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요조 인터뷰: ‘홍대여신’이라는 프레임을 넘어 ‘진정한 나’를 발견하는 방법 ✨
요조님, 어떤 사람이냐면요...

Q. 반갑습니다, 요조님! 뉴니커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십니까, 뉴니커 여러분! 뮤지션이자 작가이고, 작은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그리고 오랫동안 뉴닉을 섬기고 있는 요조(Yozoh)라고 합니다.
Q. 요조 님이 평소 하시는 활동을 3가지 키워드로 설명한다면 무엇일까요?
제가 몸에 관심이 많다 보니까 신체 기관으로 생각을 해봤는데요. 뮤지션으로서는 사람들의 귀를 위해 복무하는 일을 하고 있고, 글을 쓰는 작가로서는 눈을 위한 일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책방에서는 입을 위한 일을 해요.
책방에서 제가 되게 많이 하는 일 중 하나가 듣는 일이거든요. 의외죠? 그래서 이걸 알게 된 이후로는 입이 터지게 만드는 게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보통은 저에게 “책 소개해주세요” 하는 질문으로 시작되지만, 깊게 들어가면 이 분이 하고 싶은 말이 있더라고요. 거두절미하고 이 책이 좋아요, 하고 끝낼 수도 있지만 찾아오신 분들을 조금 더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으니까요. 많이 말씀하시고 속이 시원해지도록요.
거슬러 올라가면 제가 하는 세 가지의 일은 모두 방향이 다를 뿐 비슷한 것 같아요.
영희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된 이유: “사람들의 가슴 속에 녹아 있던 소망에 불을 붙여준 거죠.”

Q. 처음 영희페스티벌 참여를 결정하게 되신 과정이 궁금해요. 어떤 과정을 통해 함께하게 되셨나요?
진짜 아름다운 장면이었어요. 봄날의 낮에 운동 가방을 들고 걸어가고 있는데 지은 씨한테 전화가 왔어요. 마침 벚나무 아래 벤치를 발견해 그곳에 앉아서 통화를 했는데, 바람이 부니까 벚꽃잎이 떨어지잖아요. 그 광경을 보면서 귀로 듣는 이야기가 너무 아름다워서 황홀했던 기억이에요. 지은 씨한테 “어떻게 이런 꿈을 꿨고 어떻게 현실화할 생각을 했는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는 말을 했어요.
그리고 지은 씨가 그런 얘기도 했어요. “이런 행사에는 요조 없으면 안 된다. 상징적인 의미로서 요조는 이 페스티벌에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이런 말이 오글거리긴 하지만, ‘홍대마녀’와 ‘홍대여신’으로서 그동안 저희 둘이 한 자리에서 뭔가를 같이 도모하고 그런 경험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저희 둘이 함께하는 자리가 의미가 있다는 말에 너무 공감했고, 무조건 오케이 하지 않을 수 없는 제안이라고 생각했어요. 준비하는 데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지 돕겠다고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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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영희페스티벌의 컨셉을 처음 접했을 때의 소감이 궁금해요. ‘여성 예술가들이 중심이 되는 페스티벌’이라는 아이디어를 들었을 때 어떠셨나요?
‘영희’라는 이름으로 접근한다는 게 재밌었어요. 그 뜻을 ‘글로리 앤 조이(영광과 기쁨)’로 해석해서 스토리텔링한 오지은의 명석함에도 감탄했고요. 제가 영희페스티벌에 대해 전달받으면서 생각한 건 어떤 개방성이었어요. 보통 여성들의 무언가라고 할 때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배타성이랄지 폐쇄성이 있잖아요. ‘여자들만 공감할 수 있고, 여자끼리 하는 무언가’처럼요. 근데 영희페스티벌은 제가 볼 때 “여자들이 호스트가 되어서 진짜 재밌는 거 만들 테니까 너네 다 와서 재밌게 놀지 않을래?” 하는 느낌이었어요.
보통 여성들은 행사의 일부이거나 수동적인 입장에서 참여할 일이 많은데, 이번엔 주인이 되어서 손을 내밀고 모두가 ‘글로리 앤 조이’를 느껴가는 자리. 저는 영희페스티벌이 그런 멋진 의의를 가질 거라고 생각해요.
Q. 아티스트 섭외 과정에서 요조 님이 큰 역할을 해주셨다고 들었어요.
큰 역할까지는 아니고요, 작게나마 도움이 됐나봐요. 제가 책방을 10년 하면서 큰 돈은 못 벌었지만 좋은 동료들이 많이 남았다는 걸 사후적으로 알게 됐거든요. 지은 씨랑 얘기하다가 “뮤지션뿐만 아니라 여성 스탠드업 코미디언은 어떨까요? 원소윤 씨 제가 연락해 볼 수 있는데요”라든지, “미디어도 있으면 어떨까요? 뉴닉도 제가 아는데요” 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소개가 이어졌어요.
제가 먼저 의중을 여쭤보고 좋다고 하시면 지은 씨가 구체적인 얘기를 이어나가는 방식이었는데, 반응들이 거의 비슷했어요. 컨셉과 의의를 간단히 설명하고 오지은이 수장이다, 몇 마디만 꺼내면 구체적인 조건을 묻지도 따지지 않고 “좋아!” 가 나오는 식이었죠. 그 일관성이 오히려 신기했어요.
Q. 많은 분들이 흔쾌히 섭외에 응해주셨는데,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오지은처럼 어떤 하나의 명백한 실체가 있는 사람, 꿈을 꾸는 사람이 있었고, 오지은이 아닌 다른 여성 아티스트나 기업인도 실체화되지 않은 막연한 꿈이 이미 있었나 봐요. 그래서 이미 그 꿈이 실체화되어 있는 존재가 제안을 했을 때 ‘맞아, 이런 꿈이 나한테도 있었어!’ 하면서 본능적으로 반응한 게 아닐까요? 그런 욕망이나 소망, 꿈 같은 게 나도 모르게 가슴 속에 녹아 있었는데, 누군가가 불을 붙여준 거죠.
여성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것의 기쁨과 슬픔: “여자로 살아가는 건 기쁘고 영광스러운 일이잖아요.”

Q. 요조 님은 오랜 기간 동안 뮤지션이자 작가, 독립서점 대표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오셨잖아요. 그만큼 뮤지션과 작가, 영화감독, 코미디언 등 다양한 여성들이 함께하는 페스티벌에 대한 소감이 남다르실 것 같아요.
사실 예술의 경계라는 게 무너지고 크로스오버가 된 지 꽤 됐는데, 가만 보면 가수는 가수끼리, 작가는 작가끼리, 코미디언은 코미디언끼리 만나는 행사들이 여전히 많았던 것 같아요. 이번엔 작정하고 다 모인 거잖아요. 가수는 노래하고, 작가는 책 얘기하고, 코미디언은 사람들을 웃기고 있고. 다양한 여성 예술가들이 따로 자리를 마련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장 안에서 어울렁더울렁 할 수 있는 거죠.
예술을 향유하는 팬들도 매년 락페스티벌만 가고 북토크는 안 가본 사람이 많았을 거고, 북토크만 가고 스탠드업 코미디는 못 본 사람들도 있을 텐데, 그걸 한자리에 모아놓으니까 찍먹이 가능해지잖아요. 그런 현장의 시작으로서 의미가 있어요. 이런 자리가 진작에 있었어야 하는데 왜 없었을까 싶기도 하고요.
Q. 이번 페스티벌에서 기획자이신 오지은 님과 함께 ‘홍대여신과 홍대마녀 이면에 있었던 것’이라는 주제로 토크를 하실 예정이라고 들었어요.
아직 정확히 무슨 얘기를 할지 정해진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지은 씨가 ‘홍대마녀’로서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궁금해요. 저는 이른바 ‘홍대여신’으로 살면서의 명과 암이 있었는데, 마녀의 세계는 또 어떤 세계였을지! 지은 씨나 저나 그 프레임을 원해서 가진 게 아니잖아요. 이름 붙여진 대상으로서의 삶이 있었을 것이고 원치 않아도 내재화가 되면서 음악 생활이나 개인의 삶에 영향을 끼쳤을 거예요. 그런 얘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Q. ‘홍대여신’이라는 프레임은 요조 님의 삶과 음악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예를 들면 저는 여성 뮤지션들과 잘 못 놀았어요. 공연할 때 세션도 항상 남자들만 뽑았고요. 나한테 씌워진 프레임 때문에 제 옆에 여성이 있으면 비교가 되는 거예요. 여신 옆에 있으니까 못 생겼다든가, 여신보다 더 예쁘다든가. 그건 저도 고통스럽지만 상대방한테도 굉장히 고통스러운 일이잖아요. 어느 쪽이든 불쾌한 상황이 연출되니까 그냥 비슷한 자리를 안 만들게 됐어요. 그러니까 늘 세션은 남자들, 여성은 무대 위에 저 하나. 그렇게 살아온 거죠.
그래서 여성 뮤지션들끼리의 돈독한 프렌드십이나 콜라보 같은 거 보면 늘 부러웠어요. 그런 저를 가끔 불러주고 챙겨줬던 게 김윤아 언니예요. 용건도 아무것도 없이 한 번씩 “요조야, 우리 술 먹자” 하고 불러서 맛있는 거 엄청 사주고, “잘 가” 하고 보내주는 식이죠. 저의 짐작인데 윤아 언니가 이렇게 개인적으로 여성 뮤지션들을 챙기시는 것 같아요. 숨겨진 대모랄까요.

Q. 영희페스티벌의 영문 계정명이 ‘forever glory and joy’잖아요. 처음 ‘영광과 기쁨’이라는 컨셉을 접했을 때 어떠셨나요?
보편적인 인식과 충돌하는 지점이 있다고도 생각해요. 저도 ‘내가 왜 여자로 태어나서 이런 수모와 차별을 겪어야 하나, 진짜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다른 여성분들도 공감하실 거예요.
그런데 사실 여자로 태어나는 건 너무 기쁜 일이기도 하잖아요. 불합리한 일이나 취약성이 분명히 있지만, 그거랑은 별개로 여성이라는 젠더로 태어나고 살아가는 일에는 정말 영광스러움이 있거든요. 저는 제가 여자라는 사실이 좋아요. 이 젠더로서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것들을 지금 만끽하고 있고, 더 향유하고 싶고, 같이 나누고 싶어요.
Q. 여성으로 사는 게 기쁘고 영광스러운 일이라는 말씀이 마음에 와닿아요.
그렇죠. 그런데 이걸 말로 꺼냈을 때 기쁨에 대한 죄책감 같은 게 쉽게 생겨요. ‘지금 기뻐할 상황이야? 아직 수많은 불평등이 있는데 어딜 기뻐해?’ 눈치를 보며 이런 반응을 의식하게 되고요. 근데 여자로 사는 건 너무 기쁜 일이 맞잖아요. 이것도 계속 상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영광스럽고 즐거운 운명인지요.
Q. 요조 님이 지금까지 활동하시면서 가장 영광스럽고 뿌듯한 순간은 언제였나요?
음악을 하다 보면 다양한 뮤지션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저보다 연배가 낮으신 뮤지션들이 “요조 님 음악을 들으며 자랐고, 그 영향으로 음악을 시작했다”는 식의 고백을 해올 때 정말 보람을 느껴요. 얼마 전에 구름 님이라는 뮤지션을 만났는데, 예전에 ‘요조닷컴’에서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저에게 고민 상담한 적이 있었다고 해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제가 “할 수 있을 거다” 라고 했나봐요. 그 답변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음악을 이어갔다고 전해주시더라고요.
그게 나비 효과로서 지금은 뮤지션 대 뮤지션으로 독대하고 있는 게, 너무 기적 같고 신기한 거죠. 그렇게 뮤지션이 된 그분의 음악을 제가 또 좋아하고 있고요. 이 순환이라는 건 대체 뭘까 싶어요. 옛날 시인들을 보면 스승과 제자였다가 서로 영감을 주는 사이가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 일이 뮤지션들 사이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Q. 요조 님이 지금까지 활동하시면서 가장 기쁘고 즐거운 순간은 언제였나요?
팬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죠. 이번에 17년 만에 저의 대표곡 ‘좋아해’를 다시 불렀는데, 이걸 계기로 팬분들이 그 노래가 자기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정말 많이 들려주셨어요. 그들이 추억만 간직하고 저를 잊었다면 전해들을 수 없었을 이야기들인데, 긴 세월 동안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아줘서 이 이야기들을 다시 들을 수 있다는 게 너무 기뻐요. 함께 늙어가는 인생의 동료처럼 한 길을 같이 걸어가고 있다는 감각이 들거든요. 원래부터 그런 기쁨을 알고는 있었지만, ‘좋아해’라는 옛날 음악을 다시 부르는 경험을 하면서 더 집약적으로 느낀 것 같아요.
페스티벌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 “작은 영희들이 모여 하나의 큰 영희가 되는 광경을 함께 보자. 기다릴게!”

Q. 영희페스티벌에 오는 사람들이 어떤 것을 얻어갔으면 하시나요?
‘자유’요. 사회의 고정관념으로 재단되는 것도, 이념과 대의를 위해 나를 깎아내는 것도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요. 이 사회에서는 장애인은 문밖에 나가면 내가 장애인이라는 걸 오히려 계속 생각하게 되고, 성소수자도 그럴 거예요. 남성들도 내가 어떤 남자여야 한다는 부담감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잠시 잊어버릴 수 있기를 바라요. 한 마디로 여성이라는 멍석을 깔아놓은 이 판 위에서 여성을 잊어버리는, 나를 규정하는 것을 내려놓고 모두가 자유로워지는 시간이 되면 좋겠어요. 어려운 일이겠지만요.
Q. 이 페스티벌에서 이것만은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하는 요조 님만의 기대 포인트를 하나만 짚어주신다면요?
이 페스티벌은 정말 훌륭한 혼종이기 때문에 한쪽에서는 노래를 부르고, 한쪽에서는 책 얘기를 하고, 전시도 있고, 스탠드업 코미디도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의도적으로 일탈을 해보셨으면 해요. 평소에 즐기던 것 말고, 안 가봤던 데 한번 가보는 거예요.
저는 직업상 다양한 영역을 오가봤는데, 서로가 서로에게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어요. 다 이어져 있으니까요. 가령 스탠드업 코미디는 처음 보면 생각보다 수위가 세거든요. 쉽게 입에 못 올리는 단어들이 막 나오면 깜짝깜짝 하실 수도 있는데, 그런 세상도 존재한다는 걸 맛보는 즐거움도 분명히 있으니까요. 과감하게 즐겨보세요.
Q. 마지막으로, 이 세상의 모든 ‘영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한마디 부탁드려요.
영희페스티벌의 슬로건이 ‘영희가 영희에게’인데, 이건 아티스트들이 모여서 줌 회의를 하면서 나온 아이디어예요. 우리도 다 영희고 오는 사람들도 영희일 테니까.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이미 좀 그렇게 살아왔잖아요. 내가 욕먹으면 여자들이 욕먹는 것 같고, 반대로 한 여성을 욕하는 게 개인이 아니라 여성을 공격하는 일이 되기도 하듯, 원하든 원치 않았든 어떤 일체감이 있었던 거잖아요. ‘영희가 영희에게’라는 말은 그걸 잘 개념화해 준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일체감은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너는 너, 나는 나’로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겠죠. 점점 그쪽으로 가야 한다고도 생각하고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의 작고 작은 영희들이 모여서 하나의 큰 영희가 되는 경험을 느껴보는 것도 중요할 거예요. 많은 영희들이 모여서 우리가 이렇게 살아왔다는 걸 서로 지켜보고 응원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해요.
“영희야 안녕? 많이 기다렸어. 여기저기에 살고 있는 작은 영희들이 모여서 커다란 하나의 영희가 되는 멋진 광경을 같이 보자. 기다릴게!”

영희페스티벌,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
- 페스티벌 기간: 2026.06.12~14
- 페스티벌 장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아트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