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미스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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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방구석디제이

방구석 DJ

오 마이 미스테이크!

방구석디제이
방구석디제이
@bangkok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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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다시 돌아갈래~~ (실수하기 전으로)

가끔 그럴 때 있지 않나요?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을 때 과거 여행을 하는 순간들,, 기분 좋았던 추억들만을 곱씹고 싶은데 '이불킥'을 해야 하는 사건들이 더 먼저 떠오르는 건 왜일까요? 아무튼, 저의 흑역사의 80%는 바로 저의 실수에서 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가장 최근 다시 떠올리게 된 흑역사로는 바로 'OTL 사건'인데요, 이건 제가 특별히  이름을 따로 붙여 '기억해봤자 좋을 것 없는 서랍'에 봉인해 둔 것입니다. (하지만 주인 허락도 없이 자꾸 불쑥불쑥 떠오르는 이 기억,,) 제가 예전에 편의점에서 알바하던 바로 첫날에 생긴 일인데요, 정신없이 일을 배우고 야간 직원분에게 바통터치를 하기 위해 레지 정산을 했습니다. 동전과 지폐가 가득 담긴 통을 들고 무사히 하루가 끝났다고 생각하며 사무실로 향하던 와중에, 이런! 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저는 사무실 바로 코앞에서 거하게 자빠지고 맙니다. 소리도 못 지르고 자빠진 저 대신에 수많은 동전들이 촤르르르륵 쏟아지며 대신 소리를 질러주더군요. 당시 한 타임에 같이 일하는 사람이 10명 정도 됐는데, 모두 퇴근의 기쁨에 떠들썩하다가 일시정지! 갑자기 엄청나게 무서운 정적이 편의점을 감쌌습니다. (아주 조금 계시던 손님들도 멈춰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아픈 것보다도 너무 부끄러워 OTL 자세로 5초 정도 정지되어 있었고, 제가 그러고 있는 동안 아무도 섣불리 저에게 다가오지 않더군요,, 저는 그때 혈액이 어떻게 순환하고 있었는지를 오랜만에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새빨개진 얼굴로 주섬주섬 동전을 줍는데, 다행히 그때 모두가 도와주어 금액 결손 없이 인수인계는 무사히 완료되었습니다. 아마 그때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지금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하고 있겠지만, 당사자인 저만은 가끔 떠오르는 그 순간에 몸서리치며 이불킥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기억들은 이 레터메일에 당당하게 쓸 수 있을 정도로 가볍기 그지없는 실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더 중하고 엄청난 실수들은 차마 여기에 적지 못하겠지만, 여러분들도 이해해주시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전화위복', '새옹지마'라는 말들이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이 사건 때문에 낯을 가림에도 같이 일하는 분들과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고, 그걸 자그마한 위안으로 삼았었습니다. 사람이라는 것은 언제나 완벽한 존재일 수는 없지 않을까요? 세상에는 수많은 실수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모두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어찌저찌 잘 굴러간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무엇이 되었든, 실수라는 것이 이미 벌어진 일이고, 되돌릴 수 없는 것이라면 거기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빠르게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기술(skill)이자 능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에게 감당할 수 있는 실수들만이 벌어지기를! (아니,, 이건 너무 악담 같은가요? 실수가 안 벌어지길 바라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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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의 순간과 그 외의 시간들

⚠️이번 파트는 <나이브스 아웃>에 대한 강력한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브누아 블랑'이라는 푸른 눈이 멋있는 한 탐정에게 의뢰가 하나 들어옵니다. '트롬비 가(家)에 벌어진 살인사건의 범인을 밝혀달라는 것'. 누가 자신의 의뢰인인지도 모르는 채 트롬비 가 사람들을 깊숙이 조사하게 된 블랑. 사건은 꼬일대로 꼬여있고 모두가 의심 받을 만한 알리바이와 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요? 이렇게 범인을 추리해 나가는 미스테리 장르를 '후더닛'(who done it에서 온)이라고 하는데요, '후더닛 무비'의 정석대로 탐정은 각 인물들을 조사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특별해 보이는 '모난 돌', 따지자면 이 편의 주인공인 '마르타'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풀리기 시작합니다.

(스포주의)

사실 이 사건은 마르타의 '실수'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피해자인 '할런' 할아버지의 간병인인 마르타는 그날 저녁도 여느 때와 다름 없이 할아버지에게 약을 투약하는데요, 실수로 다른 약과 모르핀을 바꿔서 투약하게 됩니다.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였던 할런은 자신의 실수로 인해 어쩔 줄 몰라하는 마르타를 진정시키고 마르타를 범인으로 몰지 않기 위해 자신만의 '조작'을 해나갑니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르타의 실수가 '실수'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아주 능력이 좋은 간병인인 마르타는 약이 담긴 병들의 마크를 보고 투약을 한 것이 아니라, 그 약이 가지고 있는 개별적인 특성(점성과 같은)들을 보고 투약을 한 것입니다. 미리 할런을 죽이려고 계획했던 누군가가 그 두 약을 바꿔치기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르타는 원래 자신이 투약했어야 할 양을 정확히 맞춰서 투약한 것이죠. 하지만 그 사실을 알지 못했던 마르타와 할런이기에 결국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할런의 사인은 약물중독이 아니라는 것이 엄청난 반전이 되는 것이죠!)

이렇게 결정적인 실수(사실은 실수가 아니었지만) 외에도 이 영화에서는 인물들의 다양한 실수가 드러납니다. 특히 이렇게 감정이 극에 달하게 되는 어떤 사건이 발발했을 때 사람들은 다양한 실수를 하게 되고, 그것은 탐정에게 굉장한 흥미를 유발하는 실마리가 되겠죠. 하지만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실수' 그 자체는 아닙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실수'라는 것은 굉장히 우연적으로,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무언가이며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실수가 아니라 실수 이외의 시간들이겠지요. 마르타는 언제나 할런을 진심으로 대했고, 자신이 맡은 바를 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할런은 마르타를 자신의 상속자로 삼았고, 결국 마르타는 자신의 실수라는 자책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능력 밖의 일, 어떻게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거나 해결을 바라서는 안 되는 일들은 아마 '실수'라고 명명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기에 마르타가 보여주었던 실수 이전의 시간들은 우리에게 '실수'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그리고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일말의 지혜로 보여질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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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세븐틴(SEVENTEEN) - Darl+ing 

사실 저는 지난 일요일 콘서트를 갔다왔는데요,, 아직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았으리라 예상됩니다. (?) 이렇게 시점이 들쑥날쑥인 이유는, 제가 이 레터를 쓰는 시점에는 아직 콘서트를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봄에 가볍게 듣기 좋은 세븐틴의 노래 한 곡을 추천드리며, 다음주에 뵐게요!



🔒흑역사 연대기

여러분도 '실수'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기억이 있나요? 저는 꽤 많은 편인데 막상 쓰려니 잘 떠오르진 않네요. 아마 저도 DJ징징처럼 그런 기억들을 기억 저편 서랍에 넣고 꽉 잠가버린 탓에 그런 게 아닐까 합니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10년 전의 나에게 전화를 건다면 무슨 말을 할 것인가'를 묻는 한 게시물이 화제가 됐습니다. 비트코인과 엔비디아 주식을 사라(ㅋㅋ)는 댓글이 대부분이더라고요. 저는 할 수 있다면 그 말과 더불어 하려던 말이나 행동을 좀 참는 연습을 하라고 하고 싶어요. 제 실수의 대부분은 학업이나 회사 업무같은 부분에서보다도, 인간 관계에서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돌아간다면 하지 않을 말이나 행동을 너무 많이 하고 살아온 것 같을 때마다 "어쩔 수 없어. 다 지나간 일이야~"하고 회피해보지만, 때때로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가봐요. 

그렇지만 모든 새벽을 망쳐버린 관계들에 연연하며 살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 실수들이 모여 지금의 제가 되어준 것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옛날에 했던 실수들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 노력하고 있는 '현재'에 좀 더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이전의 저는 완벽주의나 얄랑한 자존심 때문에 해야 할 말을 지나치게 참거나, 혹은 과하게 뱉어버리거나 했는데요. 이제 보다 솔직하고 현명하게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만 ^^) 마음을 표현하거나 드러내는 연습을 하고 있답니다. 모두 실수에 기반한 결심 덕분에 실현된 일들이에요. 서면이라 그런가 이같은 고백을 줄줄 늘어놓게 되는군요. 아무튼 지난 실수들이 발목을 붙잡는 늪같은 밤이면 '일단 자자!'고 빠르게 마음을 돌리고 베개에 고개를 파묻어버리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심리학에 '지연 행동'이라는 단어가 있는데요. 말 그대로 해야 할 일을 제때 하지 않고 미루는 행동을 이릅니다. 감정적으로 무언갈 회피하고 있을 때도 우리는 지연 행동을 자주 하게 되는데... 머릿속으로 5초, 10초 이렇게 카운트다운을 하면 도움이 된다고 해요! 딱 5초만 세고 알람 맞추자, 잠이나 자자, 하는 결심을 해보는 거죠. 실수를 저질렀을 때도 마찬가지. 쉽진 않겠지만 빠르게 셀프 초세기 하고 벗어나보아요. 다가오는 이번 한주도 무사히 지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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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은 어떻게 존재하고 점화되는가

⚠️아래는 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에 대한 강력한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해당 소설은 존속살해사건이 등장합니다. 

악은 어떻게 존재하고 점화되는가, 라는 문장은 소설 전체를 관통합니다. <7년의 밤>이나 <완전한 행복>같은 다른 작품에서도 그랬듯 이 소설도 '악'이라는 것 그 자체를 중심 소재로 다루고 있는데요. 실은 주제가 실수인만큼 조금 가벼운 소설을 다루고 싶었으나... 이 책을 떠올린 이상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실수들은 남다른 무게감을 갖고 있습니다. 1) 형 '유민'을 죽인 유진의 실수, 2) 유진이 싸이코패스임을 알면서도 그를 정상인으로 대하고자 노력했던 엄마 지원의 실수

주인공인 유진은 사실 싸이코패스로 엄마와 이모에 의해 정상인의 삶을 위장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약물을 섭취하는, 발작 증상에 주의가 필요한 간질 환자로 관리 받으면서요. 그러나 엄마 지원 때문에 수영을 그만두게 된 뒤로 유진은 가끔 약을 먹지 않고 건너 뛰며 새벽에 몰래 외출을 다녀오는 등 일탈을 하게 됩니다. 

지원의 일기에 솔직한 언어로 묘사된 유진은 두렵고 끔찍한 존재입니다. 절대 평범하지 않은 존재의 보호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지원을 괴롭게 하죠. 그러나 지원에게는 유일하게 남은 혈육이기도 한 데다... 함부로 그를 내칠 수도 없는 등 여러 상황적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는 곧 끔찍한 결말로 지원을 내몰고 맙니다. 바로 소설의 첫장면이자 이야기의 강렬한 시작을 알리는 지원의 죽음으로요. 

이전에 정용준 작가의 책 <유령>을 다루면서 책에 실린 평론을 함께 전해드렸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우리에겐 악에 대해 모를 권리가 없다는 내용이 강렬했던 평론인데요. 때문에 우리에겐 악을 심판할 권리도 존재한다는 말을 이 책을 읽을 때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악의 탄생과 점화를 직시할 수 있을 때 그들을 뿌리부터 잘라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습니다. 책에서 유진은 마지막까지 '절대악'의 면모를 유지하거든요. 독자와 등장인물들을 모두 잔인하게 책의 종장에 남겨둔 채, 뚜벅뚜벅 평온한 얼굴로 책 바깥으로 걸어나가버립니다. 찝찝하고 미묘한 감정을 곱씹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라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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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치기

원래 영화나 드라마를 소개하는 것은 징징의 몫이지만 오늘은 저도 한 작품을 같이 소개해볼까합니다. 이번 호에서 언급한 책과도 연결고리가 있는 작품인데요. 바로 넷플릭스 시리즈 <마인드 헌터> ! FBI 요원인 주인공 홀든 포드와 동료들이 흉악범과 인터뷰하며 동기 없는 범죄들은 왜 일어나는지 등을 파헤치는 이야기가 주 내용이에요. 시즌 2까지 있고 시즌별로 10회차 정도로 구성되어 있어 시간이 비는 주말이나 연휴 등에 정주행을 추천드립니다. 배경이 1970년대이기 때문에 그때 그 시절에는 어떻게 추리에 있어 '실수'를 줄이고자 했는지를 지켜보면 흥미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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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Henry Moodie - drunk text

멜로디와 가사의 조합이 좋은 곡입니다. 원곡도 정말 좋아하지만, 약간 템포가 느린 편곡을 택한 리무진 서비스 라이브 버전도 추천드려요. (23분 24초부터 보시면 됩니다!) 사심이 담긴 영상이라 좀 조심스럽지만 여기가 아니면 영업할 곳이 없기에 슬쩍 넣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