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 메이트, 당사자로서의 세심한 고민 나눠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현생이 바빠 바로 답은 못했지만 며칠 동안 계속 공감하며 곱씹고 있었어요. 저도 중고등학생 시절 거의 도서관에 살다시피 했는데도 왜인지 아동/청소년 문학으로 분류된 코너에는 오히려 쉽게 정붙일 수가 없더라고요. (지금도 권장도서인지 모를…) <완득이>나 <몽구스 크루> 같은 옛날 책들도 그렇고, 제목은 기억할 수 없지만 정말 많은 학교 배경의 이야기를 읽었는데 일부 도서엔 혜원님처럼 자주 답답하고 화도 났던 것 같아요. 이건 사실도 아니고, 상상으로서도 너무 뒤떨어진다거나, 어른들보다 차라리 내가 잘 쓰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어요. 다소 무지할 뿐더러 잘 알아볼 노력도 없이 쓰인 몇몇 어른들의 뇌피셜적 청소년 상에 대한 불만이 쌓여 ‘직접 쓰기’에 대한 욕구가 커졌던 것도 같네요. 그나마 제가 10대일 땐 당사자로서의 청소년 - 어른이 바라보는 청소년의 간극이 얼마나 큰지 실감할 매체가 책과 몇몇 웹툰뿐이었던 것 같은데, 근 10년 간 OTT에서도 소위 ‘학원물’이 성공 보장 콘텐츠로 부상하면서 극화된 K-청소년의 스테레오타입이 엄청나게 많이 생산됐잖아요. 바로 떠오르는 예로는 넷플릭스 <인간수업>이나 <스카이 캐슬>, 네이버 웹툰 기안84, 박태준 작가 같은 세미 판타지 장르의 학원물도 있고, 그렇게까지 오버하지 않고 소위 핍진성과 현실성에 집중한다고 자처한 <더 글로리> 혹은 <일타 스캔들> 등도 제가 느끼기엔 어디까지나 ‘어른이 본’ 청소년 얘기 같은 면이 컸거든요. 청소년 당사자였다면 납작하고 현실감 떨어지는 캐릭터와 적극적으로 청소년을 대상화, 타자화하는 서사에 괴리감이나 불편함을 넘어 약간의 분노까지도 느꼈을 것 같아요. 그리고 혜원 메이트가 써주신 첫 문단을 읽으면서 저 역시 약간은 질문을 쥐어짜내느라 아동(어린이라는 세계) + 청소년(와일드 투어)라는, 이어붙이기 어려운 범주를 억지로 붙여버린 게 아닌가 다시 반성도 했어요. 아동과 청소년 그 자체도 각각 하나로 포섭되기 어려운 엄청나게 넓은 스펙트럼인데, 과한 감탄과 추측 이상의 의미 있는 반응을 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 조금 부끄럽네요..!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