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미학 '동경 이야기', 오즈 야스지로
작성자 더셀룰로이드
시네마의 미학
고전 미학 '동경 이야기', 오즈 야스지로
<동경 이야기>
<동경 이야기>는 한 가족의 해체와 그 속에서 느껴지는 무상의 정서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영화의 중심에는 노부부 슈키치와 도미가 동경을 방문하며 겪는 짧고 일상적인 여정이 놓여 있다. 이 여정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 그러나 이 특별하지 않음 속에 우리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자식들이 부모를 맞이하는 태도는 그들의 피로와 일상에 묻혀 무미건조하게 흐르고, 부모는 그 속에서 자신들이 더 이상 그들의 삶 속에 머물 자리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러한 깨달음은 겉으로는 고요하지만, 그 속에는 날카로운 체념의 빛이 숨겨져 있다. 마치 햇살 아래 반짝이는 잔잔한 바다와도 같다. 그 속에 무언가 깊고 어두운 것이 존재함을 알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
슈키치와 도미의 여정은 영화 속에서 보여지지 않는 풍경으로 대체된다. 그들의 발걸음 대신 우리 앞에 펼쳐지는 것은 고요한 정경, 움직이는 기차,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이다. 이러한 풍경들은 마치 시간이란 무엇인가를 은유적으로 묻고 있다. 오즈의 시간은 흐르지만 멈춘다. 그의 카메라는 우리가 시계의 바늘을 직접 보는 대신 그 그림자를 보게 만든다. 정적인 풍경 속에서 느릿하게 움직이는 사물들은 시간의 무게를 상징한다. 그 시간은 누구에게도 예외 없이 흐르고 있으며, 그 속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놓치고, 무언가를 떠나보내고 있다. <동경 이야기>는 그러한 시간을 마주하는 인간의 연약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체념을 담고 있다.
도미의 죽음은 이 모든 것의 종착역이다. 그녀의 죽음은 감정적으로 과장되지 않으며, 삶의 끝에서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오즈는 슬픔을 극대화하지 않는다. 슬픔은 그저 스며든다. 마치 비가 그친 후 젖은 나뭇잎에서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것처럼, 조용히 흘러내린다. 도미의 죽음을 맞이하는 가족들의 반응은 개인적인 감정의 폭발이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죽음과 함께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묵묵한 응시이다. 오즈는 이 순간을 통해, 삶과 죽음이 하나의 흐름임을 관객에게 상기시킨다. 모든 것은 이어져 있으며, 죽음은 그저 또 다른 형태의 시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오즈의 영화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쇼트와 쇼트 사이의 '빈 공간'이다. 인물의 대사와 대사 사이, 사건과 사건 사이에 놓인 그 공백들은 채워지지 않은 여백으로 남아있다. 오즈는 이 여백을 통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그 여백 속에서 관객은 그저 관조하는 자가 아니라, 스스로의 감정을 투영하고, 그 감정이 미세한 파동을 일으키도록 허락받는다. 쇼트와 쇼트 사이의 공백은 마치 읽어내기 어려운 시구와도 같으며, 그 시구는 고요 속에서 우리 마음속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동경 이야기>의 다다미 쇼트는 또한 오즈가 만들어낸 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다다미 방에 앉아있는 듯한 낮은 시점에서 우리는 인물들을 관찰한다. 그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 일상적인 대화, 그리고 가만히 놓여있는 물건들이 만들어내는 정서는 관객에게 말없이 스며든다. 그 낮은 시점에서 우리는 인간 존재의 나약함과 그 속에 깃든 아름다움을 동시에 보게 된다. 오즈는 다다미 방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대화 속에서 삶의 본질을 끄집어내고, 그것을 우리 앞에 조용히 펼쳐 놓는다. 다다미 쇼트는 마치 삶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자세를 상징하듯, 낮고 겸허하다.
<동경 이야기>는 삶과 시간, 그리고 그 안에서 어쩔 수 없이 맞이해야 하는 무상의 감정을 시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오즈는 우리에게 삶이란 무엇인지 직접 말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고정된 카메라 속에서 움직이는 바람을 보고, 흔들리는 나뭇잎을 통해 무언가를 느낄 수 있을 뿐이다. 그의 영화는 하나의 거대한 질문이며,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각자의 마음 속에서 피어오른다. 슈키치와 도미가 떠난 자리에 남겨진 고요함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고, 그 속에서 흘러가는 시간의 무상함을 느끼게 된다. 오즈는 바로 그 순간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순간, 비로소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