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치 아픈 "규제 문제"가 생겼을 때
작성자 빈센트
스타트업 생존기
골치 아픈 "규제 문제"가 생겼을 때
대한민국은 '규제 지옥' 이라는 말이 있다. 스타트업에게는 더욱 가혹한 환경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3곳 중 2곳이 규제 문제를 겪었다'고 한다.
스타트업에 합류하기 전, 3년 동안 국회에서 근무했다. 대선 후보의 연설문과 메시지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1년 반, 그리고 정책과 공약을 분석하고 수렴하는 부서에서 1년 반을 근무했다. 그러다보니 기업/스타트업 등에서 찾아와서 규제 완화를 해달라는 요청과 간담회를 수도 없이 진행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타다 사태', 그리고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가장 뜨거웠다. 이런 규제 문제를 겪게 되면 스타트업 대표님들 입장에서 굉장히 머리 아플 것 같다. 규제를 풀어보려고 해도, 해결은 커녕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한 경우가 많다.
냉정하게 말해서 스타트업이 국회나 정부의 관심을 받는 건 쉽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지율 혹은 표와 직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이 매출을 목표로 움직이는 것처럼, 그들은 '유권자의 표'와 '지지율'이 있는 곳에 시간과 리소스를 투입한다.
특히 법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국회의원의 경우 그렇다. 국회의원은 결국 '본인 지역구 표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가'에 따라 움직인다. 스타트업이 겪는 규제는 대부분 특정 지역구와 관련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시간을 써가면서 해결해야 할 이유가 없다. 작은 스타트업일 수록 더 그렇다.
그렇다면 규제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스타트업 규제 문제를 해결하는 건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싸움이다.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일이다.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매출을 내고 제품을 만들기에도 바쁜 상황에서 규제 문제까지 직접 챙기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로펌이나 정책 컨설팅 등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게 현실적인 솔루션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규제가 보통 어떻게 풀리는지 그 프레임워크를 알면 조금 더 효과적인 협업이 가능할 것이다.
국회에서 보고 듣고 경험하며 얻은 몇 가지 팁을 공유하고자 한다.
1️⃣ 국회 상임위 간사를 공략하라
국회에서 법과 규제, 예산이 논의되는 실질적인 기관은 '상임위'이다. 각 상임위에는 양당을 대표하는 간사 국회의원이 1명씩 있다. 그들이 회의에서 무엇을 회의에서 논의할 지 의제를 정한다. 겪고 있는 규제와 관련된 상임위의 양당 간사에게 접근하는 것에서 시작하면 좋다.
2️⃣ 각 정당 내 핵심 인물을 공략하라
많은 사람들이 당대표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그들은 '정치적인 이슈'에 집중하기도 바쁜 사람들이다. 실질적으로 각 정당에서 추진하는 우선 순위 법안과 아젠다를 정하는 사람은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 등이다. 규제 문제 해결에 그들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3️⃣ 국회 실무자를 공략하라
상임위 간사 국회의원실의 보좌관, 각 정당의 해당 분야 전문위원 등이 사실상 모든 자료를 준비하고 의제를 올린다. 결국 이들의 관심을 받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다만 Bottom-up 이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릴 수는 있다.
4️⃣ 정부의 시행령 플레이를 활용하라
국회와 별개로 정부의 시행령을 통해 규제를 풀 수 있다. 다만 시행령 수정/제정 절차도 상당히 까다롭고 오래 걸린다. 조금 더 속도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역시 국회를 통해 정부를 푸쉬하는 방법이다.
상임위 회의에서 국회의원이 장관에게 소리지르면서 질의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공개적인 회의 석상에서 국회의원을 통해 정부를 푸쉬 할 수도 있고, 각 국회의원실에서 해당 부처에 질의서나 특정 규제 문제 관련하여 스타트업들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할 수도 있다.
5️⃣ 규제 문제는 혼자 해결하기 어렵다. 조직화가 필요하다.
비슷한 문제를 겪는 스타트업끼리 힘을 합치거나, 스타트업 협회 등을 통해 목소리를 내는 것도 효과적이다. 각 협회마다 이런 규제 문제만 전담하는 국회 출신 '정책실장'님이 계신다.
6️⃣ 언론 플레이
문제를 대중에게 알리고 여론의 관심을 끄는 것도 큰 힘이 된다. 똑같은 목소리라도 언론을 통해서 국회의원의 귀에 들어가면 조금 더 관심을 가진다.
7️⃣ PR Value
국회의원들은 보통 지역구 현안이 아니면 관심이 적다. 따라서 규제를 해결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PR Value 를 강조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젊고 혁신적인 이미지는 국회의원들에게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적어두긴 했지만 규제 하나 해결하는 것도 정말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국회가 스타트업의 성장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그들이 향후 한국 경제의 10년, 20년을 책임질 실질적인 중추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