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2. 축구 팬들이 정몽규에게 나가라고 외치는 이유

작성자 하람

축알못의 축구 이야기

EP 2-2. 축구 팬들이 정몽규에게 나가라고 외치는 이유

하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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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q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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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아티클에 이어 오늘도 '축구 팬들이 정몽규에게 나가라고 외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볼게요. 오늘 다룰 이야기는 모두 올해에 일어났던 일이라, 축구 관련 기사나 유튜브 영상에서 많이 본 이슈일 거예요. 그럼 오늘의 아티클 시작할게요.

이유 4 : 아시안컵 선수단 불화 사건

우리 시간 2월 7일, 우리나라가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어요. 당시 FIFA 랭킹이 우리보다 67계단이나 낮았던 요르단을 상대로 2:0 패배를 당한 거예요. 심지어 요르단과는 같은 대회 조별리그에서 이미 만난 적이 있었어요. 그때도 2:2 무승부를 거두며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고요.

아시안컵 당시 대표팀은 '황금 세대'로 불리며 64년만의 우승에 도전하고 있었어요. 그런 대표팀을 이끌고 준결승 탈락이라는 성적을 낸 클린스만 감독과 그를 선임한 정몽규 축협 회장은 당연히 엄청난 비난을 받았어요.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종료 후 웃는 얼굴로 요르단 선수들과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팬들에게 더 큰 분노를 안겨줬어요.

그리고 일주일 후인 2월 14일, 영국의 황색언론 '더 선'이 한 가지 소식을 보도해요. 아시안컵 준결승전 전날, 한국 축구 대표팀의 주장 손흥민과 이강인이 서로 몸싸움을 벌여 손흥민의 손가락이 탈구되었다는 거예요. 더 선의 보도에 따르면 식사 자리에서 '이강인과 일부 어린 선수들'이 식사 후 탁구를 치기 위해 빨리 자리를 떴어요. 주장 손흥민이 다시 돌아오라고 지시하자 다툼이 시작되었어요. 그 과정에서 손흥민의 손가락이 탈구되었고요.

그런데 축협은 최초 기사 보도 후 약 세 시간만에 보도 내용을 인정했어요. 보통 이런 큰 사건이 일어나면 협회 등의 공식 기관은 꽤 오랜 기간 말을 아꺼요. 축협은 이례적으로 빨리 사실을 인정한 거예요. 이례적으로 빠른 인정에 팬들과 언론들은 '축협이 결과에 대한 책임을 선수들에게 돌리는 것 아냐?'라는 의혹을 가졌어요.

이유 5 : 사상 초유의 임시감독 체제와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

앞서 소개한 클린스만의 여러 문제점 때문에 축협은 결국 2월 16일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해요. 이제 팬들의 관심은 모두 후임 감독에게 쏠렸어요. 그리고 경질 후 11일만에 선임된 감독은 바로 황선홍 감독이었어요. 월드컵 예선이 얼마 남지 않아 제대로 된 정식 감독을 선임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해 임시 감독으로 계약한 건데요. 팬들은 현재 U-23 대표팀 감독이고 얼마 후 올림픽 예선을 앞둔 상태의 황 감독을 선임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어요.

황선홍호(U-23)는 올림픽 예선인 U-23 아시안컵을 2개월도 채 남겨두지 않았어요. 게다가 사실상 U-23 아시안컵 전 최종 평가전인 WAFF U-23 챔피언십은 감독 없이 수석코치가 감독직을 대행하기로 했어요. 팬들은 성인 국가대표팀만이 아니라 올림픽 대표팀을 위해서라도 황 감독을 선임하는 게 맞냐는 의견이었어요.

황 감독은 월드컵 예선에서 1승 1무의 성적을 거두며 자신의 임무를 다했어요. 명재용 수석코치가 이끈 U-23 대표팀도 WAFF U-23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에 승부차기에서 패배하며 40년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 기록 달성에 실패했어요. 황 감독의 전술적 무능도 있었지만, 축협이 핵심 유럽파 선수들의 소속팀에게 대회 차출 요청을 하지 않은 것 또한 대회 조기 탈락의 원인으로 꼽혀요.

황 감독의 성인 대표팀 계약이 종료되고 축협은 차기 감독 선임 절차에 들어갔어요. 5월 이내에 정식 감독을 선임한다고 했기 때문에 팬들의 입에는 많은 감독들의 이름이 오르내렸어요. 프랑스의 에르베 르나르, 튀르키예의 세놀 귀네슈, 미국의 제시 마치 등등 많은 사람들이 한국 국가대표팀 사령탑 후보로 거론되었는데요. 하지만 최종 결정된 건 김도훈 감독이었어요. 이번에도 임시 감독 체제였고요.

김 감독은 월드컵 예선 두 경기를 모두 승리로 이끌었어요. 그리고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한국 축구 대표팀의 임시 감독은 내가 마지막이었으면 한다'고 말했어요. 이후에 축협에서 정식 감독 제안이 왔을 때도 거절했다고 밝혔고요.

이유 6 : 홍명보 감독 선임과 박주호의 폭로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지 132일만인 7월 7일, 팬들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보도가 나왔어요. 국가대표 팀의 차기 감독으로 홍명보 감독이 내정되었다는 거예요. 홍 감독은 당시 K리그의 울산 HD 감독이었어요. 2020년 연말 부임해 2022 시즌과 2023 시즌 K리그 2연패를 달성했어요. 그리고 홍 감독은 계속해서 감독 후보군에 자신의 이름이 거론될 때 부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불과 이틀 전인 7월 5일 수원FC와의 기자회견에서도 자신은 국가대표 감독직을 맡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고요.

홍 감독의 말 바꾸기도 팬들의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협회의 결정도 많은 비난을 받았어요. 일단 협회 본인들이 주관하는 K리그의 감독을 빼온 것이 비난의 주요 이유였어요. 선임을 확정지은 7월 8일 축협이 진행한 브리핑 또한 비난의 이유가 되었어요. 홍 감독 선임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명확한 이유를 밝히기보다는 감정에 호소했고, 한국 축구 지도자의 수준도 무시할 수 없을 수준이라고 말하면서 유럽인 코치 두 명을 붙이겠다고 말하는 모순적인 말을 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논란에 확실히 불을 지핀 건 바로 박주호 전력강화위원의 폭로 영상이었어요. 이 영상은 홍 감독 내정이 발표된 7월 7일 오후 녹화되었는데요. 그래서 영상 13분 50초에는 실시간으로 내정 소식을 듣는 박 위원과 축구 해설가 김환이 놀라하는 장면도 나왔어요.

박 위원의 폭로는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박 위원의 말에 따르면 박주호 위원 본인이 미국의 제시 마치 감독을 추천했어요. 그러나 전력강화위원회(이하 전강위) 위원들은 제시 마치가 누군지도 몰랐고 크게 관심도 갖지 않았어요. 또 그가 외국인 감독의 훈련 장면에 대해 설명하자 '주호 네가 지도자를 안 해봐서 그래, 보이는 게 다가 아냐'라며 그를 무시했어요. 대표팀 임시 감독을 결정할 때는 제대로 된 토론이 아닌 투표로 결정했고요. 또 외국인 감독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던 위원들이 국내 감독에 대해서는 '그냥 다 좋다'며 노골적으로 국내 감독을 우대했어요. 이외에도 박 위원은 전강위 위원들 중에서는 자신이 직접 연령별 대표팀이나 성인 대표팀 임시 감독직을 맡기 위해 여론 조성을 하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밝히며 유튜브 영상 태그에 같은 전강위 위원들의 이름을 태그했어요.


정몽규 회장이 욕을 먹는 데에는 아직도 더 많은 이유가 있고, 몇몇 이유들은 현재진행형이기도 해요. 얼마 전에는 자서전 〈축구의 시대〉 출판과 그 내용에 대해 논란이 생기기도 했고요(이 내용에 대해서는 나중에 직접 책을 읽고 다룰게요). 그럼 다음 아티클은 '올림픽 남자 축구에 와일드카드가 생긴 이유'에 대해 알아볼게요. 다음에도 같이 축구 이야기 나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