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어버이날

작성자 나나

엄마를 이해하지만, 사랑할 순 없어

어버이날

나나
나나
@naneunnaya
읽음 196
이 뉴니커를 응원하고 싶다면?
앱에서 응원 카드 보내기

20살, 상경을 했으니까 엄마와는 떨어져 있었다. 아, 물론 평소에도 어버이날은 주말이 아니면 떨어져 있긴 했다. 같이 안 살았으니까. 대부분 어버이날에는 부모님께 전화도 하고, 선물도 하고 뭐 그런 화목한 일이 일어나곤 한다. 후레자식이라 욕해도, 나는 솔직히 별로 어버이의 고마움 이런 걸 마음 깊이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엄마한테 어버이날에도 따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며칠 뒤에 엄마가 어떻게 어버이날 전화 한 통이 없냐고 했다. 가슴에 비수가 꽂히는 말들을 참 많이 했다. 상처 받기 싫은 나는, 이미 10년이 지나버린 그 구체적인 말들은 다 잊었지만, 어쨌든 그게 나를 상처받게 한 악에 받힌 말이란 건 기억한다. 엄마도 상처 받아서 그런 말을 했겠지? 니 살아갈 월세 정도는 보내 줄테니, 그냥 연을 끊자고 했다.

근데 솔직히, 진짜 못됐는데, 나는 그러고 싶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하버드 가라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고, 의학박사가 돼라고, 작곡가가 하고 싶다고 하면 그딴 거 하라고 돈 버는 줄 아냐고, 그런 소리가 듣기 싫어서 역설적으로 열심히 공부해 상경했다. 근데 아무래도 거기서 ‘그래, 연을 끊자’고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미안하다고 했다. 엄마는 계속 받아주지 않았다. 며칠에 걸쳐 사과하고, 엄마는 겨우 마음을 풀었다.

사실 나는 사과하고 싶지 않았고, 엄마는 사실 연을 끊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내가 그냥 그때 엄마의 마음을 모른 척, 그래 연을 끊자고 하고 파렴치하게 돈만 받겠다 했으면 지금의 내 마음의 병이 이렇게 깊진 않았을까? 모르겠다.

나는 진짜 개 호로자식이라서, 그래서 그냥 한 마디만 하면.. 어버이날 부모님께 감사한 건 당위가 아니다. 자연스러운 마음에서 우러나는 거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그때 엄마에게 감사하고 싶지 않았고, 내가 하고 싶은 걸 ‘그딴 거’라고 하는 엄마에게서 거리 측면에서 아주 멀리 벗어나서 기뻤던 것 같다. 엄마가 나를 사랑했고, 사랑한다는 건 부정하지 않겠다. 하지만 그걸 내가 마음으로 느끼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그래서 엄마에게 고맙지가 않았고, 연락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말을 써도 되는 걸까? 못돼 처먹은 자식인데, 이렇게 말하고 나니 조금 후련하기도 하다. 물론 무섭기도 하지만.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