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체 왜 뛰고 있는거야?

나는 대체 왜 뛰고 있는거야?

작성자 사회학생

읽고 쓰고 듣고 말하기

나는 대체 왜 뛰고 있는거야?

사회학생
사회학생
@user_yzc6f36m2x
읽음 141
이 뉴니커를 응원하고 싶다면?
앱에서 응원 카드 보내기

저의 출근길은 이수-논현-판교의 여정입니다.

판교역까지 가기 위해 논현역에서 신분당선으로 갈아타는데,
논현역에 도착하는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자
사람들은 신분당선을 타기 위해 호도다다닥 달려갑니다.

한 명이 달리기 시작하면,
옆 사람도 달리고,
그 옆사람도 달린다.

그렇게 어느새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달립니다.

그들 옆에 있으면
나도 모르게 그들을 따라 뛰게 됩니다.

뛰어가서 도착한들,
지하철이 바로 오지도 않는데 그냥 뜁니다.

나도 처음엔 '왜 뛰는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뛰었습니다.

지금은 생각없이 그냥 뜁니다.

내 옆에 아무리 많은 이가 뛰어가더라도
나는 내 속도를 지켜서 걸어가면 그만인데
이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남들이 뛰니 나도 뛰고 싶고
무엇보다

저는 뒤쳐지고 싶지 않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살면서 때로는 FOMO 에 휩싸여
나의 속도를 지키지 못하고 남들의 속도에 맞추려다가 지쳐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참 좋아하는 글 중에,
한비야 님의 <중국견문록>에는 '가을국화'에 관한 글이 있습니다.

아무리 남들이 봄에, 여름에 꽃을 피워도
가을국화는 가을을 기다렸다 피는 꽃이라는 것입니다.

너도 가을국화일 수 있으니 네 속도를, 네 때를 지키라는 것.

그리고 등산을 하는 것도,
네 속도로 가야지만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것.

사람들과 함께 가는 것도 좋지만,
결국엔 내가 소화하고 감당할 수 있을 속도여야 합니다.

그리고 남과 비교하여 나의 속도를 걱정하지 말자.

그 옛날,
학교에서 늘 아주 작고 작고 작아서 1번 아니면 2번만 하던 제가,
'넌 언제 클래-?'라는 소리를 어른들을 만날 때마다 들었던 제가,

지금은 어느새 남들만큼 커 있는 것처럼
결국 난 남들과 동일 선상에 설테니까.

(어쩌면 그보다 더 훌륭해질 수도 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