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초 홈런이 많았던 이유
작성자 공놀이
야구, 좋아하세요?
이번 시즌 초 홈런이 많았던 이유
大~타자들의 시대?
지난 4월 21일, 한 야구선수가 하룻동안 홈런 3개를 때려냈습니다. 트리플 홈런의 주인공은 바로 172cm의 롯데 자이언츠 타자 황성빈입니다.
아무리 봐도 거포형은 아닌 / 롯데 자이언츠
그 전날까지만 해도 황성빈의 프로 통산 홈런은 데뷔연도인 2022년에 기록한 홈런 1개 뿐이었습니다. 초중고 시절에도 황성빈은 홈런 1개만을 기록했고요.
그런 황성빈이 KT와의 더블 헤더전(우취 등 사정으로 취소된 경기를 하루를 잡고 몰아서 하는 것)에서 홈런 3개를 퍼올린 것이죠.
까빠를 미치게 하는 사나이 / 스포츠조선
3개의 홈런에는 황성빈 특유의 집요하고 끈질긴 플레이 스타일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보여집니다. 한편 황성빈의 홈런은 올해가 타고투저 시즌임을 명백히 알려주는 지표가 되기도 했습니다.
불타는 방망이
그냥 홈런 쳤더니 홍창기 나와서 넣었음 /스포츠서울
비단 황성빈 선수뿐만 아니라, 시즌 초반 홈런을 기록한 선수들의 인터뷰를 보면 작년보다 훨씬 자주 나오는 말들이 있었습니다. "그게 진짜 그렇게 넘어갈 거라고 생각을 못했다"
4월 17일 KBO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 101경기와 비교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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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당 홈런: 1.18개 →1.9개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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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당 안타: 17.5개 → 19.04개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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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전체 타율: 0.257→0.272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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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타율(타자가 타격을 한 뒤 몇 루까지 나갈 수 있는지 나타내는 수치): 0.361→0.409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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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평균자책점(투수 A가 9회를 다 수비했다고 가정 시 타자에게 평균적으로 내주는 점수): 3.97→4.75 증가
작년에 비해 타자가 강세인, 타고투저의 흐름이 엿보였죠.
여기서 타고투저/투고타저란 야구 리그의 흐름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온라인 게임 경쟁 모드에서 매 시즌마다 밸런스가 바뀌는 것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매번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느낌은 아닙니다) 타고투저는 타자의 타율과 출루율이 높지만, 투수의 기록이 저하되는 시즌을 뜻해요. 타고투저가 '타자들의 시대'를 말한다면, 반대인 투고타저는 투수의 시대겠죠.
빵빵 터지는 시원한 야구
타고투저 시즌은 홈런을 비롯한 장타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보는 맛 하나는 쏠쏠합니다.
득점이 많아지기 때문에 역전의역전의역전의역전을 하는 흥미(라고 쓰고 피말린다고 읽는다🤢)로운 경기 전개가 많이 보여요.
나눠 쳐라 집에 가자 / KBO
그러나 최종적으로 경기가 늘어져 게임이 지루해지기 쉽습니다. 아무리 놀이기구가 재밌다고 귀가를 안 시켜주면 그건 고문이잖아요?
타자들의 공격시간이 길어지면 경기 시간이 늘어납니다. 그리고 타자들을 상대하는 투수의 체력 관리가 힘들어져요. 나중에는 리그의 질적 하락을 부를 수도 있는 거죠.
또, 타자의 실력은 그대로인데 세부 지표만 뻥튀기되면 그것 또한 게임의 재미를 해치는 요소가 됩니다.
탱탱볼 시즌?
투타가 조화를 이루지 않고 한쪽이 밀리는 이유는 일관적이지 않습니다. 매년 타고투저니 투고타저니 분석 기사가 올라오는데 주요 원인이 조금씩 달라요. 어떤 때는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진 것이 원인으로 뽑히기도 하고 ,어떤 때는 판정 때문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올해 리그 초반 타고투저의 원인으로는 1️⃣공인구 반발계수 증가와 2️⃣타자에게 유리한 리그 룰이 제시됐습니다.
여기에 캡션을 입력하세요
먼저 탱탱볼 이슈입니다. 올해 초반 공인구 1차 심사 결과, 공인구의 반발계수가 작년보다 높게 측정됐습니다. (0.4175에서 0.4208로 증가) 게다가 2019년 5년 만에 0.4200를 초과한 수치이기도 해요.
반발계수가 0.001이 높으면 타구의 비거리가 20cm 늘어난다고 하는데, 이 계산대로 하면 작년 비거리보다 66cm가 증가한 셈입니다. 덕분에 넘어가지 않을 것 같은 공이 담장을 넘는다는 거죠. 올 시즌 초 몰아친 홈런 기록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행히 4월 2차 공인구 심사결과 평균 반발계수는 0.4149로 작년보다 더 낮아졌습니다. 아직 정확한 수치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홈런도 이전보다 줄어들었다는 여론이 생기며 시즌 초 불타 올랐던 탱탱볼 논쟁은 다소 사그라든 상태입니다.
(가끔 보면 아직도 섞여있는 거 같기도 하고...)
타자에게 유리한 새로운 규칙들
ABS, 베이스 크기 확대, 수비 시프트 금지 룰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KBO
올해부터 ABS, 야구 팬들 사이에서는 일명 깡통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로봇 심판이 도입됐는데요. 타자가 ABS에 더 잘 적응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ABS 도입으로 스트라이크 존이 타자의 신장에 따라 다르게 형성됩니다. 투수의 경우 매번 타자의 존을 파악해 던져야 하는 수고를 들여야 합니다. 그에 비해 타자는 자기 존만 파악하고 오는 공만 대응하면 되거든요.
...크다! /SBS
다음 룰은 베이스 크기 확대입니다. 베이스 크기가 기존 15인치에서 18인치로 확대되며 도루도 증가했습니다. 4월 기준 147개에서 222개로 도루가 급증했어요. 4월 30일 기준 리그 도루 성공률은 76.4%로 기록이 집계된 2001년 이후 가장 높습니다. KBO는 충돌로 인한 부상 방지를 위해 베이스 크기를 확대했다고 말했지만, 도루 개수와 성공률을 보면 구단이 베이스 변경과 함께 도루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은 확실해보입니다.
수비 시프트가 제한되면서 수비가 불리해진 면도 한 몫합니다. 특정 타자의 공이 주로 가는 방향으로 수비수들이 몰려가 대기하는 걸 수비 시프트라고 하는데요. MLB에 이어 KBO에서도 수비 시프트가 제한되며 투수의 방어 확률 저하에 기여했다고 보여집니다.
결론
/스탯티즈
탱탱볼이 사라졌는데도 타고투저는 계속되는 양상입니다. 경기당 평균 득점이 10점가량으로 10년 전 타고투저 시기(2014~2018)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결국 승리 변수는 투수가 됩니다. 어차피 타자들은 다 잘하니까, 밀리는 쪽에서 차별화를 해야겠죠. 투수가 탄탄한 구단이 올해 리그에서 우위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투수들아 힘을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