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글 너무 좋았어요. 저도 오랫동안 고뇌했던 부분이기도 하고요. 청소년으로서 아동/청소년 문학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인데요! 아는 어린이가 없어서, 글의 주제와는 조금 다르지만 그 아동이라는 방향성에 힘입어 저도 제가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청소년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요. 저는 전부터 당사자로서 매체에서 전형적으로 그려지는 납작한 청소년의 이미지/특성에 회의를 많이 느꼈어요. 특히 청소년 문학을 읽다보면 몇몇 작품에서 드러나는 무성의에 상처받기도 했는데요. 일반 장편소설과 비교해서 유난히 쉽고 전형적이고 납작한 인물과 심리표현, 서사가 통용된다고 느껴졌거든요. 일단 '날라리’가 결국 모범생으로 바뀐다는 내용의 진부한 성장서사는 너무 많고요. 개연성 없이 모두가 행복하게 끝나는, 공 들이지 않은 해피엔딩이 결론으로 나오는 경우도 다수였죠. 예를 들어 청소년 문학에는 인물 간의 어떤 갈등과 충돌이 발생하고 그것이 화해되면서 완벽하게 마무리되는 '디즈니식/청춘드라마식 전개'가 많았어요. 하지만 사람의 생에서 무엇이 그렇게 완전하고 깔끔하게 완결나는 일은 드물고, 찝찝하고 의뭉스러운 결론이 나기도 하잖아요. 그러한 부분에서 청소년 문학이 다소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고, 서사적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틀에서 못 벗어난다는 느낌도 받았고요. 또 특히 사회문제에 대한 이야기에서 많이 나오는 청소년 등장인물을 ‘정답으로 규정해놓은 통상적인 교훈을 전달하는 납작한 도구’로 사용하는 일들이 잦다고 느껴졌는데요. 예컨대 수도 없이 쏟아져나오는 '학교폭력 관련 청소년 문학'에서는 선악이 명확하게 구분된 등장인물들이 등장하죠. 그리고 그 악, 즉 메인 빌런은 '어른들이 생각하기에' 악인 요소를 다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잦아요. 공부를 못하고, 명품을 걸쳤거나 화장을 하는 등.. 악한 심성과 위 요소들이 겹치는 경우가 많을 수는 있지만 꼭 성적이나 화장 여부/옷차림이 인물의 악한 심성과 완벽히 비례하는 일은 아닐 수도 있잖아요. 또 착한 청소년의 경우 공부를 잘 하고, 교복치마가 길고요. 정말 복사한듯이 비슷한 인물들을 찍어내는 문학을 보면서 사회적으로 어떤 청소년이 '착한 청소년'이고 '나쁜 청소년'이라고 생각하는 지 그 시선이 명확하게 옮겨졌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학교폭력 청소년 문학에서 폭력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봐도 직접 경험하거나 체험한 것을 근거로 한 것이 아니라, 자극적인 뉴스나 학교폭력을 소재로 만들어진 가공작품을 보고 분노하여 써내려갔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 정말 많았어요. 실제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훨씬 더 복잡하고 모호하여 이분법적으로 나누기가 쉽지 않거든요. 또 그러한 서사들에서 주인공은 대개 '선생님! 이건 잘못 됐습니다!' 다 보는 앞에서 용기있게 소리치고 피해자들은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작품 속에서 '착한 청소년'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죠. 하지만 제가 겪은 실제 상황에서는 사건의 인과가 복잡하게 얽혀 피가해자를 구분하여 인식하기도 힘들뿐더러, 내가 지금 내는 목소리가 피해자한테는 악영향을 끼칠수도 있더라고요. 피해자는 학교폭력이라 생각하지 않을수도 있고, 학교폭력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도 더 이상 사건을 키우기를 원치 않을 수도 있는데 내가 그에게 고발을 강요할 수 있는건가? 그런 애매한 질문들이 끝도 없이 떠오르기에, 그런 상황은 그렇게 '쉽게' 윤리적으로 판단/평가될 수 있는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명확히 피가해가 나뉜 사건이 엄연히 존재하고 그것은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제가 목격하고 경험해온 바에 의해서는 그랬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학교폭력과 친구관계, 공부(성적), 꿈에 대해서는 참 많은 이야기가 나오지만 성적 다양성, 페미니즘, 노동인권에 대해서는 주저하고 망설이는 느낌이 들었어요. 물론 지금은 조금씩 좋은 작품들이 나오고 있지만, 더 이상 ✌️정상✌️ 이라고 여기는 그 테두리에서 벗어나와 주제적 다양성을 추구하며 소수자, 혐오, 차별,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흔히 친구들과 청소년문학에 대해 논할 때 하는 말이 '청소년은 천사도 악마도 아니고, 전교 1등도 전교 꼴등도 아니다.' 인데, 그것도 비슷한 뉘앙스에요. 어느 부분은 착하지만 어느 부분은 나쁘고 어느 부분은 성숙하고 어느 부분은 미성숙한 입체적인 청소년 등장인물과 탄탄하고 복잡하고 모호하고 현실적인 서사를 청소년 문학에서 더 쉽게 볼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동/청소년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도 더 폭넓고 깊어졌으면 좋겠고요. 그런 바람에 있어서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이나 추천해주신 영화들의 존재는 아주 든든한 것 같아요. 앞으로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새로운 시선의 문학, 드라마, 영화를 더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ㅎㅎ + 글이 너무 장황한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