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희페스티벌’ 비하인드 인터뷰: 김윤아, 원소윤, 선우정아, 요조가 한 페스티벌에 모두 모인 이유 👧🎸

‘영희페스티벌’ 비하인드 인터뷰: 김윤아, 원소윤, 선우정아, 요조가 한 페스티벌에 모두 모인 이유 👧🎸

고슴이의비트
@gosum_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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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은님, 어떤 사람이냐면요...

Q. 반갑습니다, 지은님! 뉴니커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뉴니커 여러분! 2000년대 중반부터 홍대에서 앨범을 내고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 오지은입니다. 몇 권의 책을 내면서 글도 쓰고, 음악도 하면서 어느새 40대 중반 여성 예술가가 되었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Q. 오랜 기간 뮤지션, 작가 등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을 만나 오셨잖아요. 최근에는 문화행사 기획자로 활동하고 계신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지난 겨울부터 ‘영희페스티벌’을 준비했으니까 이제 한 5~6개월 차인데요. 예술가로 살 때 쓰는 것과 전혀 다른 부위의 뇌를 써야 해서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들더라고요. 세상 모든 기획자분들을 존경하게 됐어요. (웃음) 다만 저는 페스티벌 준비를 시작할 때 섭외가 가장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분들이 흔쾌히 섭외에 응해 주셨어요. 그래서 정말 힘들긴 한데 너무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힘들어서 앞으로 기획자로 활동하진 못할 것 같습니다. (웃음)


오직 여성들만의 페스티벌이 열린다고? ‘영희페스티벌’의 모든 것 👧🎸

Q. 영희페스티벌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영희페스티벌은 여성 예술가들이 중심이 되는 페스티벌이에요. 처음부터 끝까지 여자가 디폴트가 되는, 뮤지션과 작가, 코미디언 등 다양한 포지션의 여성들이 모이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없던 그런 페스티벌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Q. 맨 처음 영희페스티벌을 기획하신 계기가 뭐였는지 궁금해요. 

제가 고등학생 때 ‘릴리스 페어’라고 하는 미국의 굉장히 유명한 페스티벌이 있었어요. 그때는 유튜브도 없는 시기였기 때문에 ‘핫뮤직’이라는 잡지를 통해 처음으로 릴리스 페어에 대한 기사를 읽었는데, 제가 너무 좋아하는 뮤지션들이 거기 다 있는 거예요. 저 혼자만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빌보드 차트에서도 활약하고 있는 유명한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이 모여서 그런 페스티벌을 열었다는 게 너무 멋졌고, 나도 언젠가 뮤지션이 된다면 저런 페스티벌에 나가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뮤지션이 되고 나니 생각이 좀 달라지더라고요. 페스티벌이라는 큰 행사가 어떻게 열리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무대가 만들어지는지 알게 된 거죠. 그러면서도 ‘왜 우리나라에는 릴리스 페어 같은 페스티벌이 없을까?’ 하는 의문은 점점 더 커졌어요. 그러다 한 4~5년 전부터 ‘설마 나인가? 내가 페스티벌을 열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웃음) 계속 부정하다가, 작년 겨울에 결국 받아들였어요. 당시 제 단독 공연을 준비하던 분들에게 ‘저 사실 한국판 릴리스 페어가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고, 당시 담당자 분께서 젊은 여성들도 그런 페스티벌을 정말 원할 거라는 확신을 줬어요. 그렇게 페스티벌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죠.

Q. 영희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정해지게 됐나요?

최초의 여자 이름 같은 걸 붙이고 싶었어요. 릴리스 페어의 릴리스도 이브 이전에 존재했던, 유대 신화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여성의 이름이거든요. 아담의 말을 거슬러서 에덴동산에서 쫓겨났다고 얘기되는 여자죠. 그런데 그게 사실 저희의 신화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한국 신화에서 어떤 인물을 가져올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주로 남성 인물과의 관계 속에서 설명되는 여성들이 많더라고요. 부모에게 효도하는 바리공주나, 아이를 낳게 해주는 삼신할매처럼요.

그러다 ‘우리가 살면서 공식적으로 접한 첫 여성의 이름을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면 교과서에서 처음 본 ‘영희’처럼요. 영희 하면 보통 우리 엄마 시대에 있던 조금 예쁘장한 여자애라는 이미지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영희라는 이름에 대해 자세히 생각하니, 문득 ‘영화 영(榮)’ 자에 ‘기쁠 희(喜)’ 자를 쓰는 이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저 우리가 그동안 그 이름에 스포트라이트를 주지 않았을 뿐이죠. 그래서 영광과 기쁨의 페스티벌, 영희페스티벌로 이름을 정하게 됐어요.

Q. 그래서 영희페스티벌의 SNS 계정명이 ‘forever glory and joy’가 된 거군요.

맞아요. 영희를 영어로 하면 글로리 앤 조이이고, 그거야말로 지금 우리 예술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건 페스티벌을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거고요.

여성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한도 많겠지만, 그만큼 기쁨과 영광도 많을 수 있잖아요. 그 기쁨과 영광을 서로에게 돌리다 보면 맺혀 있던 한도 오히려 줄어들 수 있고요. 그렇게 한을 푸는 방식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고 알리고 싶었어요. 

Q. 지은 님이 생각하시는 ‘여성 예술가들의 페스티벌’이 필요한 이유는 뭔가요?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보통의 많은 페스티벌들은 라인업에 남녀 성비가 많이 달라요. 실제로 어떤 뮤지션이 인기가 있는지, 어떤 음악이 화제가 되고 있는지랑은 다른 기준으로 라인업이 구성되는 거죠. 누군가는 ‘페스티벌에는 이런 류의 뮤지션들이 더 어울려. 그리고 여자 뮤지션들은 그런 류가 아니야.’ 라고 생각하시기도 하고요.

그런데 재밌는 건 페스티벌 관객은 여자가 훨씬 많다는 거예요. 여자인 뮤지션도 많고 관객도 여자가 많은데 무대 위에는 여자가 별로 없는, 순환이 어딘가에서 뚝 끊겨 있는 상황인 거죠. 저도 지금까지 훌륭한 페스티벌에 많이 섰지만 이상한 경험을 많이 했어요. ‘나는 올해 앨범이 나와야만 페스티벌에 설 수 있다고 했는데, 저 사람은 그렇지 않은데도 출연하네?’ 하는 일들이요.

그래서 ‘락페(락페스티벌)는 원래 다 그런 건가?’ 궁금해서 외국으로 시선을 돌려봤더니, 코첼라도 롤라팔루자도 모두 저랑 비슷하게 섬세한 결의 음악을 하는 여성 뮤지션들이 헤드라이너로 서는 거예요. 그걸 보면서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고, 여성들이 중심이 되는 페스티벌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Q. 기존의 페스티벌에서 여성 뮤지션들이 충분한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말씀이시군요.

솔직히 말하자면 그동안 여자 뮤지션들은 ‘집객력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영희페스티벌을 처음 한다고 했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면 안 될 텐데?’라고 반응했고요. 저 역시 뮤지션으로 살면서 평생 저를 낮게 평가하는 말을 들어왔거든요. 앨범도 잘 안 팔리고, 공연도 못 열 거라는 거죠. 그런데 제가 앨범을 1만 장 넘게 팔고, 공연을 계속 이어가니까 많은 사람들이 ‘그래? 오지은이 그 정도 능력이 된다고?’ 하며 놀라더라고요. 그런 건 무의식중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자기도 모르게 낮게 평가하는 것. 그래서 ‘여성 뮤지션은 집객력이 없다’라는 생각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한자리에 모아서 증명하고 싶었어요. 

Q. 페스티벌을 소개하실 때 ‘처음부터 끝까지 여자가 디폴트가 된다’고 표현하신 부분이 인상 깊어요.

예전에 긴즈버그 대법관이 대법관 중 몇 명이 여성이어야 충분하냐는 질문에 ‘전부’라고 답한 적이 있잖아요. 그것처럼 저희는 예를 들면 오후 1시부터 밤 9시까지 계속 여자만 나오는 페스티벌을 여는 거예요. (웃음) 내내 여자만 나오는 페스티벌을 관객이 경험해보고, 거기서 나오는 분위기를 느끼길 바랐어요.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는 뮤지션, 예술가들도 거기서 많은 기운을 얻어가기를 바랐고요.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흥행이라는 지표가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면, 우리가 흥행 면에서도 결코 모자란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 또한 보여주고 싶어요. 이런 음악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모두가 알게 되는 거죠. 

덧붙이자면, 관객은 당연히 모든 젠더를 환영해요. 출연자도 점점 더 그 폭을 넓혀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요. 마음 속에 ‘영희’만 있다면 다 좋으니까요.


영희페스티벌 비하인드 스토리: 소규모 공연이 ‘미친 라인업’ 페스티벌이 되기까지 👀 

Q. 페스티벌 라인업이 공개되자마자 큰 화제가 됐다고 알고 있어요.

이상은 선배, 김윤아 선배가 참여해주시고 그뿐만 아니라 저보다 나중에 음악을 시작한 분들이 어느새 거장이 되신 거예요. 김사월, 이랑, 안다영 등등... 미친 라인업이 된 거죠. (웃음) 그래서 장난으로 제가 ‘부장 뱅크네...’ 라고 했어요. 저는 그들이 처음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봐왔는데, 그 동료들이 너무 훌륭한 부장으로 성장해서 한자리에 모아놓기만 해도 멋진 페스티벌이 완성된 거죠. 해준 것도 없지만 감동적이에요.

Q. 섭외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졌나요?

친한 예술가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건너 건너 소개와 전화를 통해 섭외가 이루어졌어요. 40팀 가까이 되는 분들을 거의 전부 제가 일일이 전화로, 그중엔 한 시간이 넘는 통화도 많았어요. (웃음) 그런데 섭외는 진짜 빨리 이루어지고 그냥 왠지 같이 할 얘기가 많았어요. INFP라 기운은 많이 썼지만 행복했어요. 제가 많은 걸 설명할 필요도 없이 이 페스티벌이 어떤 건지, 뭘 하고 싶은 건지 단번에 이해해주셨으니까요. 김윤아 선배 같은 분들도 제가 연락하자마자 흔쾌히 ‘저 이거 할게요, 지은씨’ 해주셨어요. 어느 정도 호응은 해주실 줄 알았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안 따지고 무조건 하겠다고 하실 줄은 예상 못 해서, 마치 방 안 가득 생일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제 생일이 아니지만요!

Q. 그렇게 많은 분들이 흔쾌히 섭외를 받아들인 이유는 뭐였을까요?

다들 말은 안 했지만, 오랫동안 비슷한 외로움을 느껴왔기 때문인 것 같아요. 페스티벌을 준비하면서 처음 보는 여자 예술가 둘이 만났는데도 서로가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경험을 많이 했거든요. 여자 뮤지션으로 살면서 겪는 미묘한 순간이나 고충에 대해 얘기할 때, 자세한 설명 없이도 그게 뭔지 바로 공감하는 거죠. 다른 남자 뮤지션들은 ‘뭐가 그렇게 불만이야’, ‘넌 잘 되면서 왜 그렇게 욕심이 많아’ 말하고, 저 또한 오랫동안 스스로를 욕심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는데, 다른 여자 뮤지션들을 만나보니까 사실 다들 똑같은 생각을 하며 살아왔던 거예요. 이걸 말로 꺼내면 징징이가 되니까 계속 속으로만 삼켰던 것 뿐이지. 

한 번은 섭외 전화를 하면서 ‘너무 좋다, 우리 열심히 해보자’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그 직후에 문자로 ‘제가 이런 페스티벌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는 걸 이 전화를 끊고 나서 깨달았어요’ 하는 말을 보내주신 분도 있었어요. 그걸 보자마자 ‘아, 나는 이거면 충분하다’ 싶었죠. 밥도 안 먹었는데 배가 빵빵한 기분? 제가 공연을 시작한 지가 올해로 21년 차인데, 내가 혼자 섬처럼 외롭게 떨어져 있다고 느낀 시간에도 사실 우리는 다 이어져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제가 이미 크게 받은 선물입니다.

Q. 여성 예술가들이 느끼는 외로움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아요.

외로움도 있고, 자기 의심이나 불확신도 있는 것 같아요. 나 자신을 낮게 평가하게 되는 습성 같은 거죠. ‘가면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아무리 유명하고 성공한 여성이더라도 일상에서 ‘사실은 내가 사기꾼이 아닐까?’ 하며 불안감을 느끼는 거죠. 사람들이 끊임없이 내 성공을 의심하니까 나 스스로도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는 거예요. 저는 이런 일이 예술가들에게도 적용되지만, 사실은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들 또한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사회생활을 해본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테니까요. 그런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페스티벌에 관심을 가져주신 게 아닐까 합니다.

Q. 지은 님이 뮤지션으로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쌓은 신뢰도 큰 역할을 했을 것 같아요.

저는 음악 활동을 하면서 제가 그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거든요. 그냥 제 가장 일그러진 부분을 꺼내서 사람들에게 이해받고, 그걸로 내가 다시 치료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어요. 제 음악은 마음이 힘들 때 듣는 음악인 경우가 많으니까, 사람들이 힘든 시기를 지나 오지은 음악을 졸업했다고 해도 조금 쓸쓸하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페스티벌을 준비하면서 그게 아닐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섭외 때문에 연락한 분들이 제 얘기를 엄청 해주셨거든요. 제가 인생에서 딱 한 번 진행했던 가사 수업을 들었다는 분도 계셨고, 제 노래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씀해주신 분도 계셨어요. 코미디언 원소윤 님도 섭외 막바지에 제 노래 제목을 불쑥 얘기하셔서 너무 놀랐고 또 기뻤어요. (웃음) 제가 그동안 저한테만 집중하느라 몰랐는데, 세상에는 생각보다 좀 더 멋진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아직은 실감이 잘 안 나지만요.

Q. 뮤지션뿐 아니라 작가, 코미디언, 영화감독 등 다양한 포지션의 여성 창작자들이 참여한다는 점도 흥미로워요.

처음 페스티벌을 기획할 때부터 다양한 포지션의 여성들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북토크 같은 데 가면 되게 재밌잖아요. 100명, 200명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오는 것도 흔하고요. 또 제가 팟캐스트를 좋아하는데, ‘영혼의 노숙자’ 같은 팟캐스트의 공개 방송을 가면 항상 몇백석 규모의 홀이 꽉 차더라고요. 그래서 처음부터 영혼의 노숙자의 셀럽맷이나 비혼세 같은 분들께 공개 방송을 부탁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원소윤 님이나 정성은 님 같은 스탠드업 코미디언은 요조님이 제안해주셨어요. 중간에 연결도 도와주시고요. 일면식 없이 덜컥 연락했는데도 소윤 님이 너무 흔쾌히 받아들여주셨어요. 그렇게 지금의 라인업이 완성됐죠. 제가 보고 싶은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페스티벌이 이런 모습이었던 것 같아요.


영희페스티벌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 “다면적인 여성의 모습을 잔뜩 보여주고 싶어요.”

Q. 영희페스티벌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여성 예술가들의 다면적인 모습을 잔뜩 보여주고 싶어요. 제 경험상 여자 뮤지션은 그동안 조금 납작하게 해석되어왔던 것 같아요. 제가 처음 활동할 때만 해도 ‘홍대 여신’과 ‘홍대 마녀’를 갈라서 얘기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화보를 찍을 때도 너는 홍대 여신이니까 하얀색 원피스를 입어, 너는 홍대 마녀니까 검은색 옷을 입어 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사람은 원래 되게 다면적이잖아요. 저도 예상했던 거랑 성격이 다르다는 말을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들었지만, 사실 나는 웃기고 싶고 주접도 떨고 싶고, 흥분했을 때는 흥분도 하고 처지고 싶을 땐 마음껏 처지는 사람이거든요. 그리고 그런 걸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받아들여준 건 여성 소비자들이었어요. 그들이 제 CD를 사주고, 책을 사주면서 소비해줬기 때문에 제가 이렇게 살아도 된다는 증거를 많이 얻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페스티벌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여자들이 있다고, 우리 모두 각자의 모습으로 자유롭게 살아도 된다고 전하고 싶어요. 같은 페스티벌 안에 스탠드업 코미디도 있고, 굉장히 서러운 노래도 있고, 무대를 두드려 부수는 노래도 있고, 잔잔한 노래도 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요.

Q. 이번 인터뷰로 영희페스티벌을 처음 알게 된 뉴니커들을 위해 가장 재미있는 기대 포인트를 짚어주신다면요?

진짜 추천하고 싶은 포인트가 있어요. 첫 번째 영희페스티벌 뮤지션 회의가 열렸을 때, 진짜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뮤지션들 열몇 명이 하나의 줌 화면 안에 다 모였거든요. 그때 누군가 내년에 영희페스티벌에 나오면 좋겠는 여자 뮤지션의 노래를 각자 한 곡씩 커버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거예요. 사실 제가 생각했을 때 지금 한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싱어송라이터는 로제 씨거든요. 왜냐면 ‘아파트’를 썼잖아요! 그런데 의외로 사람들이 거기에 대해서 잘 얘기하지 않아요. 그런 의미에서 로제 씨의 노래를 커버할 수도 있겠죠.

이랑 씨는 김완선 선배님의 노래를 커버하고 싶다고 했어요. 저는 한영애 선배의 노래를 커버할 거고, 테일러 스위프트를 커버하는 사람도 있어요. 내년에 테일러가 올 수도 있으니 고양종합운동장을 빌려야 할까요? (웃음) 리스트는 지금도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어요. 그러니까 놓치지 말고 꼭 현장에 와서 무대를 보셨으면 해요.

Q. 공연뿐 아니라 토크쇼와 라운드테이블도 풍성하게 꾸려질 예정이라고 들었어요. 

우선 요조 씨랑 제가 ‘홍대 여신과 홍대 마녀라는 말 이면에 있던 것’이라는 토크를 하기로 했어요. 이다혜 기자가 사회를 보고요. 홍대 여신과 홍대 마녀를 나누는 식의 일이 실제 인디음악 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아주 솔직하게 이야기나눌 예정입니다.
또 라운드테이블은 일부러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로 구성하려고 노력했어요. 우희준 씨, 해파 씨 등 젊은 뮤지션들이 출연할 예정이고, 중간 세대로는 안다영 씨가 무대에 설 예정이에요.

보통 페스티벌을 나갈 때 여자 아티스트들은 나이를 잘 안 쓰곤 하잖아요. 아무래도 여자를 나이로 판단하는 일이 많으니까. 그런데 여기에서는 제가 81년생 뮤지션이라는 게 너무 자랑스러운 거예요. 지금까지 생존했다는 건 제가 보통이 아니라는 거거든요. (웃음) 영희페스티벌은 20대 여성 예술가도, 50대 여성 예술가도 모두 있는, 그만큼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행사가 될 예정입니다.

Q. 마지막으로, 이 세상의 모든 ‘영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한마디 부탁드려요.

저 스스로가 영희로서, 또 다른 영희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어요. “영희야, 여기 놀러와! 영희가 영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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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 진 🐋
썸네일 이미지: 포토그래퍼 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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