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요약 해주세요
작성자 펭대리
펭대리의 회사 속성 적응 키트
한 줄 요약 해주세요
요즘 귤인턴의 팀은 정말 바쁩니다. 오랜만에 선보이는 뷰티 신제품, '고추기름 립 플럼퍼' 론칭을 앞두고 이 요망진 녀석을 널리 알리기 위해 다들 분주하거든요.
귤인턴도 인턴으로서의 몫을 해내기 위해 열심입니다. 자료 조사부터 간단한 유관부서 소통까지, 일을 차근히 조금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들 너무 바쁘신 탓일까요? 귤인턴이 뭔가 보고만 하려 하면 이런 일이 발생합니다.
소통한 내용을 최대한 자세하고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은데, 자꾸 말을 끊는 곰팀장님. 저렇게 치고 들어오니 당황해서 나도 모르게 버벅이고, 프로답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속상합니다. 그래요, 일정이 좀 늦어져서 그 이유를 설명드리고 싶었던 거란 말이에요! 어, 곰팀장님이 다시 오시네요. 또 물어볼 게 있으신가 봅니다.
대답을 듣고 자리로 돌아가는 곰팀장님. 귤인턴은 이제는 조금 야속해졌습니다. 곰팀장님은 원래 성미가 급하신 걸까? 아니면 요새 팀이 바빠서 여유가 없어지셨나? 아직 나는 인턴이니까 혹시 실수한 게 있을까 싶기도 해서, 최대한 빠지는 내용 없이 다 말씀드리고 싶은데.
이 거친 상황과 불안한 눈빛을 모두 지켜보고 있던 펭대리. 오늘도 조용히 귤인턴의 옆자리로 갑니다. 오늘은 상사에게 제대로 보고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줘야겠습니다.
📑포인트: '맨 앞'에, '필요한 내용'만!
여러분, 토익 리스닝 파트 2를 아시나요? 짧은 질문을 들려주고 거기에 맞는 답을 고르는 문제로 구성돼있는 파트인데요, 어렵지 않은 단어를 쓰고 대화문도 짧은데도 불구하고 응시자들 사이에서는 분노를 일으키는 것으로 악명이 자자합니다. 아래 예시를 보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답을 맞히셨나요? 네, 정답은 A입니다. 답을 맞히고도 기분이 좋기보다는 출제자의 인성을 의심하게 됩니다. '어디'(where) 있냐는 위치 정보를 묻는 말에 '휴가'(what)로 답하는 아이러니(shit)에서 분노가 일죠. 그 분노의 기저에는 "왜 물어본 건 안 알려주고 딴소리야?"라는 의문이 깔려 있습니다.
곰팀장님이 귤인턴의 말에 자꾸 치고 들어온 이유도 똑같습니다. 곰팀장님은 '언제' 디자인을 주냐고 물어봤는데, 귤인턴은 자꾸 브랜드디자인팀의 근태 현황과 업무 스케줄만 이야기하고 있으니까요. "다음주 월요일 오전이요"라고 하면 2초만에 끝날 대화를요.
그럼 귤인턴은 왜 저렇게 이야기를 했을까요? 곰팀장님과 아웅다웅 불화를 만들고 싶었을까요? 아뇨, 사실 이건 귤인턴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알고 보면 우리 모두가 이런 패턴의 대화에 익숙합니다. 바로 '시간 순 서술', 바꿔 말해 '이유(why)→결과(what)' 패턴의 대화입니다.
우리는 선형적으로 흐르는 시간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사건이 발생한 순서부터 생각하고 말하곤 합니다. 이유, 배경 등을 먼저 말하고 그 다음에 결론이 나오는 식이죠. 귤인턴이 보고한 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브랜드디자인팀한테 이러이러한 사정이 있어서→우리한테는 월요일 오전에 준다고 합니다"라는 패턴이죠. 기승전결에 충실합니다.
하지만 업무보고는 영화도 아니고 드라마도 아니고 웹툰도 아닙니다. 듣는 사람이 모든 스토리를 알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보고, 특히 구두 보고나 간략한 메신저 보고를 할 때에는 아래 두 가지를 염두하면 좋습니다.
✔결론은 맨 앞에 얘기하자.
✔상대방한테 필요한 내용만 얘기하자.
먼저, 상사가 물어본 질문에 대한 답을 한 문장으로 정리합시다. 필요한 경우 답변의 이유나 배경은 그 뒤에 짧게 설명하고요. 하지만 이 '필요한 경우'는 정말 곰곰이 생각해보고 최대한 쳐내는 게 좋습니다. 누가 연차라서 누구한테 대신 물어봤다는 사실은 상사 입장에서는 정말 필요 없는 정보입니다. 하지만 기존과 달라진 내용, 즉 일정 변경의 이슈가 있다면 '필요한 경우' 그 사유는 써야겠죠. 이렇게 하면 귤인턴이 했던 '이유(why)→결과(what)' 패턴이 아닌, '결과(what)→이유(why)' 패턴의 대화가 완성됩니다.
이 두 가지 포인트를 염두하고 위 보고를 다시 해볼까요? 이번에는 메신저 보고 버전으로 바꿔봅시다. 그래도 패턴은 똑같습니다.
이렇게 보면 참 쉬울 것 같은데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왠지 대뜸 결론부터 말하는 게 한국 정서(?) 상 드세보이나(?) 싶기도 하고, 아무래도 이유부터 말해야 순서가 맞는 것 같기도 하죠. 이건 너무 오랫동안 시간 순으로 얘기하는 것에 익숙한 탓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위에서 살펴봤듯이, 업무 센스는 이런 단순한 보고에서도 드러납니다.
🐧: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계속 연습하다보면 익숙해질 거예요. 효율적인 보고는 일에 속도를 더해주고, 일이 빨리 끝나면 퇴근도 빨라집니다. 얼른 몸에 익히고 칼퇴를 앞당겨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