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you wanna build a snowman?
작성자 방구석디제이
방구석 DJ
Do you wanna build a snowman?
☃️첫눈 그리고 눈
지난주에 내렸던 눈이 저에게는 올해의 첫눈이었는데요! 어느덧 서울에서 꽤 오래 살다보니 눈에 무감각해지는 것 같으면서도, 첫눈이 오면 다시금 기분이 몽글몽글해지고는 합니다. 여러분은 '눈'하면 어떤 추억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저는 아주 오래 전, 유치원생 때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부산에는 눈이 잘 오지 않았기에 제가 7살쯤 내렸던 기록적인 폭설을 마지막으로 제 기억에는 거의 눈을 본 적이 없었는데요. 그 당시 너무 신난 나머지 동네 친구들과 락앤락 통을 하나씩 들고 만나 거대한 이글루를 만들었습니다. 평소라면 감기에 걸릴까봐 겨울에 그렇게 오래 밖에서 노는 것을 허락해주지 않았을 부모님들조차 이 날만큼은 실컷 밖에서 놀게 해주셨죠. 마지막에는 광란에 빠져 동네 아이들이 모두 눈위를 뒹굴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어릴 때와 달리 어른이 되어 눈 오는 하루를 맞이할 때는 조금 감상이 다른데요, 특히 어딘가를 이동할 때 눈이 오게 된다면 설레는 마음보다도 걱정이나 귀찮음이 더 크게 느껴지고는 합니다. 이것이 아마도 어른의 무게이겠지요(?) 무엇보다 지난 주의 눈은 일종의 이상기후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예상치 못한 눈에 대응하지 못한 사례들도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겨울은 누구에게나 혹독한 계절인데요, 아무쪼록 올해 겨울은 무탈히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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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튼 아카데미>
이른바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는 명대사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영화 <굿윌헌팅>으로부터 꽤 시간이 흘러 그와 비슷한 영화를 올해 초에 만나게 되었는데요! 마침 이렇게 눈이 내리기 시작한 계절에 보면 정말 좋을 것 같아 소개해 드립니다. 원제는 <The Holdovers>로, 우리나라에는 <바튼 아카데미>라는 제목으로 개봉하였습니다. 예고편이나 포스터로 봤을 때는 소위 가벼운 크리스마스용 영화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무려 코미디 장르라고 규정되어 있어 코미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진입장벽이 높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아마 영화를 보신다면 예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으시리라 확신합니다.
눈이 펑펑 오는 겨울, 부잣집 도련님들이 다니는 학교라고 알려져 있는 '바튼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모두 자신의 본가로 돌아와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랬어야만 하건만, '털리'는 꼬일대로 꼬여버린 일들에 꼼짝없이 긴 연휴를 학교에서 보내게 됩니다. 그를 책임지고 관리할 선생님은 아주 재미없고 고리타분한 문명사 선생님 '폴'과 학교의 식사를 책임지는 주방장 '메리'뿐입니다. 이 3명의 우당탕탕 화이트 크리스마스 보내기가 이 영화의 메인 줄거리라고 할 수 있겠네요!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그 당시 필름과 영화적 감성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에 아주 많은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시대를 살아보지 못한 저조차 그 시절에 대한 향수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는데요, 중간중간 나오는 하얀 눈으로 뒤덮인 풍경들이 오늘 레터메일에서 이 영화를 소개하게 된 이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바튼 아카데미'라는 조그만 우물에서만 살던 예민한 두 개구리 '털리'와 '폴'은 우물을 떠나 차를 타고 미국을 돌아다니는데요, 연휴 내내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때로는 이미 아문 흉터마저 지워질 정도로 서로를 치유하기도 합니다. 어딘가로 떠났다고 다시 돌아오는, 일종의 로드무비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영화에서 두 개구리는 아마 떠날 때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새롭게 성장한 모습으로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좋은 의미로) 클리셰는 클리셰다!라는 감상이 들기도 하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박평식 평론가가 "'공존의 인간학'에 웃다가 울컥"이라고 남긴 영화평에 깊게 공감했습니다. 굉장히 세련되고도 세심하게 풀어내는 '눈'과 관련된 이 영화를 여러분들이 꼭 올 겨울에 보셨으면 좋겠네요! 영화에서는 '앙트레 누 entre nous'라는 표현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뜻은 알려드리지 않겠습니다. 힌트를 드리자면, 이것 또한 여러분이 영화를 본 뒤에 저와 공유하게 될 새로운 '앙트레 누'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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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몬스타엑스 - Sorry I'm Not Sorry
최근 몇 년 동안, EXO의 '첫눈'이라는 곡이 역주행을 하기 시작했는데요! 이 노래처럼 막 추워지기 시작한 겨울 초입에 듣기 좋은 비슷한 노래를 하나 추천 드립니다!
☃️눈사람 만들기 경연대회
유난히 따뜻한 겨울의 초입을 맞나 싶더니, 첫눈이 과격하게 우리를 반겼던 11월이었습니다. 저는 서울/경기 지역에 엄청난 양의 눈이 내렸던 때에 지방에 내려가 있어서, 뉴스를 통해서만 눈 소식을 접했는데요. 항공편이 결항, 지연되는 등 적설량이 어마어마했더라고요! 딴 나라 얘기 같았던 광경은 기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 동안 점점 현실이 되었습니다. 도착해서 본 풍경은 마치 영화 '겨울왕국' 속 한 장면 같았어요.
회사에서도 폭설로 인한 조기퇴근과 재택근무를 시행했는데요. 첫눈이 내린 날에는 사람들이 퇴근 전 회사 건물이나 옥상에 눈사람을 여럿 만들었어요. 저는 팀 동료가 보내준 사진으로 이 사실을 알게 됐는데, '도라에몽 눈사람' 등등 갖가지 모양의 눈사람들이 모여 있어 귀여웠습니다. 무엇보다도 삼사오오 장갑을 끼고 눈을 뭉쳐서 그걸 만들며 즐거워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더라고요. 비로소 진짜 겨울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이 온 뒤로는 본격적인 추위에 접어드는 것 같습니다. 전기장판 위에 누워 귤 까먹는 이 계절을 저도 얼마나 기다렸던지! 다들 몸은 추워도 마음은 따뜻한 계절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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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여러분은 '눈' 하면 떠오르는 책이 있으신가요? 저는 이전 레터에서 언급한 한강 작가님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떠오르곤 합니다. 소설에서도 눈이 아주 많이 내린 배경이 상세히 묘사되거든요. 하지만 이 책은 이미 소개드린 적이 있기에, 다른 책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바로 오늘 이 유명한 첫문장을 가진 소설, <설국> 입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산호소에 기차가 멈춰섰다."
아, 참고로 <설국>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인 <설국열차>와는 별개의 소설입니다. 여러분은 이미 알고 계셨던 정보일 수도 있지만 제가 종종 헷갈려서 덧붙여요. 영화 <설국열차>의 배경이 되는 원작소설은 그래픽 노블입니다. 1권은 탈주자, 2권은 선발대, 3권은 횡단이라는 표제를 갖고 있어요. 영화의 기본 설정인 꼬리칸 등의 열차 속 계급 사회는 동일하나 주인공의 행보가 영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니 이 부분도 흥미로우시다면 원작 소설을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그럼 설국열차 얘기는 이쯤에서 줄이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볼까요? <설국>은 <설국열차>같은 모험과 폭동, 혁명 등의 스펙터클한 스토리와는 거리가 먼 소설입니다. 결말부에 비교적 큰 사건이 일어나긴 하지만 그를 제외하곤 탐미주의 소설에 가까운 느낌이에요. 저도 저 첫문장에 홀려 책장을 편 김에 끝까지 읽게 된 케이스라, 제목이 비슷한 영화를 떠올리고 책을 집어드셨다면 생각보다 잔잔한 전개에 놀라실 수도 있다는 점 안내드리며...
주인공인 '시마무라'는 기차를 타고 국경의 긴 터널을 통과합니다. 창밖의 설원을 보며 회상에 빠져들기도 하다가, 문득 맞은편에 앉은 '요코'에게 호기심을 느낍니다. 요코의 얼굴을 바라보는 시마무라의 시선으로 요코의 얼굴을 스치는 차창 속 빛 등이 아름답게 묘사되며, 주인공의 마음이 은연중에 드러나는데요. 나중에 나오지만 이 '요코'라는 존재는 주인공이 기차를 타고 만나러 가는 사람인 '고마코'의 연적입니다. 하여 과연 이 셋의 관계가 어떻게 진전될 지 흥미롭게 전개됩니다.
목적지에 도착한 시마무라는 고마코와 여러 날을 함께 보냅니다. 시마무라는 유럽 무용에 관한 글을 쓰는 일을 하고, 둘이 처음 만났을 때 고마코는 게이샤 연습생이었는데요. 자신의 춤을 배운 선생님의 아들, 유키오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고마코는 게이샤의 삶을 택했습니다. 둘은 비슷하면서도 결이 다른 사람이에요. 특히 시마무라는 계속해서 삶의 허무를 이야기하고, 고마코는 그럼에도 삶을 이야기한다는 점이 둘을 구분짓는 특징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어느 날은 시마무라였다가, 또 언젠가는 고마코였다가 하는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겨울처럼 춥고 눈도 많이 내리는 계절에는 유독 그럴 때가 잦은 느낌입니다.
책의 배경이 되는 나가타현은 일본 내에서도 눈이 많이 내리기로 유명한 곳이라고 합니다. 작가도 나가타현에 위치한 료칸에 머무르며 책을 집필했다고 해요.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눈이 많이 오는 곳에서, 소복히 눈 쌓이는 풍경을 보며 읽기에는 좋은 소설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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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래: Sam ock - Remember
저도 겨울의 초입에 듣기 좋은 잔잔한 노래 한 곡을 추천 드려요! 새벽에 일찍 나가는 날이 있으면 이 노래를 들으며 버스 창밖을 보는데 그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