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높이, 더 멀리! 아트 도시 서울의 현재와 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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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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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높이, 더 멀리! 아트 도시 서울의 현재와 미래 🎨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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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첫 주, 서울에서 글로벌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이 열렸어요. 전 세계에서 온 아트 러버들이 늦은 시간까지 서울 곳곳을 헤집고 다녔고, 저명한 해외 언론에서도 그 소식을 메인으로 다뤘죠. 이제 서울은 국제적인 아트 도시가 된 걸까요? ‘아트 도시’ 서울의 현재와 그 미래를 우리 함께 살펴봐요.


아트 도시의 조건: 무엇이 아트 도시를 만들까?

아트 도시 하면 보통 뉴욕, 런던, 파리, 베를린 등이 떠올라요. 아트 도시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대부분의 예술가는 대학 이상의 고등 교육을 마친 후, 작업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소위 ‘큰물’에서 활동을 시작합니다. 그런 곳에는 갤러리와 미술관 등 아트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으면서, 무엇보다 예술에 돈을 쓰는 부자들이 많이 살아야 해요. 갤러리의 주요 고객이 되어 재능 있는 예술가를 발견하고, 미술관에 큰돈을 기부하며 컬렉션 구입과 기획전 준비에 도움을 주거든요.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메가 컬렉터가 재단을 운영하고 아예 미술관까지 설립하는 일도 있어요. 부자가 많은 도시는 공공 미술관과 각종 프로그램을 돌리는 예산도 넉넉해서 문화적으로 풍요롭죠.

그런데 돈이면 다 될까요? 세상은 넓고, 돈 많은 도시는 셀 수 없어요. 문화 인프라까지 조성된 부유한 도시도 국가마다 여럿 존재해요. 로컬의 아트 도시로 남지 않고, 자국 혹은 인접국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심지로 올라서려면 생태계의 고도화가 필수입니다. 스펙트럼이 다양한 예술가, 권위 있는 공공 미술관과 사립 미술관, 거대한 갤러리와 중소형 갤러리의 혼재, 컬렉터와 재단의 자유로운 활동, 평론가와 언론 등 전문가 커뮤니티의 존재는 기본이고요.

이들의 높은 결속력을 디딤돌 삼아 각종 이벤트, 컨퍼런스, 대형 기획전, 아트페어, 비엔날레 등이 파생되면서 아트 도시로서의 역량이 커지게 됩니다. 예술 시장을 둘러싼 법규와 배후 환경, 관의 협조도 필요해요. 거래와 관련한 세금, 운송비 등 현실적인 비용, 정치적 안정과 지리적 요건, 언어적 편의, 시 정부와 국가의 행정 보조와 지원까지 딱 들어맞을 때 도시의 자생력을 뛰어넘어 사람과 자본이 끊임없이 유입되는 레벨업이 가능해집니다.


서울이라는 아트 도시

그럼, 서울은 아트 도시일까요? 대한민국에 한정한다면 당연히 ‘예’입니다. 현재 서울을 중심으로 펼쳐진 수도권은 우리나라 인구의 50% 이상인 2600만 명이 모여 살고, 지역 GDP가 7000억 달러 이상으로 세계 최상위권에 꼽히는 굉장한 규모의 대도시권입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한국 부자보고서(2023)’에 따르면, 한국 부자의 70.6%가 수도권에 살고 있어요. 그리고 이들이 소비하는 예술 인프라는 모두 서울에 있죠. 한국을 대표하는 공공 미술관, 사립 미술관 및 문화 공간, 신진 작가를 선보이는 대안 공간과 신생 공간,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대형 갤러리와 각종 중소형 갤러리, 예술가와 평론가, 언론까지 서울에 기반을 둡니다. 한국의 미술 생태계는 서울에 몰빵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래서 질문을 다소 바꿀 필요가 있어요. “서울은 국제적인 아트 도시인가요?” 이에 대한 대답은 상당히 긍정적입니다. 요즘 들어 아시아 아트 중심지로서 위상이 흔들리는 홍콩의 대안으로 떠오를 정도로요. 2000년대 후반부터 크리스티와 소더비 등 세계적 경매회사는 뉴욕, 제네바와 맞먹는 거대 미술 경매를 홍콩에서 진행하고, 지역에서 탄생한 아트페어를 스위스의 아트 바젤이 인수해 2013년 ‘아트 바젤 홍콩’으로 새롭게 런칭했어요. 아트 바젤 홍콩은 중국과 아시아의 주요 갤러리 및 서구권의 글로벌 메가 갤러리가 총출동하며 1조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릴 정도로 승승장구했죠. 해외 갤러리의 아시아 거점이던 홍콩은 지난 2020년 날개가 확 꺾였어요. 팬데믹 때 중국 정부가 전면 봉쇄령을 내리며 홍콩 경제가 마비됐고,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홍콩 국가보안법이 통과됐거든요. 특히 후자가 치명적이었죠.

이런 홍콩의 차선책 중 하나로 서울이 눈에 띄게 됐어요. 이유는 차고 넘쳐요. K콘텐츠의 전 세계적인 붐이 가져온 한국과 서울에 대한 관심 증가, 아시아에서 가장 발전한 민주주의 체제, 옆 나라 도쿄에 비해 낮은 세금과 보험비, 높은 개방성, 동북아시아 중심에 놓인 지리적 이점, 현대 미술에 우호적인 컬렉터까지.

그중 결정적인 방아쇠는 2022년 런칭한 ‘프리즈 서울’이 당겼어요. 아트 바젤과 함께 세계 양대 아트페어 브랜드인 프리즈는 하필 왜 서울에 왔을까요? 돈 냄새를 맡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한국 미술 시장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요. OECD 국가의 미술 시장 규모는 GDP의 0.2% 정도인데, 한국은 0.02%를 맴돌다 2022년 0.04%가 됐어요. 산술적으로 최대 5배가량 커질 수 있는 거죠. 게다가 국제적으로 영앤리치 컬렉터의 입지가 강해지는 상황도 한몫했어요. 아트 바젤과 UBS가 공동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구매자 중 밀레니얼 세대가 52%를 차지했어요. 한국의 영앤리치가 미술품으로 재테크를 한다는 얘기는 잘 알려져 있죠.

프리즈 서울은 천천히 발전하던 서울 미술신을 확 바꾸는 촉매제가 됐어요. 특히 해외 갤러리 지점이 엄청나게 생겼죠. 팬데믹 이전, 서울에 진출한 해외 갤러리는 페로탱, 페이스, 리만 머핀 정도였는데, 프리즈 서울이 확정되자 오랜 세월 간만 보던 갤러리들이 싸그리 패를 던졌어요. 2021년부터 타데우스 로팍, 에스더 쉬퍼, 글래드스톤, 화이트 큐브, 마이어 리거 등이 연거푸 지점을 냈습니다. 서울이 아시아 최초 지점인 경우가 대다수였죠.

서울 지점을 통해 동시대에 활동하지만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외국 작가의 작품들이 속속들이 소개됐습니다. 한국 작가의 작품을 해외 다른 지점에 전시하거나 아예 전속 계약까지 맺는 일도 생겼고요. 프리즈 서울을 방문한 해외 갤러리스트, 컬렉터, 큐레이터, 언론인이 로컬 갤러리와 아티스트를 만나면서 국제적인 네트워크도 형성됐어요. 아트 도시 서울의 밸류업이 시작된 겁니다.


글로벌 아트 도시 서울의 미래

지금 서울이 국제적인 아트 도시로 향하는 길목에 있다면, 우리는 ‘지속가능성’이란 단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요. 2022년 첫 회에 비해 작년과 올해 매출이 많이 떨어졌다는 소문이 들리면서, 5년 계약으로 들어온 프리즈 서울이 2027년 재계약을 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어요. 프리즈 덕분에 떠올랐다면, 그 때문에 내려앉을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이번 프리즈 서울에 방한한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했는데요. 그중 흥미로운 답변을 소개합니다. 먼저 페이스 갤러리의 창업자이며 현 CEO의 아버지인 아니 글림처입니다. 마크 로스코와 아그네스 마틴의 친구로 올해 86세를 맞이한 전설적인 갤러리스트는 서울의 미래에 대해 단정 짓듯 말하더군요. “서울은 앞으로 10년 이상 아시아의 아트 중심지가 될 거예요.” 아니, 왜요? “그냥 느낌이 와요! 서울이 홍콩이나 베이징을 대신할 거예요. 도쿄는 아직 멀었어요.” 오마이갓.

독일의 명문 갤러리 노이게림슈나이더의 공동 창립자, 부르카르트 림슈나이더는 이렇게 말했어요. “더 훌륭한 미술관 전시가 필요해요. 사람들을 서울로 끌어모을 수 있을 정도로요. 아트페어도 좋지만, 미술관이 고도화되어야 해요. 다른 나라에 비해 서울은 가능성이 충분해요. 싱가포르만 하더라도 예술가층이 얇은데, 한국에는 젊고 재능 있는 예술가가 많거든요. 이건 정말 중요합니다.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예요.” 그럼 좋은 전시와 작가가 많은 도쿄가 서울보다 유리하지 않을까요? “한국은 도쿄보다 개방적이에요. 특히 사람들이 영어를 무척 잘해요. 활동하기에 수월하죠. 언어적인 문제가 적다는 건 굉장한 장점입니다.” 외국인이 영어로 말 걸어도 자연스레 응대하던 카페 스태프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더군요. 스펙 쌓기의 힘…

글을 쓰면서 과거 타데우스 로팍과 진행한 인터뷰를 찾아봤어요. 그는 홍콩이 아닌 서울을 아시아 거점으로 삼은 최초의 메가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의 창업자입니다. “서울의 역동성이 마음에 들어요. 역동적이란 건 그만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에요. 한국은 아시아에서 독특한 곳이에요. 현대 미술에 매우 개방적이죠. 70년 동안 로컬 아티스트가 현대 미술에 매진하면서 여러 세대로 분화되는 점이 훌륭해요. 한국인 컬렉터는 50년 전부터 해외를 돌아다니며 현대 미술에 관심을 보였는데,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30년은 빨랐어요. 취향도 무척 세련됐죠. 더불어 미술관을 운영한 역사가 오래됐는데요. 지금도 계속 미술관이 생겨요. 세계적으로 무척 드문 일이에요.” 

서울이 글로벌 아트 도시가 되면 뭐가 좋을까요? 지금 디지털이 전 세계를 연결한 것 같아도 오직 현실에서만 가능한 일이 있습니다. 예술이 대표적이죠. 비행기 타고 밖에 나가지 않아도, 예술가와 작품, 행사와 포럼이 서울로 찾아온다니요. 약간의 시간과 돈만 준비하면 보는 눈이 넓어지고 안목이 달라져요. 이런 경험이 쌓여 개개인의 미래 경쟁력을 바꿀걸요? 그러니 글로벌 아트 도시 서울, 놓치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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