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마, 너는 일보다 더 큰 존재야✨
작성자 시계꽃
Dear My Future
잊지마, 너는 일보다 더 큰 존재야✨
이번 파리 올림픽의 화제의 스타, 김예지 선수를 아시나요? 사격이란 스포츠의 매력도 새롭게 알게 되었고, 김예지 선수의 멋에 흠뻑 빠져 있는데요.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다가 뉴니커분들과 나누고 싶은 인터뷰 장면이 있어 가져 왔어요. 김예지 선수가 주 종목인 25m 권총 본선에서 사격 시간 3초를 넘겨 0점 처리가 된 경기 직후 이뤄진 인터뷰 중 일부입니다.
"모르겠어요. 왜 그랬는지. 하하하. 0점 쐈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잖아요. 이번 경기 하나로 제가 사격을 그만두게 되는 것도 아니고.
정말 너무 죄송하고요. 제가 그런 엉뚱한 실수를 해서. 아 그런데 그런 ‘빅 이벤트’ 조금 재밌지 않으셨어요?"
🙅♀️일과 나를 동일시하지 마세요
저는 오랫동안 일이 저라는 사람을 설명한다고 생각해왔어요. 그래서 일과 거리두기에 실패하고 번아웃으로 향하는 급행열차에 탑승하고 말았죠. 지난 아티클에 이어서 이야기를 이어 나가자면, 사직서를 제출하고 다른 목표로 도망쳤습니다. 너무 무서웠어요. ‘천직’이라고 생각했던 업에서 실망과 좌절을 느끼는 게.
도피처는 테솔(TESOL)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조금씩 프리랜서를 마음에 품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경력을 살리면서 주도권을 쥐고 일할 수 있는 건 학원 강사라고, 참 단순하게 생각했죠. ‘편집자’라는 정체성을 스스로 버렸으니 ‘학원강사’로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래서인지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내돈내산으로 하는 공부인데 정말 하나도 즐겁지 않았어요. 첫 직장에서 느꼈던 '재미있다'는 감각이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요.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은 사람을 참 옹졸하게 만들더군요. 그때의 제 모습은 인정 받고 싶어 안달 난 고등학생같았습니다.
‘나’라는 사람에 대한 이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선택한 ‘강사’라는 직업은 처음부터 오래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보람은 학원/교육업계의 현실이라는 어마무시한 파도에 맥없이 휩쓸려나갔어요. 모든 것이 시험(수능)으로 귀결되는 시스템과 강사는 교사와 아예 역할이 다른, 일종의 퍼포머(performer)와 다름 없음을 깨달은 것이죠. 아이들이 무심결에 내뱉는 철 없는 말에도 상처를 받을 만큼 저의 멘탈은 부서지기 일보직전이었습니다. 결국 꾸역꾸역 6개월을 겨우 버티고 강사일을 그만두었어요.
🩹무기력이 번아웃으로, 번아웃이 우울증으로
자신을 돌아볼 마지막 기회였는데, 저는 또 도망을 선택합니다. 원래 하던 일로 말이죠. 사실 이때의 직무 경험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매일매일 자괴감과 공허함에 찌들어 살았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하는 일은 그 어떤 영감도, 생기도, 활력도 가져다주지 못했어요. 저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생각은 딱 두 가지였습니다.
“내 인생은 실패했어.”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는데 결과가 왜 이 모양이지? 나는 무능해.”
기어코 출근 길에 교통사고가 나서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하고 나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했어요. 네, 예상대로 번아웃, 그리고 초기 우울증이었습니다.
첫 번째 아티클에서 자아 정체성은 다차원적 개념이라고 소개했었어요. 다시 말해 사회적 자아는 결코 ‘나’의 전부가 될 수 없습니다. 일, 직업적 성취는 ‘나’라는 사람의 일부일 뿐이에요. 저는 이 단순하고 명쾌한 사실을 몸과 마음을 다 소진한 후에야 겨우 알 수 있었습니다. 뉴니커분들은 저처럼 어리석은 실수를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번아웃의 잔인한 점은 직무 열의가 높은 사람들에게 찾아오기 쉽다는 거예요. 혹시 ‘일잘러’가 되고 싶어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고 있진 않나요? 우리 스스로에게 조금만 친절해집시다. 저는 6년 전의 저에게 이렇게 말해 주고 싶어요.
“너는 일보다 더 큰 존재야. 일로 너의 존재를 증명할 필요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