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한 서사 읽기] 두번째 질문🤔🤔 ‘평균’은 무조건 믿을 수 있는 지표일까요? 평균에 대한 믿음이 누군가를 배제시키는 위험은 없을까요? 최근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의 신작 <괴물>을 봤고, 스포가 되지 않는 선에서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게 생겼어요. 중간에 이런 대사가 나왔는데요. “몇몇 사람만 가질 수 있는 건 행복이라 부르지 않아.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있는 걸 행복이라 부르는 거야.“ 📖 이 말을 듣자마자 요즘 읽기 시작한 책 <평균의 종말>이 떠올랐어요. 저자인 토드 로즈는 어린 시절 부진아로 낙인 찍혀 교육도 제대로 마치지 못했고, ADHD를 겪으며 학습 자체에 어려움을 느꼈던 사람인데요. 흔히 ‘바른 길’이라고 부르는 ‘일반적인’ 커리큘럼을 벗어나 자기만의 길을 찾으면서 성장했고, 지금은 하버드 교육대학원 교수로 일하고 있어요. 극적인 인생역전보다도 눈에 띄는 건 ‘평균은 모두 허상’이라는 그의 역설인데요. 사실 맥락에 따라, 함께 지낸 사람들에 따라, 능력치의 면면에 따라 모든 사람의 소질은 각기 다 다르게 발현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걸 뭉뚱그려 평균치를 낸 후에 ‘이만큼 따라오지 못하면 넌 열등한 거야’를 말하는 교육이나 사회 분위기가 우리 모두를 압박하고 있는 거라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어요. 🎬 <괴물>에서 수면 위로 다시 올리고 싶어한 문제의식도 비슷한 것 아닐까 싶었어요. 획일화된 평균, 일반, 보편, 상식에서 벗어나는 것들은 다 뒤떨어지고 불필요한 것으로 치부하는 사회에서 어떤 사람들, 특히 아직 성장 중인 아이들은 쉽게 자기 자신을 의심하게 되고 또 미워하게 되죠. 그러다 보면 보통의 행복은 자기 것이 아니라고,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대로 자기는 살지 못할 것 같다고 너무 이르게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한 집단의 평균치와 멀리 떨어져 돌출된 어떤 이상함, 어떤 남다름이 실제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는 사실 드문 것 같아요. 그냥 눈에 익지 않아 낯설 뿐인데, 사람들은 종종 별난 것/사람에 대한 강한 적대감 혹은 조롱을 드러낼 때가 있잖아요. (역시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지만) <평균의 종말> 그리고 <괴물>에서 조심스럽게 내놓은 건 남의 남다름에 대해 함부로 평균의 잣대를 들이대지 말고 한 번 이해해보자는 제언에 가까워보였어요. 🙋‍♀️ 저는 평소에 ’일반적으로‘ ’상식적으로‘ ’통념적으로‘ ‘보통의 경우에‘… 같은 말들을 의식적으로 쓰지 않는 편이에요. 특히 어떤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 사람 좀 이상해” “좀 특이한 사람이긴 해” 란 말을 쉽게 하고 듣게 될 때가 있잖아요. 그런 말은 누군가에게 엄청 큰 상처의 씨앗이 될 수 있고, 듣기만 해도 저를 피로하게 만들 때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평균, 일반, 보편, 상식에 대한 믿음을 좀 내려놓고, 어떤 언행이 제게 ’익숙한’ 상식과 좀 다르다고 해도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노력을 먼저 하고 싶어졌어요. 이런 저의 버릇은 몇 년 전 황정은 작가의 <디디의 우산> 수록작 <아무 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를 읽으며 한 번 더 굳어졌는데요. 여성 퀴어 커플인 주인공이 사회생활을 하며 처하는 무례를 견디다가 하는 독백 중 이런 구절이 나와요. “상식은 본래의 상식, 즉 사유의 한 양식이라기보다는 그 사유의 무능에 가깝지 않을까. 우리가 상식을 말할 때 어떤 생각을 말하는 상태라기보다는 바로 그 생각을 하지 않는 상태에 가깝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것은 역시 생각은 아닌 듯하다…… 우리가 상식적으로다가, 라고 말하는 순간에 실은 얼마나 자주 생각을…… 사리분별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인지를 생각해보면 우리가 흔하게 말하는 상식, 그것은 사유라기보다는 굳은 믿음에 가깝고 몸에 밴 습관에 가깝지 않을까.” 🤔 뉴니커들은 토드 로즈의 ‘평균 필요없어’론을 어떻게 느끼는지, 또 특별한 계기로 ‘일부러 쓰지 않게 된’ 단어나 말에 대한 습관이 있는지도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