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3. 올림픽 남자 축구에 와일드카드가 생긴 이유
작성자 하람
축알못의 축구 이야기
EP 3. 올림픽 남자 축구에 와일드카드가 생긴 이유

뉴니커, 이번 파리 올림픽 축구 결승전 봤나요? 5:3의 점수로 금메달은 스페인이, 은메달은 프랑스가 가져갔어요. 이로써 스페인은 지난 대회 은메달의 설움을 푸는 데 성공했어요. 프랑스는 축구의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 이후 첫 개최국 은메달을 땄어요. 동메달은 6:0의 점수로 모로코가 가져갔고요. 모로코는 북아프리카 사상 첫 번째로 올림픽 축구 종목에서 메달을 땄어요.
올림픽 '남자 축구'에만 있는 것
월드컵에도, 세계 어떤 나라의 축구 리그에도, 심지어 올림픽 여자 축구에도 없지만 올림픽 남자 축구에만 있는 것이 뭔지 아나요? 바로 출전 선수의 나이 제한과 와일드카드에요. 이번 아티클에서는 올림픽 남자 축구에만 있는 나이 제한과 와일드카드에 대해 알아볼게요.
1984년 이전 : 프로 선수 제한의 시대
올림픽에 처음으로 나이 제한이 생긴 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였어요. 올림픽에 축구라는 종목이 처음 등장한 게 1900년 파리 올림픽이었는데, 그러니 약 100년 동안은 올림픽에 나이 제한이 없었던 셈이에요.
그럼 1930년에 생긴 월드컵과 올림픽은 70년 동안 같은 위상의 대회였을까요? 여기까지만 보면 당연할 것 같지만, 사실 아니요. 올림픽에는 '프로 선수 출전 제한'이 있었거든요. 이 출전 제한은 축구에만 있는 것도 아니라서,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단 모두가 프로 선수가 아닌 아마추어 선수였어요.
도대체 왜 올림픽은 아마추어만 참가 가능하다는 규정을 세웠을까요? 올림픽은 '아마추어 정신'을 추구했기 때문이에요. 순수한 육체적 아름다움을 중시했던 올림픽은 돈을 받고 일하는 건 순수한 아름다움이자 스포츠 정신이 아니라고 본 거예요. 이 규정 때문에 초창기 올림픽 축구에는 대학팀이 한 국가의 대표팀으로 나와 경기를 하는 일도 있었다고 해요.
사회주의 국가들의 전성기
우루과이, 이탈리아, 독일(서독), 브라질, 잉글랜드, 아르헨티나... 모두 우리에게 익숙한 축구 잘하는 나라들이죠? 이 나라들은 1930년 월드컵부터 1984년 월드컵까지의 월드컵 우승국들이에요. 그럼 헝가리, 소련, 유고슬라비아, 폴란드, 독일(동독), 체코슬로바키아는요? 이 나라들은 1952년 올림픽부터 1980년 올림픽까지의 올림픽 축구 우승국들이에요. '축구 강호'하면 떠오르는 국가들은 아니에요.
이 나라들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정치적 이념의 차이예요. 프로 리그가 활성화된 자본주의 국가들은 프로도 참여 가능했던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 공식적으로 프로 리그가 없었던 사회주의 국가들은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거예요. 이 때문에 소련의 전설적인 골키퍼 '레프 야신'도 아마추어 신분으로 올림픽에 참가해 우승했어요.
(월드컵 우승국들은 1984년까지 소개했지만 올림픽 우승국들은 1980년까지 소개한 이유는 1984년 올림픽에서 사회주의 국가들이 보이콧했기 때문입니다)
FIFA와 IOC의 갈등
올림픽에서 사회주의 국가들이 우승을 독식하자 자본주의 국가들은 반발했어요. 그러자 보다 못한 FIFA가 조치를 취하는데요. FIFA는 프로 선수 출전 제한을 푸는 대신 23세 이하의 선수들만 출전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꿔요. 그러나 올림픽의 인기가 떨어질 것을 우려한 IOC는 FIFA의 이런 결정을 반대했어요. 계속해서 갈등하던 중 FIFA와 IOC는 드디어 해결책을 찾았어요.
프로 선수도 출전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꾼 대신, 유럽이나 남미 출신의 선수들은 월드컵에서 뛰어본 적이 없는 선수만 출전할 수 있도록 제약을 걸었어요. FIFA가 주최하는 월드컵의 인기가 떨어지지 않게 하려고 이런 결정을 내린 거예요. 올림픽에도 프로 축구 선수들이 출전한다면 세계 최고의 축구 대회가 2년 주기로 열리게 될 테니 월드컵의 인기가 떨어지겠죠? 그래서 상대적으로 축구 강국인 유럽과 남미의 프로 선수들은 한 번만 나오도록 한 거예요.
1992년 올림픽 이후
당연히 IOC는 계속해서 반대했어요. 프로 선수 출전까지 허용된 마당에 유럽과 남미의 세계 최고 선수들이 나와 줘야 올림픽의 인기가 더 높아질 테니까요. 그러나 결국 FIFA의 고집을 꺾지 못했고 국적을 불문하고 23세 이하의 선수들만 출전권을 주기로 결정했어요. 올림픽 축구에 처음 나이 제한이 도입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당시에도 IOC는 반발했지만 FIFA는 '그럼 올림픽에서 축구 뺄 거면 빼 봐'라는 식으로 맞섰어요.
그러나 FIFA도 IOC에 한 가지 양보해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부터 23세 이상의 선수가 세 명까지 참가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꾼 거예요. 이때는 와일드카드 대신 '미라클카드'라는 이름으로 불렸어요. '와일드카드'라는 이름은 다음 대회인 2000 시드니 올림픽부터 생겼어요.
이번 아티클에서는 올림픽 시즌을 맞아 올림픽 남자 축구 종목에만 있는 출전 선수 나이 제한과 와일드카드에 대해 알아봤어요. 사실 나이 제한은 FIFA가 월드컵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만든 제도였어요.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것이 역으로 올림픽 축구만의 특색을 만들어 준 셈이 됐어요.
먼저 다른 대회보다 팀 간의 격차가 줄어 축구 강국이 아닌 나라들의 이변이 자주 나와요. 나이지리아와 카메룬은 각각 1996년과 2000년에 올림픽 축구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우리나라는 2012년 사상 최초로 올림픽 축구 종목에서 메달을 얻었어요.
또 축구 강국에서도 미래에 세계적인 선수가 될 유망주들을 찾아볼 기회가 되기도 해요. 예를 들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축구 우승국은 아르헨티나였어요. 이때 당시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선수 중에는 훗날 세계적인 선수가 되는 메시가 있었어요. 결승골을 넣은 앙헬 디마리아와 세르히오 아구에로 또한 현재에는 유명해졌어요.
우리나라는 이번 올림픽에서 40년만에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아쉬운 성적을 냈지만 다음 대회에서는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하길 바라면서 이번 아티클을 마칠게요. 다음에도 같이 축구 이야기 나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