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한 번 팔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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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빈센트

스타트업 생존기

일단 한 번 팔아봅시다!

빈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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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dpark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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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세일즈 업무를 맡게 되다 😳

'내일부터 세일즈 뛰러 가세요'

작년 여름, 회사에서 새롭게 런칭하는 신사업 TF팀의 "세일즈" 업무를 맡게 되었다. 이전에 아예 다른 일 하다가 갑자기 TF가 꾸려지면서 약 6개월 정도 세일즈 업무에만 몰두하였다.

세일즈 업무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느끼게 했다. 누군가에게 뭔가를 팔아야 되는 행위에 굉장한 두려움이 있었다. 수백 번, 수천 번의 거절 가능성에 대한 공포감도 상당했다.

왜냐하면 그때 당시 내 머리 속에 있는 "세일즈"는 과거에 보험 영업이나 은행 통장 개설 영업처럼 지인이나 인맥을 활용해서 여기저기 다니며 부탁을 하는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머리 속이 막막해졌다.

내가 팔아야 하는 서비스의 이용 고객은 "영어 회화를 배우고 싶은 청소년 학생" 이었다. 결국 그 학생들의 부모님을 공략해야 하는데 나는 아직 애도 없고, 지인 중에 부모님인 분도 없었고, 아예 이쪽 바닥에 대해 아는게 없었다.

세일즈를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아예 몰랐기 때문에, 결국 유일하게 타겟 고객에 맞는 이모에게 연락을 했다. 내 사촌 동생이 딱 타겟 고객 군에 맞았고, 내가 인맥을 활용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세일즈였다.

그러나 아무리 가족이라도 아예 새로운 서비스이고 이게 나의 사촌 동생에게 도움이 될 지 안 될지도 모르는데 큰 돈을 써달라고 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할인 포인트, 무료 수업권 등 임직원으로서 줄 수 있는 최대한의 혜택을 다 넣어서 우여곡절 끝에 감사하게도 결제를 해주셨다.

결국 사촌 동생은 우리 회사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았다. 결제는 했지만 체험수업 이후에 사촌 동생의 실력이나 학습 니즈가 맞지 않았던 점을 뒤늦게 알았다. 이모가 나에게 미안해서 바로 말씀하시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조심스럽게 환불을 해도 되냐고 연락이 왔다.

이때 깨달은 점이 있다면 '인맥에 의존한 세일즈'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물론 발이 마당발처럼 넓어서 끊임없이 새로운 인맥이 생기는 사람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장인은 알고 지내는 관계가 한정되어 있고, 바쁜 직장 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네트워킹을 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일방적인 "부탁"의 세일즈 vs 서로 "이익"이 되는 세일즈 🤝

'인맥에 의존한 세일즈가 과연 지속 가능할까?'

결국 인맥에 의존한 세일즈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세일즈는 일방적인게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지인들에게 일방적으로 부탁을 지속 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세일즈이다. 결국 인맥 다 끊기고 사람들이 내 전화를 피하게 된다. 어렵게 세일즈를 한다고 해도 정말로 우리 회사 제품이나 서비스가 필요한 고객이 아니어서 구매만 하고 사용은 안할 수도 있다. 결국은 환불로 이어진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가 원하는 '매출, 성과'만 올리기 위해 급급했고 일방적으로 밀어붙혔다. 상대방(잠재 고객)에 뭘 원하는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관심도 없었다. 오로지 매출 올리기에 급급했고, 사람이 숫자로 보였다.

지속가능한 세일즈란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가치(Value)를 느끼게 되는 세일즈'가 아닐까 싶다. 생산자는 당연히 매출이라는 이익을 얻게되고, 소비자 역시 제품/서비스를 통해 단순히 이용 가치를 넘어, 원하는 아웃풋과 성장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러면 당연히 고객은 만족을 하게 되어 재결제를 하고, 리텐션(Retention)이 높아지고, 주변에 알아서 입소문(Referral)을 내줄 것이다.

결국은 정확한 타겟팅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어떤 나이대가 우리 제품/서비스를 사용하면 가치를 얻고 성장할 수 있을까'를 명확하게 전략과 메시지를 세우고 세일즈를 해야한다. 타겟팅이 되지 않은 세일즈 리드는 오퍼레이션 비용만 낭비하고 결국은 매출로 이어지지 않게 된다.

그리고 고객에게 추가적으로 뭘 더 줄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추가적으로 세일즈 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긴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의 주요 제품이 '1:1 화상 영어 서비스' 이지만 학부모님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드리려 이야기를 듣다보면 '아, 단순이 영어 말하기가 아니라, 영어 글쓰기나 에세이 작성에 대한 학습 니즈가 있구나!' 혹은 '학생들이 영어로 레벨 테스트를 하거나 영어 면접을 준비하는 니즈가 있구나!', '1:1 수업 뿐만 아니라 그룹 수업도 원하시는구나' 하는 추가적인 니즈를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추가적인 상품을 추가해서 패키지를 구성하면 업셀링이 가능해지고 세일즈 전략을 상황에 맞게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다.


세일즈 = 고객의 가장 "객관적인" 의견을 수렴하는 방법 🔥

"완벽하게 만들어서 팔 생각 하지 말자. 팔면서 고객의 의견을 듣고 바꿔나가자!"

TF에서 세일즈를 하면서 또 하나 어려웠던 점은 제품의 완성도 문제였다. 신사업이다보니 아무래도 Product 개발 초기 단계였고 부모님 혹은 학생이 스스로 서비스를 사용하기에 불편한 점이 많았다. 에러도 많았다.

처음에는 이러한 세일즈가 잘 이해가 안갔다. '완벽하게 제품을 만들고 판매해도 팔릴까 말까인데, 아직 완벽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세일즈를 하란 말이지?' 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 십번씩 들었다.

그런데 한 6개월 정도 세일즈를 하다보니 '100% 완벽한 제품/서비스를 만든 뒤에 시장에 내놓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물론 주어진 리소스를 활용해서 최대한/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여야 하는 것은 맞지만, 처음부터 고객이 뭘 원하는지는 세일즈를 해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 각 고객마다 원하는 것이 미세하게 다르고, 특히 스타트업은 과거 history가 없기 때문에 시장에서 뭐가 먹힐지 더더욱 모른다.

그리고 세일즈를 하다보면 부모님들이 '이거 불편해요, 저거 불편해요, 이거 안되요' 이런 피드백을 굉장히 많이 주신다. 고객이 원하는 목소리를 프로덕트에 반영하는게 가장 좋은 기획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그들은 돈을 내는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직원보다 더 제품/서비스를 냉철하고 상세하게 평가한다. 사람이 내 돈 내고 사용할 때 만큼 가장 냉철하고 객관적일 때가 없다. 내돈내산이라는 말도 있듯이, 내돈내면 뽕을 뽑으려는 심리가 생기기 때문에 고객의 솔직한 피드백을 상대적으로 쉽게 받을 수 있다. 온갖 선물과 기프티콘을 뿌려도 쉽게 얻을 수 없는 고객의 솔직한 피드백을 자연스럽게 얻어서 제품에 반영할 수 있다.


발로 뛰고, 부딪히며 찾은 나만의 세일즈 원칙 👣

6개월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스스로 부딪혀보고 굴러 보면서 나름의 원칙과 규칙을 찾았다. 물론 세일즈 경험이 많으신 분들이 보면 귀엽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

  1. 한 고객 당 최소한 3번은 연락한다 (최초, 3일 뒤, 1주일 - 보름 뒤)

  2. '이 고객에게 내가 뭘 더 알려줄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하자

  3. 타겟 고객이 혹하는 '키워드'들이 있다. 반드시 그 키워드를 세일즈 콜에 넣자

  4. 나보다 고객이 더 많이 말해야 한다. 듣자! (사람이 긴장하면 말을 더 많이 한다)

  5. 여러가지 시나리오에 대응하는 스크립트를 만들자 (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한 대응 base가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flexible 하게 대응 가능하다)

  6. 말로만 해서는 믿을 수 없다. 전문적인 소개 자료/근거 자료를 항상 만들어두자

  7. 팔로업을 빠르게 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채널 세팅을 해둔다 (문자, 카톡, 이메일 템플릿)

  8. 해당 고객과 통화하면서 들은 최대한 모든 정보를 기록하고 효율적으로 팀에 공유한다

  9. 통화 녹음본을 주기적으로 리뷰하고 객관적인 피드백을 받자 (이왕이면 팀과 함께)

  10. 주말, 퇴근 이후 시간에도 응대한다는 마음으로

  11. 아닌 것 같은 사람은 과감하게 빠르게 버린다

  12. 세일즈는 personal 하게, 팔로업은 professional 하게!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