤하늘에서 찾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