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주말 버스를 타고 엄마 가게로, 할머니집으로

매 주말 버스를 타고 엄마 가게로, 할머니집으로

작성자 나나

엄마를 이해하지만, 사랑할 순 없어

매 주말 버스를 타고 엄마 가게로, 할머니집으로

나나
나나
@naneunna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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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결혼을 준비하면서, 알고보니 시어머니가 다니는 교회 반주자가 내 피아노학원 선생님이셨던 분이라는 걸 알게 됐다. 선생님은 나를 밝고, 옷도 잘 입고 다니고, 착한 아이라고 기억하셨다. 그리고 이모 손을 잡고 왔다고 기억하셨다. 주말에는 엄마를 보러 할머니집으로 간다고 기억하셨다.

엄마랑 떨어져 살다 보니, 초등학생 때는 엄마가 금요일 밤이나 토요일 밤에 나를 태우고 할머니집으로 갔다. 엄마 가게로 같이 출근하기도 했다. 출근 준비를 할 때, 엄마는 화장을 하고 나는 수학 문제집을 풀었다. 나는 지독하리만큼 문과인데, 그 때도 괴로워하면서 문제집을 풀었던 기억이 있다.

중학교 때 이후로는 버스를 타고 할머니집으로 갔다. 근데 그게 참 싫었다. 엄마를 보러 가려면 매 주말 그렇게 이동해야 하는 게 싫었다. 엄마랑 사이가 멀어지고 나서는 더 그랬다. 나한테 공부 잘하라면서, 버스 타고 매번 30분씩 이동하게 하냐, 원망스러운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고등학생이 되고는 점차 2주에 한 번, 1달에 한 번으로 횟수가 줄어갔다. 시험 기간, 입시 준비 등등..

만나서 하는 얘기도 점점 줄어갔다. 엄마는 내 고등학교 이후 친구들 이름은 잘 모른다. 중학교 친구들만 안다. 엄마 가게에 따라 가면 어차피 엄마랑 놀 수 있는 시간은 없다. 내가 고등학생 때는 엄마가 마트에서 일했는데, 마트에서는 매장 근무자가 앉아 있는 걸 싫어했다. 엄마는 웬만한 때에 서있었다. 그러면 나도 서있는다. 엄마는 나보고 앉아 있으라고 했지만, 솔직히 어떻게 앉아 있을 수 있을까. 내가 앉아 있어도 관리자는 싫어할 텐데. 엄마가 ‘니는 괜찮다’라고 해도, 나는 눈치가 보였다. 그렇게 만나서 할 수 있는 얘기가 많을 리도 없다. 엄마랑의 대화는 항상 불안정하고, 맥락이 없다.

엄마도 그 나름의 안쓰러운 삶을 살았지. 이해한다. 하지만 내가 받은 상처가 치유될 순 없다. 엄마는 지금 나에게 ‘화목한 모녀’ 사이를 원한다. 갑자기 여행도 가자고 하고, 내가 26살 때인가, 처음으로 미안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그 때도 내 마음이 닫힌지도 10년이 넘어버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그녀도 피해자이지만, 사실 그녀는 나에게 가해자이기도 하다.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