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버리고 가놓고, 이제 와서 예쁜 딸이 될 생각은 없냐는 후레아빠
작성자 나나
엄마를 이해하지만, 사랑할 순 없어
딸 버리고 가놓고, 이제 와서 예쁜 딸이 될 생각은 없냐는 후레아빠
후레자식이란 말은 있는데, 왜 그에 대응하는 부모에 대한 말은 없을까? 내 맘대로 만들어봤다, 후레아빠.
요새 나는 매일 카톡을 확인하는 게 좀 두렵다. 아빠란 놈이 끈질기게 연락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차단을 하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막말로 결혼식에 와서 깽판을 칠지 모르고, 그가 뭐라고 하는지 알 수 없는 게 더 불안하다. 멀쩡한 사람만 손해 보는 세상이다. 행복하기만 해도 모자랄 결혼식에, 나는 왜 이딴 걱정까지 해야 하는가?
어제 그는 엄마가 성격이 더러워서 자기를 쫓아낸 거라고 했다. 아빠는 내가 엄마랑 사이 안 좋은 걸 모를 텐데, 자기는 나를 버려놓고, 어쨌든 나를 거둬 간 쪽인 엄마 욕을 나한테 하는 걸 보면서, 똑똑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듣는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고, 자신의 감정만 우선시하는 사람. 64년생인 그는 아직 나만큼도 성숙하지 못한 것 같다.
더 황당한 건 그 뒷줄이다. 나이가 있는데 이쁜딸하면서 다가 설 생각은 안 했냐고? 그는 나보다 나이가 2배 이상 많다. 본인이 나를 버리고 나갈 때의 나이도, 지금의 나보다 많다. 아니, 나이랑 상관 없이, 본인의 인생에서 나를 지운 건 까맣게 잊고, 이제 와 늙고 병들어 내 인생에 자기를 끼워달란 건가? 본인은 나에게 뭘 했다고, 제대로 된 사과도 하나 하지 않고, ‘많이는 안 미안하지만’ 따위의 말이나 하고, 진심어린 사과를 비롯한 아무런 것도 하지 않고 나에게 사진이나 요구하고, 그걸 안 보내니 난리를 치고 있으면서. 결국 본인이 핀트가 나간 것도 내가 사진을 보내지 않아서인데, 본인은 나에게 해주는 게 없으면서 나에게 뭔갈 바라고, ‘너는 자식이라고 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따위의 말이나 하고 있으면서. 난 뭔갈 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처음에는 그에게 길게 뭔가를 쓰려고 했다. 원래 내가 썼던 글은,
엄마아빠 둘 중 어느 쪽이 성격이 더러운 거든 뭐든, 그건 둘의 문제지 내 문제는 아니다. 누가 잘못했는지를 알고 싶지 않다.
적어도 엄마아빠 둘 다 나한테 잘못하면 했지, 내가 잘못한 관계는 아니다. 둘 사이에서 발생한 문제는 둘이 이혼을 하든, 연을 완전히 끊어버리든 하면 되는 문제지 사이에 나를 끼고 괴롭힐 거리가 아니다.
내가 나이가 있으니 이쁜 딸 하라고? 여태 없었던 아빠한테 갑자기 딸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겠나, 말했던 것처럼 생물학적인 관계일 뿐인데?
엄마가 무슨 말을 했는진 모르겠지만, 난 아빠한테 바란 게 없다. 내가 아빠에게 지금 뭔갈 요구하지 않듯이, 나한테 요구할 수 있는 것도 없다.
더 이상 연락 안 하고 예전처럼 각자 잘 살면 된다.
연락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해놓고, 이렇게 계속 연락할 필요 없다.
그러나 이런 말을 해도 그는 아무 것도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다. 그래서 그냥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적어도 이제 조용할 줄 알았는데 할말 뽄새냐고 했다. 그도 내가 탐탁지 않은데, 딸이라서 받아들인다고 했다. 탐탁지 않으면 연락 안 하면 되는데, 난 받아들여달라고 한 적이 없다.
서툴어서, 쑥쓰러워서 그렇다고 하기에 그는 이미 어른이 된지 한참 지났다.
더 이상 엄마아빠의 감정 찌꺼기가 나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 글을 쓰는 것도, 3번 연속 아빠에 대한 투정과 감정 배설이 될까봐 너무 고민했다. 꾸준히 읽어 주는 분들께 정신적 피로감을 드리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이 일련의 사건은 조금 투정부리고 싶었다. 부디 이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에 대한 글은, 오늘이 마지막이 되길 바란다.
회고를 위해 시작한 글이, 실시간 기록이 돼버린 건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