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틈만 나면 태어나는 작은 생명들

작은 틈만 나면 태어나는 작은 생명들

낯선그리움
@gr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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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시골 작은 학교에 근무한 적이 있어요. 학교 건물 뒤 작은 오솔길부터 뒷동산으로 오르는 골짜기에 학교 텃밭이 있었어요. 전교생이 서른 명 남짓한 아이들과 고추며 가지며 감자며 상추며 시골 장터에서 학교 주무관님이 사온 모종을 심었어요. 나 역시 초보 농사꾼이라 실과 교과서와 지도서를 보며 아이들과 함께 심었죠. 시골 아이들이라고 해도 요즘은 옛날처럼 부모님들 따라 농사짓는 걸 도우러 다니지 않아요. 대부분 기계를 사용하거나 특용작물을 심거든요. 그리고 아이들은 그냥 공부나 하지 밭에는 나오지 말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대부분 학교 텃밭에서 아이들도 처음 무언가 심고 키우는 경험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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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심을 때는 재미있지만 곧 잡초와의 전쟁이 시작돼요. 6월쯤 되면 잡초가 무성해지고 여름방학을 지나고 오면 정말 말 그대로 정글이 되어 버려요. 그때그때 뽑지 못한 잡초들은 감당하기 어려워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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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추억을 함께 하고 이제는 다시 본가가 있는 도심의 큰 학교로 왔어요. 신도시에 새로 생긴 신설학교는 한 학년이 10반까지 있는 큰 학교였어요. 도시에서 살면서 만나는 잡초는 그때와 또 다른 느낌으로 만나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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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와 시멘트로 꼼꼼하게 채워진 회색빛 도시에서 작은 틈을 비집고 나타나 파릇파릇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이름모를 잡초를 만나는 건 반가운 일이에요. 그때부터는 잡초가 아니라 풀꽃이라고 불러도 될 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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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반가운 마음도 들거든요.

틈만 나면 | 이순옥 | 길벗어린이 | 2023

그림책 <틈만 나면>은 그런 도심의 어느 한 켠에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풀꽃들의 모습을 보여줘요.

'작은 틈만 나면' 태어나는 작은 생명들. '멋진 곳'이 아니라도 어디라도 틈만 있다면 활짝 피어나는 '여리지만 살아 있는' 풀꽃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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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도심 속에서 우리가 마주했을 만한 장소과 그 틈 속에 피어난 여러 풀꽃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담벼락 사이에서, 횡단보도 앞에서, 하수구 입구에서, 돌 틈에서, 깨진 아스팔트 주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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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시선을 얻지도 못한 채 작은 틈만 있으면 태어나고 사라지는 풀들의 모습을 한 장 한 장 넘겨보고 나면 도심 속에서 만나는 풀들이 예전과 다르게 다가올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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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이런 풀들을 보며 ' 사랑스럽고 애잔하고 때론 위로를 받는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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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도심에서 이런 풀들을 보면

따뜻한 시선으로 멀리서 응원을 보내요.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

그러고나면 오늘을 살아갈 힘을 얻어 다시 나의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의 행운 메시지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