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트렌드를 만드는 여자들 1️⃣: 이토록 웃음에 진심인 코미디 유튜버, 엄은향의 세계

[인터뷰] 트렌드를 만드는 여자들 1️⃣: 이토록 웃음에 진심인 코미디 유튜버, 엄은향의 세계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인터뷰] 트렌드를 만드는 여자들 1️⃣: 이토록 웃음에 진심인 코미디 유튜버, 엄은향의 세계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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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니커는 코미디 좋아하나요? 무대나 카메라 앞 코미디언의 모습은 얼핏 보면 여유롭고 즐거워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누군가를 웃긴다는 건 엄청 어려운 일이잖아요. 상대의 취향과 나이, 성별, 공감대, 문화적 관습 등 여러 요소를 동시에 고려하면서도 순발력 있게 말을 던질 수 있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여기, 제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웃기면서도 진지한 사람이 있어요. 유튜브에서 구독자 50만 명 채널 ‘엄은향’을 운영하고 있는 코미디 유튜버, 엄은향 님이에요. 은향 님은 ‘드라마 속 계약 연애 클리셰 특징’, ‘주인공들이 동거할 때 클리셰’ 등의 콘텐츠를 통해 영화·드라마 속 유치하지만 이상한 매력이 있는 클리셰를 파헤치고, ‘인스타 핫플 카페 알바생 특징’, ‘드라마 vs. 현실’ 시리즈 등의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의 공감대를 자극하는데요. ‘쇼츠 장인’, ‘클리셰 전문가’, ‘미쳐버린 메소드 연기’ 등 은향 님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다양하지만, 이런 타이틀을 얻게 되기까지 수많은 도전과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고. 콘텐츠 제작자이자 기획자로서 생길 수밖에 없는 고민은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요.

오늘 ‘비욘드 트렌드’는 코미디 유튜버 엄은향 님의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유튜브 ‘엄은향’ 채널 비하인드와 1인 기획자로 살아가는 일의 기쁨과 슬픔, 누군가를 조롱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웃기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의 어려움까지, 에디터 진 🐋과 함께 살펴 봐요.


“남들이 그물 10개 던질 때 저는 100개씩 던졌던 것 같아요.”: ‘엄은향’이 50만 유튜브 채널이 되기까지

Q. 안녕하세요, 은향 님! 이렇게 뵙게 되어 너무 반갑습니다. 뉴닉 구독자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곧 100만 유튜버가 될 엄은향이라고 합니다. 저는 코미디 영상을 올리는 개그 유튜버입니다. 반갑습니다.

Q. 피드를 휙휙 내리다 마주친 쇼츠를 통해 은향 님을 처음 알게 된 구독자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엄은향’ 채널을 처음 만드신 계기가 뭐였는지 궁금해요.

제가 개그맨 지망생 생활을 오래 했어요. 그러다 ‘개그콘서트’가 폐지되면서 저도 그걸 핑계 삼아 지망생 생활을 그만뒀는데요. 그때가 개그맨들이 설 무대가 없어지다 보니 다들 유튜브로 채널을 전환하는 대홍수의 시기였거든요. 개그 판에 발을 담고 있는 사람이면 유튜브를 안 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시기여서, 저도 자연스럽게 ‘아, 유튜브 해야지’ 하고 넘어가게 됐던 것 같아요. 

Q. 지상파 개그맨 지망생에서 유튜버로 진로를 바꾸게 되신 건데, 그 과정에서 혼란스럽지는 않았나요?

크게는 어려운 점이 없었는데, 한 가지를 꼽자면 편집을 배워야 한다는 거였어요. 개그맨을 지망했을 땐 그냥 연기만 하면 됐는데, 이제는 직접 편집이라는 걸 해야 되는 상황이 된 거죠. 그래서 유튜브를 하려고 결심했을 때 처음으로 노트북을 샀던 기억이 있어요. (웃음) 그 외에는 대본을 짜는 것도 그전과 크게 달라진 건 없어서, 크게 혼란스럽지는 않았어요.

Q. 은향 님이 생각하시는 ‘엄은향’ 채널만의 강점이 뭔지 궁금해요. 처음 유튜브를 시작하실 때 비슷비슷한 영상을 올리는 채널들이 많았을 텐데, ‘내가 이거는 확실히 잘하겠다’, ‘다른 사람보다 강점이 있겠다’ 싶은 게 있으셨나요?


사실 처음 시작할 때 그런 생각은 전혀 안 했어요. 그렇게 분석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던 상황이라, ‘내가 뭘 잘하지?’라는 고민보다는 그냥 당장 할 수 있는 걸 했던 것 같아요. 물론 그 과정에 제 성향이 좀 들어간 것 같기는 해요. 그냥 그 당시 제가 좋아하는 것,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걸 무의식적으로 했을 뿐인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그 작업들에 제 취향이 들어가 있는 게 보이더라고요. ‘맞아, 나 드라마 좋아했었지’, ‘나 아이돌 영상 자주 봤었지’ 하는 식으로요. 

스케치 코미디에도 장르가 있잖아요. 스케치 코미디라는 틀은 같아도 채널마다 색깔이 다르듯 그 안에서도 장르가 다르고요. 그런 콘텐츠의 세세한 결에서 그 사람이 추구하려고 하는 감각이나 방향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그게 결론적으로는 그 채널의 강점이 될 수 있는 거죠. 

Q. 초창기에 은향 님께서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영상을 주로 찍어 올리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어려움이 많았죠. 나는 이게 웃기다고 생각해서 찍어 올렸는데 조회수가 처참할 때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신기한 건 그때나 지금이나 제 개그감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거예요. 다만 개그감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죠. 예전에는 일상을 다큐멘터리처럼 관찰하는 시점에서 보는 영상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드라마 형식을 사용하는 영상이 엄청 많아졌어요. 

‘어떻게 해야 대중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여기까지 오게 된 거죠. 결론적으로 제 개그감은 변하지 않았는데 그걸 표현하는 방식이 변했다, 나 혼자만 이해할 수 있는 어려운 문체에서 모든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쉬운 문체로 변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Q. 은향 님 영상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특징들이 있잖아요. 드라마나 영화의 클리셰를 잘 캐치한다거나, 특유의 B급 감성 같은 것들이요. 그런 특징들도 말씀하신 고민 과정에서 나온 걸까요?

맞아요.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하다가 이 형태가 지금 내 상황에서 가장 연속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형태겠다, 하고 정착한 거죠. 처음부터 ‘나는 클리셰를 잘 캐치하니까 이런 영상을 만들어야지!’ 한 건 아니었고요.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나 이런 종류의 대본을 왜 이렇게 잘 쓰지?’ 고민하다 보니 ‘아 나는 원래 드라마를 남들보다 여러 번 돌려가면서 꼼꼼히 보는 사람이었구나’ 뒤늦게 깨달은 것 같아요. 하도 이런저런 시도들을 많이 해보다 보니 운 좋게 얻어걸렸다는 느낌도 있고요. (웃음)

Q. 굉장히 직감이 좋은 기획자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우, 전혀요. 결과만 봤을 때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는 거지, 사실 그렇게 직감이 좋다는 말을 듣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제가 만든 콘텐츠가 정착해서 대중에게 알려지기까지의 시간도 길었고요. 워낙에 여기저기 던져 놨던 그물들이 많아서 그중 몇 개가 얻어걸린 거죠. 남들이 그물 10개 던질 때 저는 한 100개를 던졌던 것 같아요

그 대표적인 예시가 아이돌 합성 영상이에요. 그물을 던지다 던지다 거기까지 간 거죠. (웃음) 그때는 사실 그물인지도 모르고 막 던졌어요. 제가 가장 힘들 때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다 하면서 찍었던 영상이었어요. 그전에는 ‘재밌는 영상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알고리즘을 탈 수 있지?’ 고민하면서 온라인에서 몇십만 원짜리 유튜브 떡상 강의 같은 것도 찾아서 듣고 그랬는데, 이리저리 시도해 봐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 아이돌 영상도 제 기준에서는 성공할 것 같지 않은 영상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떡상을 해서 ‘이게 된다고...?’ 싶었어요. 결국은 그래서 그냥 내가 웃긴 걸 해야 하는구나, 생각했죠.


“특별한 동력이랄 건 없어요. 제 마음이 끌리는 주제를 그저 택할 뿐인 거죠.”: 현실과 맞닿아 있는 코미디를 만든다는 것

Q. 은향 님은 혼자 기획부터 제작, 홍보까지 전부 담당하시는 완벽한 의미의 ‘1인 기획자’시잖아요. 1인 기획자로 활동하시는 과정이 어떤지 궁금해요. 한 편의 콘텐츠가 만들어지기까지 보통 어떤 과정을 거치시나요?

크게는 대본을 쓰는 과정, 촬영하는 과정, 편집하는 과정 이렇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보통 대본을 쓰는 과정에 가장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데요. 팀으로 작업하는 사람들은 회의를 통해 대본을 쓰기도 하지만, 저는 혼자 일하니까 1부터 100까지 다 혼자 생각해서 작업을 해요. 중간에 대본이 너무 안 풀린다 싶으면 동료 지인들한테 전화해서 물어보기도 하고, 영감을 얻기도 하고요. 보통 그렇게 대본을 완성하고 나면 사실 그 이후로는 후루룩 지나가요. 연기도 제가 하고, 촬영도 제가 하고, 편집도 제가 할 테니까 일이 어떻게 굴러갈지 예상이 되니까요. 

Q. 대본 쓰는 과정에 가장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가는군요. 소재 선정은 보통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소재 선정은, 한 마디로 말씀드리자면 왕도는 절대 없습니다. (웃음) 창작하시는 분들 다 공감하겠지만, 그냥 정말 갑자기 소재가 떠오르거나, ‘이거 하면 웃길 것 같은데?’, ‘이거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할 수 있겠는데?’ 싶은 때가 찾아와요. 그렇게 키워드 하나라도 생각이 나면 그걸 넓히면 되니까 다행인데, 문제는 아예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는데 뭐라도 무조건 영상을 올려야 할 때죠. 그럴 땐 억지로 영감을 얻으려고 음악을 틀어보기도 해요. 저는 음악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이거든요. 이것저것 들어보면서 ‘어, 이 음악 좋은데?’ 싶으면 이 노래에 어울리는 스토리가 뭐가 있을까 하는 식으로 역으로 접근해 보는 거죠.

Q. 1인 기획자로 활동하면서 겪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는지 궁금해요.

좋은 점은 일단 컨펌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개그 짤 때 머릿수가 많다고 해서 다 좋은 건 아니거든요. 다 각자 가지고 있는 개그감이 있고 의견이 있기 때문에, 그걸 하나로 모으는 게 더 힘들 때도 많아요. 그 과정에서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도 분명히 필요하고요. 그런데 저는 저 혼자서 개그를 짜니까 그 과정을 다 생략해도 된다는 게 좋아요. 누가 저한테 ‘이거 하지 마’ 할 사람이 없잖아요. 그게 장점이 되는 동시에 또 단점도 되는 거죠. 이걸 컨펌해 줄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까 ‘이게 진짜 재밌나?’ 하는 막막함에 빠질 때가 있죠. 그래도 요즘은 막막함에 빠지는 경우가 예전보다 많이 줄었어요. 오랫동안 이 일을 하면서 나름대로 어떤 감 같은 것들을 체득하게 된 것 같아요.

Q. 다른 인터뷰에서 언급하신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대한 말씀이 인상 깊었어요. 가상의 상황을 다루지만,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인간적인 소재를 쓰려고 한다는 점이 은향 님 콘텐츠의 최대 매력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소재를 고를 때 꼭 지키는 기준이나, 중시하시는 포인트가 있나요?

사실 정확한 기준은 없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현실성과 공감은 개그맨이라면 누구나 다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니까요. ‘어떻게 하면 공감대 개그를 짤 수 있을까?’, ‘확 공감되는 소재 뭐가 있지?’ 하는 고민을 다들 입버릇처럼 달고 살거든요. 저도 대본을 짤 때 ‘사람들이 특정 상황에서 많이 하는 행동이 뭐지?’ 하는 식으로 접근을 하다 보니까, 그렇게 하는 게 몸에 밴 습관이 된 것 같아요. 

오랜 기간 유튜브를 하면서 쌓아온 동물적인 감각도 있고요. 이런 콘텐츠를 했더니 비호감 반응이 많더라, 또 저런 콘텐츠를 했더니 생각지도 못하게 반응이 너무 좋더라 하는 것들 있잖아요. 그렇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런 걸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더라 싶은 감각이 오랜 기간 쌓이다 보니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은향 님은 논쟁적인 사건이나 주제에 대한 영상도 꾸준히 올리고 계시잖아요. 어떤 영상이든 조회수만 많이 나오면 된다, 굳이 위험 부담 있는 얘기는 다룰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데, 은향 님이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않게 해주는 동력이 뭔지 궁금해요.

그건 그냥 온전히 타고난 제 성격인 것 같아요. 아무리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소재일지라도 본인한테 안 맞으면 오래 못하거든요. 또 반대로 조회수가 안 나와도 내가 너무 재밌으면 반응이 올 때까지 밀어붙이기도 하고요. 특별한 동력이랄 게 없이 그저 제 마음이 끌리는 주제를 택할 뿐인 거죠.

Q. 영상을 보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면서도 누군가를 섣불리 조롱하지 않는다는 점 또한 은향 님 콘텐츠의 최대 매력인 것 같아요. 풍자와 조롱 사이의 적절한 선을 유지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을까요?

저는 ‘상식의 선에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최대한 대중의 상식으로 봤을 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사고를 할 거야’ 싶은 기준을 지키려고 해요. 거기에 제 개인적인 생각을 반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요.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려고 노력하죠. 물론 거기에 반대하는 의견도 달릴 수 있고요. 팩트를 정확하게 다뤄도 그 사안에 반대하는 사람은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러니 나는 최대한 상식과 팩트 위주로 담아내려고 노력한다, 사적인 감정은 담지 않는다, 이런 원칙을 갖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재능이란 스킬 그 자체가 아닌 어렵고 막막한 일을 울면서라도 해내는 거예요.”: 기획자 엄은향이 꿈꾸는 미래

Q. 유튜브에서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콘텐츠가 있나요?

제가 사람들이랑 만나서 어떤 한 주제에 대해 완전 딥하게 들어가는 토크를 좋아하는데요. 그게 영화가 됐든, 드라마가 됐든, 어떤 주제가 됐든 간에 완전 과몰입해서 하는 토크쇼라든지, 팟캐스트 같은 형식을 생각하고 있어요. 제 수다량을 채워줄 만한 포맷이 필요하거든요. (웃음) 

이제는 그냥 편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제가 생각했을 때 그런 모습이 가장 기본적이고 자연스러운 제 모습인데, 가장 본인다워야 보는 사람도 재밌고 편하잖아요. 지금 당장 내가 재밌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가장 옳은 방법이라는 게 오랜 기간 활동하면서 얻은 결론이기도 하고요.

Q. 새로운 콘텐츠 형식에 대한 걱정이나 두려움은 없나요?

새로운 시도에 대해 제가 지나치게 겁을 먹거나, 방향성을 크게 트는 일은 앞으로 없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해온 것들도 다 ‘내가 지금 당장 재밌는 게 뭘까’하는 고민 끝에 나온 것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제 방향성도 많이 완성됐거든요. 내가 재미있는 걸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재미없다고 해서 바로 ‘그럼 내 생각을 바꿔볼까?’ 고민하는 단계는 이제 조금 지나왔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언제나 대중적인 웃음을 꿈꾸기 때문에 뭐가 됐든 최대한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Q. 10년 뒤 본인이 어떤 모습의 기획자가 되어 있기를 바라나요?

저에게는 아직 좀 사치스러운 질문인 것 같기는 해요. (웃음) 아직 명확한 답도 없고요. 저는 오늘 할 일만 안 미뤄도 ‘오늘 진짜 성공했다, 나 대단하다’ 하는 사람이거든요. ‘오늘 할 일을 먼저 닥치는대로 해내자’가 목표인 셈이죠. 그래도 10년 뒤면 제가 40대 후반이 되어 있을 테니까, 일적으로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상태였으면 좋겠어요. 그걸 가장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근거가 바로 돈이겠죠? (웃음) 통장에 돈이 좀 두둑이 쌓여있으면 좋겠습니다.

Q. 10년 동안 도전해 보고 싶은 일이나, 새롭게 시작해 보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요?

사실 저는 유튜브를 평생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언젠가는 다른 플랫폼에서 영상을 만들 수도 있고, 아니면 아예 영상 만드는 일을 그만두게 될 수도 있고요. 사실 제 꿈은 영화감독이 되는 거예요. 똑같은 주제를 다루는 영상이라고 해도 그게 유튜브에 올라가느냐, 영화제 같은 곳에 출품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진다고 생각하거든요. 상대적으로 무겁고 어두운 주제도 영화에서는 더 잘 다룰 수 있을 거고요. 요즘은 유튜브 영상과 영화의 경계가 많이 흐려졌지만, 그래도 영화 속 이야기를 더 대중적인 시선으로 봐주죠. 반면 유튜브 영상은 그 영상을 만든 개인의 시선으로만 치부할 때가 많아요. 유튜브 플랫폼은 영상 자체보다 유튜버가 주가 되는 플랫폼이니까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들을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Q. 인터뷰 마지막 질문인데요.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지만 용기가 없어 망설이고 있는 여성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이건 실제로 제 지인들에게도 많이 하는 얘기인데요. 주위에 다른 동료가 ‘이런 거 하면 어떨까?’, ‘저런 거 하면 재밌을까?’ 하고 물어보면, 저는 무조건 ‘진짜 미안한데 입 다물고 그냥 해 주면 좋겠어 🙏’ 하고 대답해요. 이게 재밌을까? 하고 물어보면 저는 몰라요. 아무도 모르죠. 실제로 그걸 업로드하기 전까지는 정말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그러니까 일단은 뭐라도 해야 변화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영상으로 치면 단순히 영상을 만들어놓는 것까지가 아니라 끝의 끝까지, 영상 업로드까지 해 봐야 해요. 업로드해봐야지만 보이는 실수, 아쉬운 지점이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단 한 번이라도 해 봐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소재는 정말 아무거나 좋아요. 일단 뭐 하나라도 찍어 올리고 나면 거기서부터 진짜 시작이거든요. 

100명이 유튜브를 처음 시작한다면, 그중 한 달을 버티는 사람은 한 2명 정도밖에 안 돼요. 그중에서 3개월을 버틸 확률은 체감상 1%도 안 되고요. 유튜브 포함 모든 일을 논할 때 많은 사람들이 재능을 언급하죠.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재능이란 스킬 그 자체가 아닌 어렵고 막막한 일을 울면서라도 해내는 거라고 답하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저한테 감이 좋다, 대본을 잘 쓴다고 해 주시는데, 저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다 보니 다듬어진 실력이거든요. 하기 싫어도 울며불며 버티는 끈기 없이는 누구도 여기까지 올 수 없어요. 

아는 언니에게 ‘너는 정말 열망이 뛰어났구나’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요. 처음에 저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생각했을 때 저는 정말 이 일을 그만두고 싶어 했던 적도 많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서 시간만 보낸 적도 엄청 많았거든요. 그런데도 그 언니는 아니라고, 여기까지 왔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열망을 지닌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뒤늦게 제가 열망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걸, 그런 의미에서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죠. 

그러니까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께도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 마음이 앞으로 여러분의 행동을 결정해 줄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진정 하고 싶은 일이라면 저처럼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러니까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우선 뭐 하나라도 끝까지 해내 보기를 강하게 권해요.

Q. 좋습니다. 혹시 마지막으로 뉴니커들에게 남기고 싶은 한마디가 있으실까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혹시 이 인터뷰를 통해 저를 처음 알게 되셨다면, 들어와서 제 영상 한번 봐주실래요?

by. 에디터 진 🐋
이미지 출처: 엄은향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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