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부터 베이글에 열광하게 된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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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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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부터 베이글에 열광하게 된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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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찾아다니는 거 좋아하는 뉴니커라면 최근 몇 년 사이 베이글 먹으러 한 번쯤은 가봤을 거예요. 조금은 생소했던 베이글이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에서 엄청 핫해진 건데요. 유명하다는 베이글 집은 오픈런에 몇 시간 대기는 기본이고, SNS에는 베이글 인증샷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어요. 이런 인기에 힘 입어 해외 유명 베이글 브랜드도 속속 국내에 진출하는 중이고요.

이런 베이글의 인기는 조금 낯설기도, 어딘지 익숙하기도 해요. 자세히 살펴보면 꽤 ‘한국적인’ 부분도 있는데요. 오늘은 베이글 인기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살펴봤어요.


훑어보기 👀: 베이글도 우리 민족이었어?

폭염이 기세를 떨치던 지난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베이글 가게 앞에는 긴 줄이 생겼어요. 호주의 유명 베이글 맛집 ‘오베이글 하우스’의 국내 첫 매장이 문을 연 건데요. 호주에서도 줄 서서 먹는다는 베이글 맛집이 한국에 들어온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무더위 속에서도 줄 서기를 마다하지 않았다고.

우리나라에서 베이글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건 2021년부터예요. 이제는 모르는 사람 빼고 다 아는 ‘런던베이글뮤지엄’이 그 시작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데요.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처음 문을 연 이곳은 ‘오픈런 성지’로 꼽히며 베이글 열풍을 일으켰어요. 강남구 도산점, 제주도 제주점, 송파구 잠실점, 경기도 수원점 등 문을 여는 지점마다 오픈런이 벌어졌고요.

베이글의 인기에 불이 붙으며 다른 베이글 가게에도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어요. ‘서울 3대 베이글’ 중 하나라는 ‘코끼리 베이글’, ‘정통 뉴욕 베이글’을 내세우는 ‘니커버커’ 등이 대표적인데요. 대기업 빵집이나 외식 브랜드, 편의점 등도 베이글을 앞다퉈 내놓는 중이에요. 

베이글의 인기는 수치로도 나타나요. KB국민카드의 2019~2022년 카드 매출액 분석 결과를 보면, 디저트 전문점 중 베이글 전문점의 매출이 216% 증가한 걸로 나타났어요. 떡·한과(66%)나 와플·파이(65%), 쿠키(55%) 등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았던 것.

베이글 열풍이 계속되면서 수많은 브랜드가 생겨나고 있어요. ‘숨겨진 베이글 맛집’을 안내하는 글이 인기를 끌고,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베이글이 인기 창업 아이템으로 뜨고 있고요. 포털사이트에서 ‘베이글 창업’을 검색하면 요리학원부터 창업 컨설팅 업체까지 수많은 게시물이 쏟아진다고. 동네 빵집에서도 베이글이 핵심 상품으로 떠오를 정도라고 하니, 그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겠죠?

우리나라에 베이글이 들어온 건 1990년대 중반으로 알려져 있어요. 1996년 12월 25일 자 경향신문은 “유태인들의 전통 식품 베이글 빵이 건강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고, 그해 3월 매일경제는 백화점 업계가 외국 유명 빵 브랜드 유치 경쟁에 나섰다며 한 외국 베이글 브랜드를 그 사례로 소개했어요. 2000년대에는 베이글하면 빼놓을 수 없는 도시,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베이글을 좀 더 흔하게 볼 수 있게 됐고요.

하지만 최근의 베이글 인기는 분명 예전과는 차원이 달라요. 이 정도로 우리가 베이글에 진심인 민족이었나 싶을 정도인데요. 여기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요?


자세히 보기 🔎: 지극히 한국적인 K-베이글 유행

ⓒZoshua Colah/Unsplash

지난 몇 년 사이 불어닥친 베이글 열풍은 엄밀히 따지면 ‘베이글 전문점’의 인기에서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어요. 그 원조는 역시 앞서 언급한 런던베이글뮤지엄이고요. 이곳은 영국의 오래된 베이글 가게를 인테리어 컨셉으로 삼았는데요. 매장 곳곳에는 ‘영국 감성’을 물씬 풍기는 소품이 가득해요. 이런 점 때문에 런던베이글뮤지엄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오픈 당시 ‘해외여행 온 느낌’을 낼 수 있는 핫플로 입소문을 탔어요. 해외여행을 떠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너도나도 몰려가 인증샷을 남겼던 것.

베이글이 사진에 최적화된 비주얼이라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혀요. 반으로 슥 갈라서 크림치즈만 발라 먹던 단순한 베이글이 아니라, 연어·햄·치킨 등 온갖 재료가 풍부하게 들어간 샌드위치 스타일의 베이글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베이글 빵의 종류도 엄청나게 다양해졌고요. 이국적인 매장을 배경으로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어서 올리기에 딱인 거예요.

물론 베이글 자체의 매력을 빼놓을 수는 없을 거예요. 베이글은 그냥 먹기에는 꽤 심심한 빵인데요. 여기에 어떤 토핑을 넣느냐에 따라 무수히 많은 종류의 베이글이 나올 수 있어요. 빵이나 크림치즈의 종류도 생각보다 다양하고요. 국내에서는 대파나 마늘 같은 재료를 넣고, 떡처럼 부드럽고 쫀득한 식감을 살린 K-베이글’이 인기를 모으는 중이라고.

유명 베이글 맛집 사진과 영상이 SNS 피드를 휩쓸면서 ‘유행이어서 유행인’ 현상이 벌어진 면도 있어요. 유행이라고 하니까, 여기에 동참하고 싶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긴 대기 줄이 만들어진 거예요. 긴 줄이나 대기시간마저 하나의 경험으로 소비되고요. 그런 면에서 베이글의 인기를 ‘SNS 마케팅의 승리’로 규정하는 사람도 있어요.

이런 베이글의 인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를 두고도 다양한 말이 나와요. 디저트는 푸드 중에서도 유독 빠르게 트렌드가 바뀌는 게 특징이기 때문. 실제로 지난 몇 년만 살펴봐도 마카롱, 도넛, 크로플, 소금빵 등 다양한 트렌드가 뜨겁게 달아올랐다가 시들해지는 패턴이 반복됐는데요. 베이글도 그런 ‘반짝 트렌드’ 디저트 중 하나가 될 거라고 보는 의견이 있어요. 몇 달 전에는 런던베이글뮤지엄이 3000억 원대에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고요.

반면 베이글이 대중화 단계를 거쳐 보편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을 거라는 시각도 있어요. 베이글은 식빵처럼 다른 재료와 잘 어우러지는 데다,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어서 반짝 떴다 사라지는 다른 디저트랑은 다르다는 거예요. 담백하고 심심한 베이글이 식빵처럼 ‘기본 빵’ 중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 거라는 얘기도 있고요. 베이글 전문점의 인기는 사그라들 수 있겠지만, 베이글 자체의 인기는 계속될 거라는 것.

개인적으로도 베이글의 인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궁금해져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을 끌어모으던 집 근처 탕후루 가게가 얼마 전 돌연 문을 닫는 걸 보고는 많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어떤 트렌드가 뜨고 지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유독 그 속도가 좀 빠른 것 같다는 생각은 들어요. 어딘지 지극히 한국적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고요. ‘K-외식업 트렌드’의 숨가쁜 흥망성쇠 사이클(?)을 넘어 베이글이 뿌리를 깊이 내릴 수 있을지 지켜봐도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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