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4. 아시아의 호주, 유럽의 이스라엘?

작성자 하람

축알못의 축구 이야기

EP 4. 아시아의 호주, 유럽의 이스라엘?

하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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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q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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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니커, 호주는 어느 대륙에 있나요? 이스라엘은요? 당연히 오세아니아와 아시아!...겠지만, 축구에서는 달라요. 호주 축구 국가대표팀은 아시아 축구 연맹(이하 AFC)에, 이스라엘 축구 국가대표팀은 유럽 축구 연맹(이하 UEFA)에 소속되어 있거든요. 오늘은 이처럼 실제 위치와는 다른 대륙의 축구 연맹에 소속된 국가대표팀, 그리고 FIFA에는 가입되어 있지 않지만 국가대표팀은 있는 '의외의' 국가에 대해 알아볼게요.

아시아의 호주

호주는 오세아니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예요. 호주의 면적은 오세아니아 대륙 면적의 90.8%고, 오세아니아에서 인구수나 경제력 등의 지표에서 압도적으로 앞서요. FIFA 랭킹도 오세아니아 국가 중에서 호주 다음으로 높은 뉴질랜드보다 70계단이나 높아요.

그렇다면 왜 호주는 편한 오세아니아 축구 연맹 (이하 OFC)에서 굳이 아시아 축구 연맹(AFC)으로 소속을 옮겼을까요? '사서 고생' 아니었을까요?

호주가 굳이 소속을 옮긴 이유는 '월드컵' 때문이었어요. 대외적인 명분은 국가 경쟁력 증진이었지만, 실은 월드컵이라는 세계적인 무대에 진출하기 위함이라는 거예요. 'OFC의 다른 국가와 수준 차이가 크게 나니까 월드컵 가기 쉬운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세아니아에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기는 정말 어려웠어요. 지난 월드컵까지만 해도 오세아니아에 주어진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은 '0.5장'이었거든요. 오세아니아 지역 예선에서 1위를 해도 추첨을 통해 다른 대륙의 지역 예선 1위 팀과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통해 월드컵 본선 진출 팀을 결정해야 했어요. 추첨에서 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대륙이 나오면 비교적 수월했지만, 원정 거리도 길고 수준도 높은 남미나 유럽이 나오면 월드컵 본선 진출은 너무 어려워졌어요.

그에 반해 AFC로 소속을 옮기면 월드컵 본선 티켓이 4.5장이 되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한 대결을 펼치게 됐어요. 실제로 AFC 소속으로 출전한 2010년 남아공 월드컵부터 지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4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하기도 했고요. 또 다음 북중미 월드컵부터 본선 진출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나 오세아니아의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이 1.5장이 되면서 의도치 않은 윈윈 전략(?)이 되었어요.

호주가 AFC로 소속을 옮긴 또 다른 이유는 'AFC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하기 위함도 있어요. AFC 챔피언스 리그는 AFC에 등록된 리그에서 성적이 좋은 팀들이 모여 겨루는 토너먼트 대회인데요. OFC에도 챔피언스 리그가 있지만 팀들의 수준이 너무 낮았어요. 그래서 경쟁력이 있는 AFC로 소속을 옮겨 국가대표팀뿐만 아니라 클럽팀의 수준도 높이려고 한 거예요.

유럽의 이스라엘

앞서 소개했던 호주가 국가대표팀과 클럽팀의 수준을 높이려고 소속을 옮겼다면, 이스라엘은 다른 나라들에 의해 강제로 소속이 옮겨'졌'어요. 이스라엘은 원래 AFC 소속이었어요. 하지만 이스라엘은 다른 나라들과 여러 방면에서 갈등을 빚고 있었어요. 축구계에 이스라엘과 다른 나라들과의 갈등이 퍼진 건 1962년부터였어요. 1962 아시안게임의 개최국 인도네시아가 이스라엘 선수단의 입국을 거부하면서 갈등이 시작되었어요. 그러던 중 1974년 아시안게임에서 북한과 쿠웨이트 대표팀이 이스라엘과의 경기를 거부했고, 급기야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도 이스라엘과의 경기를 거부하는 사태가 일어났어요. 결국 AFC는 1976년 국제 사회의 비판에도 이스라엘을 AFC에서 축출하기로 해요.

AFC에서 축출된 이후 이스라엘이 향한 곳은 현재의 UEFA가 아니라, 엉뚱한 OFC였어요. 다만 1982년 스페인 월드컵 지역예선은 UEFA에서 치렀고, 그 후인 1986년 멕시코 월드컵,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지역예선은 OFC에서 치렀어요. 하지만 1986년에는 호주에 밀려서 탈락했고, 1990년에는 지역 예선 1위를 했지만 대륙간 플레이오프에서 콜롬비아에 패배해 본선 진출에 실패했어요.

AFC에서 축출되었을 때부터 OFC 대신 UEFA를 원했던 이스라엘은 1991년부터 UEFA로 소속을 옮겨요. 이렇게 되어 이스라엘의 월드컵 본선 진출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졌어요. 하지만 이스라엘의 프로 축구 리그 '리갓 하알'의 팀들은 빡빡한 예선을 통과하면 UEFA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할 수 있게 되었어요.

유럽의 카자흐스탄

카자흐스탄은 옛날 소련의 구성국 중 하나였어요. 1991년 소련이 해체되자 카자흐스탄과 같이 소련의 구성국이었던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등의 중앙아시아 나라들의 축구 협회는 AFC에 가입해요. 카자흐스탄도 처음에는 AFC에 가입했는데요. 하지만 월드컵은 물론 아시안컵에서도 예선 탈락을 하며 국제 대회에서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어요. 국제 대회 출전은 2000년 요르단에서 열린 서아시아 축구 선수권 대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요.

그러던 2002년, 카자흐스탄은 한일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 탈락 후 돌연 UEFA로 소속을 바꿔요. 아예 다른 위치에 있는 대륙으로 소속을 옮긴 위의 두 나라와는 달리, 카자흐스탄은 나름의 명분이 있었는데요. 사람은 거의 살지 않지만 국토의 5% 정도를 차지하는 사막 지역이 유럽에 걸쳐 있거든요. 사실 카자흐스탄은 AFC에서도, UEFA에서도 국제 대회에 출전할 만한 실력은 되지 않아요. 실제로 UEFA로 소속을 옮긴 후 어떠한 국제 대회에서도 본선 진출에 성공한 적이 없고요. 하지만 카자흐스탄이 굳이 UEFA로 소속을 옮긴 이유는 따로 있어요.

바로 카자흐스탄의 프로 축구 리그 '카자흐스탄 풋볼 리그' 팀들의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위해서예요. UEFA 챔피언스리그는 클럽팀이 진출할 수 있는 최고 권위의 축구 대회로, '별들의 전쟁'이라고도 불려요. 이런 축구 대회에 카자흐스탄의 축구팀들을 출전시키기 위해 굳이 UEFA로 소속을 옮긴 거예요. 비록 카자흐스탄 풋볼 리그에서 우승해도 챔피언스리그 1차 예선부터 시작해 빡빡한 예선을 통과해야 하지만, 유럽 팀들에게는 너무 먼 원정 거리로 가끔 홈에서 강팀들을 잡기도 해요.

카자흐스탄 축구 대표팀도 마냥 동네북은 아닌데요. 앞서 설명했듯이 유럽, 그중에서도 축구 강국인 서유럽 국가들에게는 카자흐스탄 원정이 워낙 멀어서 홈에서 이변을 자주 일으켜요. 특히 친선전이 아니라 홈과 원정을 번갈아 경기를 치르는 국제 대회 예선전에서는 홈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요.

카탈루냐와 바스크 축구 국가대표팀

카탈루냐와 바스크는 모두 스페인의 지방으로, 두 지방 모두 스페인으로부터 독립 운동을 펼치고 있어요. 먼저 카탈루냐는 바르셀로나가 수도 역할을 하는 스페인 동남부 지방인데요. 카탈루냐는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가 있는 지역인 '카스티야'와 갈등이 심해요. 역사, 문화, 언어 등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차이가 나거든요. 이 지역 감정은 카탈루냐의 중심 바르셀로나를 연고로 하는 FC 바르셀로나와 카스티야의 중심 마드리드를 연고로 하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더비 '엘 클라시코'가 치열한 이유이기도 해요. 실제로 카탈루냐는 2017년 10월 27일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선포했다가 10월 31일 5일만에 스페인 정부가 독립 선언을 취소하며 멸망했어요.

카탈루냐 자체가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카탈루냐 축구 대표팀은 FIFA나 UEFA에 가입할 수 없고, 따라서 공식 A매치도 치르지 못해요. 그래서 카탈루냐 대표팀의 친선 경기는 보통 이벤트 형식으로 열려요. 하지만 이때 선수단은 상당히 화려한데요. FC 바르셀로나 소속 선수들이 카탈루냐 대표로 참가하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2009년 열린 카탈루냐와 아르헨티나의 경기에서, 카탈루냐 대표팀의 대부분은 FC 바르셀로나의 주전 멤버였어요. 그래서 세계적인 축구 강국은 물론이고 자국인 스페인 대표팀도 이긴 전적이 있기도 해요.

바스크는 최소 기원전 3천년 이전부터 살고 있는 바스크인이라는 단일 민족이 살고 있는 지역이에요. 그래서 사용하는 바스크어도 스페인어와는 뚜렷이 구분되는 다른 언어고요. 그래서 분리주의 성향이 짙긴 하지만, 앞서 소개한 카탈루냐만큼 격한 분리주의 운동은 없는 편이에요.

하지만 바스크도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바스크 축구 국가대표팀을 창설하긴 했어요. 바스크 대표팀도 카탈루냐 대표팀처럼 바스크를 연고로 하는 축구 팀들의 주전 선수들이 주전을 차지해요. 바스크를 연고로 하는 구단 중에는 대표적으로 아틀레틱 클루브, 레알 소시에다드가 있어요. 특히 이 중 아틀레틱 클루브는 독특한 바스크 순수혈통주의 정책을 펼쳐요. 바스크에서 태어났거나, 조상 중에 바스크인이 있는 선수만 뛸 수 있는 거예요. 다만 요즘은 바스크 지방을 연고로 한 구단의 유소년 팀 출신인 경우에도 영입을 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어요. 그래서 구단 최초의 흑인 득점자인 이냐키 윌리암스 같은 선수들이 탄생하기도 했어요. 이런 선수 영입 제한에도 불구하고 아틀레틱 클루브는 지금까지 한 번도 1부리그에서 강등당하지 않은 팀 중 하나에요. 바스크 출신 선수들은 이 팀에서 뛰는 걸 영광으로 여기기도 하고요.

번외: 아마트리아 축구 국가대표팀?

혹시 아마트리아라는 나라를 아나요? 사실 아마트리아는 앞서 소개한 바스크 지방에 있는 작은 도시 국가로, 스페인의 다른 지방들처럼 독립에 힘쓰고 있는 국가...는 아니고, 우리나라 축구 커뮤니티의 일종의 밈이에요. 현재 아스날의 감독을 맡고 있는 미켈 아르테타와 관련된 밈인데요.

미켈 아르테타는 뛰어난 감독이기도 하지만, 현역 시절 뛰어난 선수이기도 했어요. 프리미어리그의 에버튼 FC와 아스날 FC에서 활약한 미드필더였어요. 미드필더 자리에서는 중앙, 공격형, 수비형 등 모든 자리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고요. 하지만 그는 조국인 스페인 국가대표팀과는 인연이 없었어요.

하필이면 스페인의 최전성기 시절 커리어를 보내 스페인 국가대표팀의 미드필더 자원이 차고 넘쳤거든요. FC 바르셀로나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세 얼간이(차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세르히오 부스케츠)'가 대표적이었고요. 이외에도 스페인은 세스크 파브레가스, 사비 알론소, 다비드 실바 등 너무나 많은 미드필더 자원을 보유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아르테타는 국가대표에서 한 경기도 뛰어보지 못한 채 은퇴하고 말았어요.

그리고 장난기 넘치는 축구 팬들은 아르테타의 풀네임이 '미켈 아르테타 아마트리아인'이라는 것을 알고 '사실 아르테타는 아마트리아인이고 작은 도시 국가인 아마트리아의 독립에 힘쓰기 위해 아마트리아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뛴 거다'라는 밈을 만들었어요. 이 밈이 계속해서 번져 아마트리아라는 가상의 국가에 대한 설정이 살을 붙인 거고요.


오늘은 실제 위치와는 다른 대륙의 축구 연맹에 소속된 국가대표팀과 '의외의' 국가대표팀에 대해 알아봤어요. 다음 아티클은 더 재밌는 주제로 돌아올게요. 다음에도 같이 축구 이야기 나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